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증시가 약했었다. 또 여름에는 원래 약세장이라는 이야기도 더해졌다. 1973년 이후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0%가량인 반면 5~9월 평균 수익률은 제로에 가깝다. 또 미국이 중국에 가장 적대적인 베트남과 가까워지며 중국을 자극하는 것도 불안했다.
그런데 금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로 재무장관들과 IMF가 만나 그리스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는 모습이다. IMF를 통해 미국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이 시스템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즉 금리를 올려도 눈치를 보아 가며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중국과의 갈등도 외교차원에 국한될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경제는 경제대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이 EU탈퇴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는데 투표일(6월 23일)이 다가올수록 사전 의견 조사에서 잔류 의사가 탈퇴하자는 쪽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도 랠리를 불러왔다.
빈번하게 증시의 방향이 바뀌는 모습을 토끼장세(bunny market)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2014년말까지는 거시경제 변수를 놓고 베팅(betting)을 했을 때 그 추세가 한 달은 지속됐는데 이제는 일주일만에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고 점점 더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주식형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내 평균 현금보유율이 5.5%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2011년 미국이 공화당의 반대로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해 디폴트 우려가 생겼을 때보다, 그리고 그리스의 유로 탈퇴 우려가 고조됐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준 돈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는 주식을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미국조차도 생산성이 30년만에 둔화되었다. 선진국은 모든 것이 개발됐고, 경제가 정체됐으므로 생산성이 개선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데 그 여력을 얻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트럼프는 설비를 해체해서 블루 칼라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자고 호소한다(anti-establishment). 그가 예상 외의 지지를 얻는 것을 보면 미국도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문제는 토끼장세가 역사적으로 오랜 강세장의 종료, 또는 약세장의 시작 전에 나타났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불길한 징조이므로 투자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증시에서도 화끈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자산들이 있다. 귀금속과 배당주이다. 앞으로 성장 또는 부가가치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과거에 벌어 놓은 돈이 더 커 보일 것이다. 현금을 많이 벌어 쌓아 놓고 배당으로 나눠줄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 그 동안의 엄청난 양적완화를 감안하면 기업부도 우려로 인한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가 훨씬 더 줄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아직 신용위험을 걱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 귀금속과 같은 안전자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그리고 배당주처럼 채권 같은 주식에 더욱 관심이 가는 추세이다.
만일 미국이 조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하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때 기업은 신용등급을 개선하기 위해 잉여자금으로, 또는 사들였던 자사주를 팔아 부채를 상환하려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인기가 있었던 자사주 매입 소각 펀드는 초라해질 수 있다. 반면 배당성향은 함부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배당주 펀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 수익은 떨어지고 투자위험만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점점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정치인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달래며 자산가격 버블을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