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수력, 원자력으로 만든다. 모자라면 천연가스를 쓴다. 반면 석유는 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수단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며 화학소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전기차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현존하는 기술로 충족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이런 규제를 모두 충족시키다가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차종도 있다.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연비 조작 사고도 생긴다.
각국 정부가 이렇게 전기차로의 이동을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첫째, 자율주행차는 정밀제어가 가능한 전기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보다는 공유`가 대세가 되어 가는 가운데 서민들이 자동차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자동차 공유경제를 만들려면 전기차가 꼭 필요하다.
둘째,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온실가스 배출의 축소를 위함이다. 과거 겨울철에 영국을 가도 골프를 칠 수 있었다. 시베리아 수준의 위도지만 난류 덕분에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겨울처럼 골프장 그린이 얼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폭설이 오는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바닷물이 싱거워지면 해류의 순환이 약해지고, 그 결과 난류가 북쪽까지 올라오지 않아 추워지는 지역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전기로의 이동에 각국 정부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단가 하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즉 전기가 풍부해지는 것이다. 태양광의 경우 발전단가가 석탄발전 수준인 1KWH 당 7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지역들이 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모듈의 합리화가 눈에 띈다. 즉 태양광 패널을 효과적인 구조로 설계, 조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또 소재도 폴리실리콘에서 순도가 높은 모노실리콘으로 넘어오면서 생산성이 개선되었다. 그 결과 100%의 태양광이 전기로 전환되는 비율이 과거 15%에서 지금은 20%로 개선됐고 25%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또그 동안 공급과잉을 만들 정도로 확충됐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생산 단가 하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투자해 볼만한 수혜 산업을 생각해 보자. 첫째,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송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의 송전회사들을 주목해 볼 만하다. 한국은 한전이 송전을 독점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력공급망이 민영화돼 있다. 특히 이들은 과점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원화절하를 고민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국주식은 답이 될 수 있다.
둘째,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 관련산업이다. 그런데 이들의 핵심 부가가치인 자율주행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2차전지는 개발자인 구글, 에플, 테슬라 등이 차지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경량화에 관심을 갖자. 전기차의 한계 중 하나는 출력이 약하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차체를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연구되어 왔지만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다는 한계 때문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열이 훨씬 덜 발생되므로 이제는 폭 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은값 상승세도 안전자산 선호 외에 태양광 수요 회복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은(silver)은 태양광의 전도체로 사용되며 패널 하나당 120-140mg이 소요된다. 사실 잉크젯(ink jet) 등 신기술로 인해 단위당 은 소모량이 감소할 줄 알았지만 그 부분의 기술 개선은 답보 상태인 반면 다른 쪽에서 원가 절감이 이뤄지며 태양광 수요가 열리고 있다. 덕분에 은 수요가 증가한다.
석유는 운송수단에서의 에너지 주도권을 전기에게 양보할 것이고, 화학소재에서도 천연가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산업이 아직도 화학, 정유, 조선 등 석유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다는 것이다. 전기로 급하게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