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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진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30일부터 9월 3일까지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리는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대구를 치맥열풍 속에 몰아넣고 있다. 매년 7월 중순, 무더위 속에 열리던 축제가 두류운동장 공사 때문에 올해는 40일 가량 늦춰졌다.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치킨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2013년 처음 열렸다. 햇수로 11년째다.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열리고 있다.대구치맥페스티벌은 첫해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무더위로 소문난 대구에서 치맥페스티벌을 연다는 소식에 치킨과 맥주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27만 명이 현장을 찾았다.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어느덧 외국인 등 관람객 100만 명이 넘는 한국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치맥 열풍에 편승, 단박에 전국 축제로 등극했다.대구는 ‘치킨 성지’로 불린다. 교촌치킨, 땅땅치킨, 별별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대구에서 출발한 유명 브랜드가 많다. 치킨 문화의 산실이자 원조다. 여기에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 치킨 관련 외식산업과 폭염이 축제 성공을 이끌었다. 여름밤 치킨과 함께 마시는 맥주는 궁합이 절묘하게 맞았다. 2015년부터는 대구치맥산업협회를 발족, 전문화를 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현장 생맥주 판매, 축제 캐릭터 개발, 이색 식음공간, 치맥비치존 운영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올해는 체험·몰입형 킬러 콘텐츠가 곳곳에 배치, 세련미를 더했다. 치맥은 단순한 음주문화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문화의 중심이 됐다. 대구가 선도하는 치킨 문화의 진화는 계속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30

스파이더 부츠

우정구 논설위원 지뢰는 일정구역 땅에 파묻어 놓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나 대상물을 살상 또는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다. 폭발하는 지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5세기 중국에서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때 보편화됐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대전차 무기로까지 활용도가 더 커졌다.지금의 지뢰처럼 폭발력이 강하지는 않으나 적군이 밟으면 피해를 입는 무기는 고대시대부터 있었다. 로마시대에 사용된 릴리아는 땅에 깔대기 모양의 구멍을 파고 그 가운데 날카로운 말뚝 하나를 박아둔 무기였다. 중국 전국시대에도 마름쇠, 귀전이란 이름으로 유사한 무기가 개발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파진포라는 지뢰가 있었다. 가마솥 크기만한 대형지뢰로 땅에 묻어두고 적이 건드리면 폭발하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위력의 무기였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가장 위험하고 곤혹스런 문제로 지뢰를 손꼽는다. 전쟁 후 러시아가 매설한 지뢰밭 규모가 25만㎢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뢰지대로 생긴 것이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 침공 후 지뢰로 팔다리가 절단된 우크라이나군 수가 최대 5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뢰 제거작업에 풍부한 경험과 기술 등을 가진 한국의 지원을 수차례 요청한 바도 있다.스파이더 부츠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뢰 폭발로부터 자국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신발이다. 신발 밑창에 다리 4개를 달아 군인의 발이 지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했다. 이 신발을 착용하면 발이나 다리가 절단되는 치명상은 피할 수 있다. 다만 한 켤레 비용(한화 53만원)이 너무 비싸 모금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전쟁의 아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8-29

‘김영란 법’과 경기(景氣)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추석(9월 29일)을 앞두고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등 선물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속칭 ‘김영란 법(청탁금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선물 상한액 인상이 목적이다.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개정안에 따라 농수산물과 가공품의 선물 상한액을 평상시 10만원(설날·추석 20만원)을 15만원(설날·추석 30만원)으로 상향했다. 선물기간은 설날과 추석 전 24일부터 설날과 추석 후 5일까지다. 다음 달 5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선물 상한액 적용이 가능하다.올해 시행 7년 차인 ‘김영란 법’은 그간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대폭 개선했다. 청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농축수산업계 등 관련 단체들은 농촌에서 농업 생산비 증가와 자연재해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며 상한액 인상을 주장해왔다.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에 선물 가액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식사가액 3만 원은 그대로 두었다. 이처럼 김영란 법은 긍정적인 측면 외에도 사회·경제 현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덕분에 민생 활력을 저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잖다. 축산 분야 생산자들은 인상 폭이 물가 상승률 등을 따르지 못해 기대 밖이라는 반응이다. 실효성에 의문표를 단다.현실과 맞지 않는 가액 기준과 인상 폭, 적용 대상 등을 이유로 해당 법률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정치권은 역풍을 우려, 묵묵부답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경기의 상관관계에 고개가 갸웃한다. 법은 현실과 부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말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28

