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짓

등록일 2016-03-07 02:01 게재일 2016-03-07 18면
스크랩버튼
▲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부채가 많은 영국정부는 EU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그동안 몇 번에 걸쳐 재정지출을 줄여 왔다. 즉, 사회보장과 관련된 지출에 제약을 받으며 내핍을 해 왔던 것이다. 이제는 지쳤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가 추진했던 것처럼 차라리 EU를 떠나 파운드가 절하되더라도 사람답게 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에 의존하는 영국이 최근 금융시장 위축으로 인해 살림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동기는 관료적인 EU에서 독립해 새로운 창조 금융을 시도하자는 의도이다. 일종의 르네상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EU는 완전히 은행중심의 경제이다. 규제들이 대부분 로비(lobby)에 의해 결정된다. 즉 기득권을 옹호하게 되어 있다. 은행을 보호하고 헤지펀드나 핀테크 등 직접금융을 견제한다. 디젤자동차업체를 보호하고 전기차 개발을 억제한다. 기존 제약업체를 돌봐주고 신생 바이오 업체에게 부담을 안긴다. 영국이 어차피 금융중심이라면 신금융을 만드는데 성가신 EU의 규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영국관련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를 보유하고 있는 주변 금융기관의 도산 가능성 때문이다.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만큼 세계의 금융기관들이 취약한 상태이다. 즉 환자를 수술하고 싶어도 환자의 기초체력이 없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세계경제가 너무 얽혀 있는 것도 구조조정을 방해한다.

과거 미국경제가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는 부실이 생겼을 때 신속히 해소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 은행이 도산하면 예금자들이 피해를 떠안고 끝난다. 시장원리가 작동해서 정상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형편이므로 증시도 위쪽으로 방향성을 가질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지금까지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중위험중수익을 찾아 다녔다. 초저금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질 만큼 디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중위험이 아니라 고위험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를 통해 도산할 기업들에게 이자부담을 없애주면서 도산을 막아 왔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기업들의 도산위험(credit risk)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도산위험이 불거지는 순간 세계 자산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금리부담은 막아줬지만 만일 원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쇼크에 빠질 것이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을 보유한 아시아 기업들은 향후 4년간 1조달러의 부채가 만기 도래한다. 80% 이상이 달러부채인데 달러강세로 인해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

마이너스 금리의 의미는 빚을 탕감해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예금자는 여기에 불쾌할 것이다. 지금은 탈출구가 마땅치 않아 머물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부를 지키기 위해서 금 등으로 이탈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그전에 새로운 신성장 돌파구가 생기면 그 쪽으로 쏠릴 것이지만 EU처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관료적인 규제들이 얼만큼 빨리 해소될지 모르겠다.

각국 정부는 초강수를 쓰며 불안을 잠재워 왔다. 그러나 그들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떨어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살기 위한 몸짓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부러질지, 아니면 기적처럼 회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질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당장 저금리를 참지 못해 중위험을 선택하더라도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기간을 단축시키며 돌다리를 두드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김학주 경제마당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