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충격 속에 휩싸였던 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을 되찾았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지나가는 모습이다. 우선 매도 물량이 크지 않았다. 리만사태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 그 불확실성에서 빠져 나오려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돈을 빌려 자산을 샀던 사람들 가운데 증거금 부족(margin call)으로 매도를 해야 하는 2차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브렉시트는 잔류와 탈퇴가 박빙이었으므로 탈퇴 쇼크에 대비했던 투자자들이 많았고, 그 결과 2차 충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아시아 증시는 타격을 덜 받았다. 그 이유는 첫째, 아시아 자산은 현지 투자자 비중이 높다. 따라서 진원지였던 유럽의 금융기관 매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둘째,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다. 즉 아시아 증시의 최대 위협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셋째, 유동성이 떨어지는 아시아 자산의 매물부담이 오히려 적을 수 있다. 즉 이런 위기때는 일단 유동성이 높은 자산부터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콕스 의원의 살해 사건에도 영국 국민들은 탈퇴를 선택했다. 그만큼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탈퇴를 결정하자마자 당장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경제적 부담들이 제기되고 있고, 영란은행이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영국인들조차 “탈퇴가 잘 한 결정인가” 다시 생각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총리가 브렉시트 결과를 뒤집을 묘안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흘러 나온다. 정말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브렉시트는 갑자기 생긴 돌발 행동이 아니다. 즉 `지역간 이기주의`라는 추세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기적으로 중국에서 일자리를 뺏어 왔다. 미국은 건강해질 수 있지만 중국은 더 어려워진다. 누가 중국에게 투자할까? 서로가 균형을 이룰 때 서로 믿고 투자할 수 있고 자금도 순환된다. 지금의 문제는 이기적인 생각들로 인해 시장이 분열되고, 이로 인한 교역 및 투자의 감소(de-leveraging)는 그 자체가 저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시장의 균열을 막기 위해 일단 참았다. 균열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 금리 선물 (Fed Fund Rates Futures)에 반영된 올해 내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은 브렉시트 이전 50%에서 15%로 낮아졌다. 심지어 추가 양적완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과연 미국이 이웃들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인내할 수 있을까?
지금은 생존을 위해 결속력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이기주의의 근원은 인구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을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인구 노령화의 표본인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인구가 1/4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해지고, 이를 여성들이 메워야 한다. 그 결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 노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갖는다. 문제는 이런 인구 노령화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결속력을 깰 수 있는 근원은 살아 있다.
리만사태 이후 세계 도처에 나타났던 부실을 중앙은행들이 성공적으로 잠재울 수 있었던 힘도 `공조`였는데 시장에 균열이 생기면 어려워진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결과가 유럽, 일본에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부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즉 중앙은행들이 쓸 수 있는 대책도 상당히 고갈된 상태이다.
시장의 균열을 이유 있는 추세로 본다면 시간이 갈수록 이를 막아낼 수있는 대안이 사라질 것이다. 최근 시장이 정상을 되찾으며 폭락했던 위험자산의 안도랠리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길게 보며 안전자산을 확보해 가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