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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위해 준비할 것들

등록일 2016-03-28 02:01 게재일 2016-03-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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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미래부와 경기도는 판교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열었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런데 그들은 창조라는 것에 얼마나 익숙할까? 우리의 선배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것은 창의보다는 도전에 가까웠다. 선배들은 “우리는 일요일에도 일했어”라며 그들의 열정에 자부심을 갖는다. 인간은 그런 놀라운 생산성을 보이기 어렵다. 전쟁 이후에 폐허가 된 조국을 보며 선배들의 눈이 뒤집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많이 지쳤다. 지난 반세기 모든 역량을 공업과 상업에 집중하며 전력질주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애를 낳아 키울 여유도 부족했다. 그 결과 인구 노령화가 심각하고, 그만큼 디플레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주입식 교육을 받아 왔다. 여기에 대한 많은 반성이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제 창업이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경제에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창조는 작은 조직에서 일어난다. 누구나 창조의 주체는 자신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은 과거 성장기, 즉 물건을 만들면 다 팔리는 시기에 위력을 발휘했던 규모의 경제를 얻는데 효과적인 조직이었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들어간 지금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한국의 재벌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를 위해 서슴지 않고 소액주주의 부를 희생시켰지만 이제 눈치는 좀 본다. 사실 그들이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편법을 쓰지 않는 한 상속세 50%를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대가 넘어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제 재벌이 해야 할 일은 조직을 작게 나누는 것이다. 직능별로 소사장을 만들고, 작은 단위 조직이 성공하면 독립시켜야 한다. 재벌은 창의적인 소그룹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platform)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그룹들이 재벌 안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고, 재벌의 수명도 연장될 수 있다.

둘째,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명문대의 교내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공부만 잘하면 상류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점점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노력보다 `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금수저, 흙수저 타령이 흘러나온다. 1920년대 기나긴 경제불평등이 있은 후에 경제대공황이 온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한국전쟁 이후 나라가 부숴졌지만 함께 파괴된 것은 계급이었다. 종에게 무슨 생산성을 기대하겠는가? 반상이 사라진 이후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았다.

셋째, 남에게 귀 기울이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창조는 고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철저히 마케팅 중심적이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예민하고 거기서 창조의 아이디어를 찾는다.

직장 내에서도 남의 견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도요타 신화는 서로를 배우고자 하는 문화에서 꽃 피웠다. 사내에 비공식적인 조직들이 많았는데 거기에는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그리고 지위 고하와 상관없이 참여했다. 그 소모임 속에서 한 생산직 기능공은 R&D 임원에게 신차 개발을 배웠다. 그래서 이 기능공은 회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내 놓는 제안들은 생산기능직 차원의 편협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이해하는 창조적인 것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요타 안에는 새로운 창의가 계속 샘솟는 소그룹들이 있었고, 그 위에서 핵심 경쟁력을 키웠다.

정부가 창조에 시동을 건 것에 만시지탄의 감정이 있지만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앞서 지적한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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