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는 IOT(사물인터넷) 시장을 겨냥해 영국의 ARM 인수를 결정했다. ARM은 컴퓨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application processor)의 기본 틀(architecture)을 개발한다. 데스크톱(desk-top) PC같이 운영체계가 무거운 컴퓨터가 대세였던 시절에는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힘을 합해 이 부문을 지배했으나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저전력 솔루션(solution)이 필요해졌고, 여기서 경쟁력이 있는 ARM이 주도권을 넘겨 받았다.
사물인터넷의 핵심개념도 기계장치들 사이의 교신(connectivity)이고, 고립된 기계장치일수록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배터리 기반의 저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이므로 ARM의 가치를 높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데 인수가격으로 2016년 ARM 순이익의 60배를 지불한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125조원까지 불어 났다. 스프린트 인수도 사물인터넷 시대 도래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서비스 할 수 있는 수단(vehicle)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스프린트는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딜(deal)은 해 볼만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가 절하된 만큼 파운드로 거래되는 ARM지분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또 지금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하에서 버틸 수 있다. 만일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로 인한 부담이 구체화되겠지만 손정의씨는 “향후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생긴다면 사물인터넷 같은 신성장 산업이 본격화되어 발생하는 인플레의 경우 외에는 없을 것이므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비용상승인플레 등 그가 가정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인류가 사물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래야 저성장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직관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단, 손정의씨가 고민할만한 사실은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편리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서비스 제공자가 돈벌 수 있는 기회는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지금 ARM이 휴대폰에 공급하는 칩(chip)은 다기능이므로 상대적으로 고가이나 사물인터넷에 공급되는 칩은 단기능이므로 부가가치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물인터넷 보급의 걸림돌은 사이버 보안 문제이다. 개인들의 빅데이터를 얻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킹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해커들이 기계장치들을 털어버리면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사이버 보안을 위한 신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 즉 해킹을 해도 개개인 정보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별 내용을 얻지 못한다. 그 밖에 블록체인의 장점을 소개하면 소비자들의 금융거래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금융기관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보급이 느린 이유가 기득권의 감추고 싶은 정보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세계경제는 성장이 떨어지고 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는 가로등이 저절로 꺼지고, 신호등은 차와 사람들의 교통량을 감안해 최적으로 점멸되며, 서로 교신하며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세상을 손정의는 꿈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즉 사물인터넷은 그 자체로 성장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고통이 시작돼야 하고,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새로운 법규 제정이 필요한데 미국, 우리나라 모두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lame duck)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