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자가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지불하거나 대출자의 빚을 일부 탕감해 줌을 의미한다.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산다. 그 이유는 세계적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여 채권을 사서 채권가격에 거품을 더 만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가격 상승 폭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실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리만사태 이후 미국 금융기관은 보유자산을 폭락한 시가로 평가하지 않았다. 도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후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부실기업의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려 한다. 일단 부실을 숨기자는 것이다. 한국형 양적완화의 검토 배경도 집값 하락, 그리고 산업구조 노후화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실을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부실은 숨겨져 있을 뿐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부실의 근원으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지목된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버블 이후 성장의 축을 소비 중심으로 옮겼던 국가들은 저성장을 경험했다. 이를 중국에 적용해 볼 때 중국의 GDP성장률은 3년내 4%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윌버로스나 마크 파버는 중국의 전력사용량이나 운송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이미 4%대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미국 내에도 아직 고민이 있다. 미국의 공적 연금 적자가 3.4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된다. 즉 미국의 정부 부채는 17조 달러가 아니라 20조 달러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적자가 더 커지지 않으려면 연금 지출액 중 지방 정부가 17.5%는 충당해야 하는데 지금은 7.3%에 불과하다. 이 상태로 가면 수년내 디트로이트처럼 파산하는 도시가 잇달아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연방 정부가 연금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
특히 미래 연금 자산 운용수익률을 7~8%로 가정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운용수익률 7%대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말이 안 된다. 이미 저금리로 접어든 가운데 향후 실제 수익률은 2~3%에 불과할 전망이고, 이를 감안하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진다. 도대체 미국정부의 부채는 얼마란 말인가? 이런 부담을 줄이려면 미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투자자들은 그것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오는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 US Steel의 Fairfield라는 공장은 고로(blast furnace)로는 경쟁력을 상실했었다. 그런데 전기로로 재탄생했다. 즉 설비를 쉽게 껐다 켤 수 있고, 또 덜 노동집약적이므로 중국과 경쟁해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중국산 강관에 대해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며 측면 지원을 한다.
이런 이기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디플레, 미국에서는 인플레라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고용은 개선될 수 있지만 중국의 비교 우위인 저임금을 포기한 만큼 물가가 올라갈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산가격 거품은 틀림없이 붕괴된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변적인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 위험을 헤지(hedge)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 붕괴를 참지 못해 인플레를 용인할 경우 실물자산을 사야 한다.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다.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실물자산은 금이다. 특히 미국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달러에 대한 의심이 강해질수록 금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