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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그 이후…

등록일 2016-06-27 02:01 게재일 2016-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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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영국 국민들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세계가 쇼크를 받고 있다. 사실 영국은 EU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가 건강한 편이다. 실업률도 5%대, GDP성장률도 연 2%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세계는 이토록 떨어야 하는가? 결국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이유가 영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이다.

80년대 이후 “큰 것이 아름답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였으므로 70년대 닉슨쇼크, 오일쇼크처럼 시장 기능에 차질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즉 시장을 크게 통합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일을 해서 소비자들이 양질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이런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유주의가 득세했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조직을 대형화하면서 효율화를 추구했고 그만큼 원가경쟁력을 얻었는데 그 과정에서 “큰 것이 망하지 않더라”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좀 방만해지거나 무모한 투자를 해도 무너지지 않으면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역기능이 생겼다.

이제 큰 조직이 깨지기 시작하면 규모에서 오는 효율성은 소멸된다. 즉 원가가 상승하고 비용상승 인플레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또한 대마불사 밑에 숨어 있던 기업들의 부실 및 도산 위험이 드러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산가격 거품을 터뜨리는 요인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취약해져 있어 작은 충격에도 세계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위험은 금융기관의 도산 위기라고 해도 좋다. 세계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는데 그 독(poison)은 금융기관으로 번졌다. 즉 장단기 금리차를 먹고 사는 금융기관들인데 그 먹이가 없어지고 심지어 금리가 마이너스로 들어가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조차 마이너스로 들어갔다. 보험사처럼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약한 곳은 국채를 살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기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간다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 그래서 아직 금리가 플러스인 장기 국채를 선취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 결과 30년물, 50년물, 심지어 100년물까지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오른다. 즉 이들의 금리도 제로(zero)를 향해 추락 중이다.

경제도 살기 위해 적응해가는 유기체이다. 각국 정부는 시스템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말이다. EU도 영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더 들어주며 타협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보자. “곶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찮은 영국이 EU를 이탈해 살 길을 찾아보고, 미국조차 트럼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등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이유는 오랜 경기 침체에 지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흥시장의 인구조차 늙었고, 이로 인한 침체는 구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큰 시장이 주는 혜택은 별 위안이 안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향해 떠나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기존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는 세력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규모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브렉시트가 그 서막이었다고 회상할 날이 올 것이다. 단, 그 과도기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 그럴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강해진다.

한편 궁극적인 해법은 신성장동력의 발견이다. 그것은 인간의 머리 속에 있다. 살기 어려울수록 비상한 창의적 생각들이 나타난다. 기존의 규제들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으나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규제는 빠르게 해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규제에 눌려 창의성이 사업화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업종은 유전자와 금융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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