일주문(一柱門)

우정구 논설위원 산중의 사찰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문이 있다. 일주문(一柱門)이다. 불교의 철학을 담아 기둥을 한 줄로 세웠기 때문에 일주문이라 부른다.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덮어 얹는 것이 보통의 건축 양식이나 일주문은 일직선상에 있는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양식을 취한다.일주문의 백미로 부산 동래 범어사 일주문을 손꼽는다. 2006년 국내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된 일주문이다. 높은 화강암의 주춧돌 위에 건물을 앉혀놓은 상체 비만형 건축물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산과 계곡의 바람과 태풍에도 끄덕이 없다. 한국 불교건축이 가진 독특한 기술 덕분이다.사찰의 일주문이 모두 이처럼 특이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한줄로 기둥을 세운 것은 일심(一心)을 의미한다.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심으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뜻이다.일주문부터는 부처님의 세계다. 비록 담벼락은 없으나 부처님 세계와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와 구분되는 문이다. 이곳을 통과한 모든 사람은 지금부터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불교 문화유산 지정이 그동안 사찰의 주요 불전 위주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일주문이 무더기로 보물로 승격된다.문화재청은 올해 전국 50여 개 사찰 일주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대구 달성 용연사, 합천 해인사 등 6곳의 일주문을 보물로 지정키로 했다. 작년 대구 동화사 등 전국 4개의 일주문이 보물로 지정된 데 이은 추가 지정이다. 일주문의 가치가 늦게나마 제대로 평가를 받아 다행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27

옛명성 찾아 나선 동성로

우정구 논설위원 1960년대부터 대구 동성로는 서울의 명동처럼 젊은이가 몰려드는 거리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곳이다. 대구를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들도 쇼핑코스로 반드시 동성로를 찾을 정도였다.40년 이상 명실공히 대구의 일등 상권으로 군림했고, 대구시민에게는 ‘시내’로 통하던 최대 번화가다. 남쪽으로는 반월당, 서쪽은 중앙대로와 종로, 북쪽은 대구역, 동쪽은 공평동일대까지 상권이 뻗혀 있어 규모면에서도 이만한 번화가는 전국적으로 드물다. 주말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활기와 젊음이 넘쳐나던 대구의 명물이다.그러나 2000년 이후 부도심 중심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동성로는 서서히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빈 점포가 늘어나는 등 눈에 띄게 상권이 위축됐다. 동성로 상권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대구백화점도 그 사이 문을 닫고 말았다.대구시가 침체된 동성로 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관광특구 지정과 청년문화 부흥, 도심공간 구조개편 등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동성로의 옛 명성을 찾아 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성로를 직접 방문하고 “동성로 상권이 살아야 대구 전체가 산다”고 말하고 “동성로를 서울 홍대거리처럼 활기 넘치는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시의 후속조치로 보여진다.동성로는 대구를 상징하는 오랜 전통의 중심 번화가다. 홍 시장의 말처럼 동성로의 부흥은 곧 대구 상권의 부흥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동성로 명예 회복을 위한 대구시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한다면 대구시민들도 크게 환영할 것이다. 대구시의 분발을 촉구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24

보신탕의 종언(終焉)

