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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의 진화

등록일 2016-06-20 02:01 게재일 2016-06-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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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있다.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내용이다.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는 국면마다 이 노래가 생각난다. 유통업에서 온라인(on-line)이 오프라인(off-line)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에서 월마트가 아마존에게 유통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것이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에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어 온라인으로의 이동에 소극적이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은 제품 구입시 물건을 집까지 택배로 배달해 주는 반면 월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점포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월마트도 최근 아마존이나 구글의 온라인 쇼핑몰처럼 우버(Uber) 등과 제휴하여 택배를 약속했다. 과연 월마트는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에서 아마존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온라인 쇼핑몰을 찾을 때 소비자들은 먼저 자신이 구입하고 싶은 물건을 검색한다. 아마존을 통해서 검색하는데 그 안에 쇼핑몰이 있으니 바로 가면 되는 것이다. 구글도 이런 이점을 이용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먼저 네이버를 통해 검색하고 11번가나 G마켓으로 간다. 언젠가 G마켓이 네이버를 통해 오는 통로를 차단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11번가 점유율의 상승이었다. 즉 네이버 검색이 온라인 트래픽(traffic)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향후 네이버는 자체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이런 지배력을 극대화할 것이다.

온라인이 망가뜨린 또 하나의 사업은 홈쇼핑이다. 백화점의 경우 신규 출점을 해서라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홈쇼핑은 TV방영시간을 더 늘릴 수도 없고, 채널을 늘리려 해도 규제, 허가 산업이므로 불가능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저가 공세를 극복할 대안이 부족했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국내 인기 품목을 소개하며 활로를 찾을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지만 한국과의 구매력 차이로 인해 아직 지지부진하다.

특히 홈쇼핑도 저가를 표방했지만 판매시간이 제한적이므로 단위 시간당 매출을 올려야 했고, 그 결과 단위 구매량이 컸다. 즉 객단가는 낮지만 쓸데없이 많이 사게 되어 버리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흔해 불평이 많았다. 이를 온라인 쇼핑몰이 깨끗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

이렇게 대세가 된 온라인 쇼핑몰들은 행복한가?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성이 내려간다. 즉 생활이 편해지고 스마트해질수록 혜택은 소비자에게로만 돌아가고 기업들은 말라 간다. 온라인 업체들이 제살 깎아 먹는 경쟁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빅데이터(big data)를 모아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언젠가는 할 수 있고, 그것만이 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먼저 소비자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한 곳만 살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효율화된 스마트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한편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할인점이나 아웃렛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싸게 사기 보다는 편하게 사고 싶다. 많이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편의점을 찾는다. 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이 바꿔 놓은 장면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이 인기다. 사실 한국은 저렴한 대중음식점이 발달해 있고 낮은 인건비 덕분에 배달도 잘 되어 이런 편의점 간편식이 일본처럼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으로 인기가 검증된 제품을 바탕으로 대중에 접근했다. 어쩌면 편의점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그들만의 PL(Private Label) 상품을 내 놓는 등 수요를 창조하는 선봉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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