세계에서 잘 나가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지난 달 미국의 실업률은 4.9%까지 낮아졌다.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렇다면 민간고용이 한 달에 15만명 정도만 되어도 양호한 수준이다. 그런데 2월 일자리는 24만개 이상 늘었다. 신규 고용이 월 20만명 이상이라는 것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샘이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증거가 미국의 녹슨 공단(rust belt)의 회생이다. 애크런(Akron)은 미국 오하이오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예전에 타이어 생산기지였고, 우리가 잘 아는 굿리치(Goodrich)라는 기업이 있었다. 타이어 생산기지가 아시아로 옮겨 와 문을 닫았었다. 그런데 애크론은 지금 폴리머 생산지대로 거듭났고, 예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그늘이 있다. 첫째, 미국의 고용 호조세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제로섬(zero sum)이라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Beggar thy neighbor라는 말이 있다. 자국은 열심히 경기를 부양해도 그것이 교역상대 이웃국가를 곤경에 빠뜨려 그 부작용이 자국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기업 부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잘못된 부동산 거품이 남긴 상처이다. 2000년대 초반에도 중국의 기업 부실이 심해 은행들의 부실 여신 비중이 30~40%에 육박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중국 정부가 재정으로 부실을 한꺼번에 처리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실 규모는 그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11년경 차이나 슈퍼 사이클을 지나며 부실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에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230%, 즉 25조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얼마나 부실화되었을까? 중국 정부가 섣불리 좀비기업의 부실을 정부자산으로 탕감했다가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조짐을 보이면 핫머니들이 이탈하며 위안화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
또한 부실기업을 정리했을 때 실업문제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업을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미국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도 중국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한 세계경제의 정상화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이 먼저 꺾일 것을 두려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째, 미국의 고용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그 이유는 로보틱스 등 생산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개선도 있겠지만 최저임금 근처의 수당을 받는 단순 노동직들의 임금 증가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득불균형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달러로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2009년에 오른 시간당 7.25달러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시간당 15달러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 이상의 임금은 이미 의미있게 올랐다. 만일 최저임금이 상향조정되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건비 위주의 비용상승 인플레가 불가피할 것이다. 사실 미국은 이런 인건비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을 파격적으로 눌러 왔는지 모른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반등은 미국 정부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고용 회복 뒤에는 중국인들, 미국의 저소득층, 그리고 원자재 생산국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만일 미국의 최저 임금이 인상되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해서 인플레가 구체화되면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참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에 미안한 일이지만 다른 국가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것이다.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거품을 무너뜨리고 빚이 많은 미국인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 충격이 임금 인상 효과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그 재앙이 오기 전에 중국의 회복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