홍석봉 대구지사장 개를 먹는 민족은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중국이나 마야의 기록에도 남아있다. 프랑스도 1910년대 개고기집 사진으로 미뤄 개를 식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 탐험가들도 극한 상황에선 썰매를 끄는 개를 잡아먹었다.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은 얼마 전 개 식용을 금지했다. 현재 식용 목적으로 개를 집단 사육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개고기는 조선시대 평민들이 즐겨 먹던 고기다. 푸줏간에서 개고기를 함께 팔았다. 정조 대왕도 보신탕을 즐겼다. 먹을 것이 귀했던 전쟁 때는 중요한 양식이 됐다. 여름철 더위로 체력소모가 많은 계절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기도 했다. 특히 복날에는 삼계탕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었다. 몸을 보신해 준다고 해서 ‘보신탕’이라고 이름 붙여졌고 여름철 보양 음식의 상징이 됐다.우리의 오랜 보신탕 문화가 운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외국에도 우리네 보신탕 문화를 미개인 취급하며 비난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구 칠성시장에는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개시장이 있다. 얼마 전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칠성시장 개시장과 함께 전국 약 2천개 보신탕 업소를 고발하겠다며 행동에 나서 주목받았다. 비위생적이고 잔혹한 도축과정이 동물학대와 동물권리 유린행위로 낙인찍혔다. 폐쇄를 촉구했다.국회도 개 식용문화 종식에 동참했다. 여야 국회의원 44명은 22일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연내 관련 입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로 보신탕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세태변화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23

덩샤오핑을 떠올리게 한 중국경제

우정구 논설위원 덩샤오핑은 오늘날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대국으로 올라서게 한 원동력이 된 인물이다. 1978년 그가 펼친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은 40여 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덩샤오핑의 어록 중 하나다.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지만 파리, 모기도 들어오는 법”이라 했다. 중국이 심천 등을 경제특구로 개방하자 곳곳에서 음란퇴폐 문화가 동시에 번져나갔다. 이에 일부 비판론자들이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으로 자본주의의 쓰레기 문화가 유입된 탓이라고 비난하자 이에 그가 응답한 대답이다.1979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흑묘백묘론을 주장했다.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사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그의 개방 경제정책을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말로 유명하다.중국경제가 40여 년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덩샤오핑 이후 줄곧 성장하던 중국경제가 올들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부동산발 신용위기까지 겹치자 경기침체를 넘어 위기론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중국의 최대 부동산개발 회사인 비구이위안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부동산업계의 도미노 부도위기가 확산되고, 금융권으로 부실이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중국의 경제위기에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의 부작용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나 중국과 거래가 많은 한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 우려된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관광이 허용됐지만 경제위기 속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유커들의 소비가 움츠러들 가능성도 높다. 실사구시를 추구한 덩샤오핑이 생각나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22

향기산업이 뜬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향료를 조합, 가공해 향수를 만들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향기산업이 뜨고 있다.향기산업이 치유와 힐링의 영역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확대되고 이종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환경·식음료 등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향기산업은 국내 시장 규모만 2025년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향기산업과 AI(인공지능), IoT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센테크(Scent-tech)의 발달과 함께 시장 규모와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센테크(Scent-tech)는 향기의 단순 조절을 넘어 전송·수신·감지 및 조합·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새로운 향료 발굴, 개인별 선호 향기 분사와 악취 제거, 시청각 자료에 향기를 입히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최근에는 ‘원하는 공간’에 ‘원하는 향’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농도’로 사용하는 향기 조절 장치 및 발향 기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센테크는 멀미 완화 및 수면 무호흡증 치료, 환자의 호흡을 탐지해 암을 진단하는 등 의료 분야로까지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이스라엘의 한 업체는 향기를 활용한 수면 장애치료 디지털 기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한 대학은 전자 코를 활용해 암을 발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향기산업 전문가양성과정’을 만들어 교육생을 모집, 관심을 끈다. 지역의 향기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프랑스의 향기산업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해 향기 마케팅, 향인지 관련 뇌과학 기초 과정 등으로 진행된다. 향기산업이 지역의 새로운 미래 산업의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21

