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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남긴 희망과 과제들

등록일 2016-03-21 02:01 게재일 2016-03-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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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한국경제가 디플레 압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통일이라면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는 `로보틱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 주위의 사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져 그것들로 교체된다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물인터넷(IOT)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알파고는 이세돌을 물리치면서 위용을 자랑했다. 과연 인공지능은 얼마나 빨리 우리 생활에 녹아들까? 최근에 등장한 인공지능인 딥러닝(deep learning)은 로봇에게 과거의 데이터를 입력해서 로봇 스스로가 학습하고 패턴(pattern)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바둑은 19x19줄 판에서 과거에 있었던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으므로 좋은 참고 자료를 로봇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바둑은 로봇이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업계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했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로봇이 일정 패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노련한 투자권유자(private banker)들이 그들의 경험을 팔며 높은 자문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진입한 이후 동일 자산 내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드물다. 즉 하나의 자산, 또는 한 지역을 심도 있게 공부해서 의미있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차라리 세계의 다양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alpha)을 조금씩 뜯어 모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간이 세계 전체 자산을 커버하는 것은 역부족이므로 로봇에게 부탁하게 됐다. 또한 최근에는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주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변수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에 민감해지고, 여기에 동질적인 기대를 갖게 됐다. 그 결과 로봇이 일하기 편해진 환경이다.

한편 최근 골드만삭스는 연금의 자산배분을 담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Honest Dollar)를 인수했다. 고객의 제약조건을 파악하고, 투자조건이 계속 변하는 다양한 자산을 관찰해서 고객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반영시키는 작업은 인간보다 지치지 않는 로봇에게 더 어울려 보인다. 한국에서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됐는데 여기서의 자산배분에도 로보어드바이저는 효과적일 것이다.

반면 인공지능이 당장 자율주행차에 적용되기는 무리다.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한 번 질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인명 사고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최선의 가능성을 본다.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개발에 앞서 최악의 경우를 검토한다.

얼마 전 구글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상황 발생시 주위를 관찰하고, 최적화된 판단을 신속하게 내리는데 있어 아직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했다. 또한 돌발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시켜야 하는지 윤리적인 선택도 과제이다. 이런 문제들이 검토되고 법규화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당장 로봇이 들어오기에 앞서 좀 더 정밀제어될 수 있는 디지털화가 선행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일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인간과 로봇이 할 일을 나눈다고 생각하자. 단순한 기억은 로봇에게 맡기고, 더 많은 일을 로봇에게 시켜 부가가치를 만들면 된다. 빅데이터가 쌓여가며 로봇이 더 많고 정확한 패턴을 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이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젊은이들의 수학 기피현상이다. 수학이 쉽지 않은 학문이지만 그들의 미래를 찬란하게 바꿔줄 것임을 안다면 이겨낼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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