할랄식품

우정구 논설위원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의 음식문화는 허용된 것을 할람, 금지된 것을 하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코란에서는 죽은고기와 피와 돼지고기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고기는 금하고 있다. 곡물, 과일, 채소, 해산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으나 육류는 엄격한 규정을 두어 이슬람식 도축법에 따른 것에 한해 식용을 허용하고 있다.이슬람식 도축법인 이른바 다비하(Dhabihah)는 단칼에 정맥을 끊는 도축 방식이다.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인도적 도축법에서 고안한 것이라 한다.할랄식품은 무슬림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세계 식품시장에서 26%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증가율도 가팔라 세계 식품시장 연평균 증가율 2∼3%보다 3배가량 높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할랄인증을 받은 한우를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수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내 할랄전용 도축장도 만들었다.우리나라에는 2020년 기준 무슬림국가 출신 재한 외국인을 포함해 26만명 정도의 무슬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이태원은 한국 내 무슬림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가 한국에서는 아직은 낯설은 감이 없지 않다.세계적으로 보면 최근 많은 나라들이 할랄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구의 95%가 불교신자인 태국도 할랄식품의 수출산업 육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대구시가 올해를 할랄시장 활성화 원년으로 삼고 지역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 등 아직은 낯선 이슬람문화가 이번을 계기로 대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20

무궁화 찾아보기

우정구 논설위원 역사적으로 볼 때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꽃이다. 중국 지리지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훈화초가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조선 시대부터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했던 꽃으로 짐작이 된다.특히 고대시대는 신성시되는 식물로 여겨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전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장원급제자 머리에 꽂아주는 꽃도 무궁화다. 또 혼례때 입는 활옷에도 무궁화를 수놓았다고 한다.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표상으로 백성들은 무궁화를 사랑했고, 무궁화에 대한 사랑이 곧 애국애족의 정신이라 생각했다. 일본은 무궁화가 한국 민족의 상징적 꽃이라는 것을 알고 전국적으로 무궁화 꽃을 뽑아 불태워 버리기도 했다.그래서 광복절만 되면 매스컴에서는 무궁화꽃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가 개화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일 새롭게 꽃이 피고 진다. 보통 한그루에서 2천∼3천개의 꽃송이를 피우고 진다. 꽃말은 일편단심 혹은 영원 등으로 불린다. 매일 꽃이 피고 지니까 불굴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우리 민족의 인내와 끈기에 비유되기도 한다.무궁화는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국화(國花)는 아니다. 그러나 애국가 후렴에 등장할 정도로 대표적 꽃이어서 관습적으로 국가나 국민이 국화로 여기고 있다.지난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2007년부터 대한민국 나라 꽃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 주도로 제정한 날이다. 봄철에 피는 벚꽃만큼 쉽게 만나지는 못하나 광복의 달을 맞이하여 애국애족의 꽃 무궁화 명승지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17

동물의 복지와 권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3월 설문조사한 결과 ‘동물에게도 생명권 등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응답이 7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동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사설농장 등에서 키우던 곰과 사자 등의 탈출 소동이 잇따르자 동물보호단체가 정부에 야생동물 사육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가 마취총을 맞고 숨진 데 이어 경북 고령에서 농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자 야생동물 사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방안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사육 동물의 잇단 탈출은 관리부실과 열악한 시설 탓이 크다. 현재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고 있으나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에서 탈출한 동물들은 대부분 사살된다. 산채로 포획되는 경우는 드물다.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동물농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탈출했다가 농장 인근에서 출동한 엽사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지난해 12월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3마리도 사살됐다.사자와 곰 등은 대부분 어린이 관람용으로 사육한다. 한때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불법 사육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여름철 몸보신을 위해 개를 잡는 풍토도 찾기 힘들어졌다. 사람과 똑같이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사설 동물농장 및 동물원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할 때가 됐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다. 동물의 복지와 권리까지 챙겨야 하는 세상이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16

올드보이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5세다. 국제의원연맹(IPU)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국회 평균연령은 G20 국가 중 3등이다. 미국 58.4세로 가장 높고 일본 55.5세, 다음이 우리다. 가장 낮은 이탈리아보다 10살 정도 더 높다.각 계층 대변을 국회 평균연령으로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위연령(43.2세)과 비교해 볼 때 10살 이상 차이가 나 국회의 평균 연령대가 높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국회의 평균연령이 높다는 비판은 이미 많았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평균 40대인 것과 비교할 때 더 그렇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노령화 추세에 비춰 볼 때 장차는 국회의 평균연령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고령보다 고령의 정치가 젊은 정치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 있다. 21대 국회의 2030의 비율은 고작 4.3%다. 전체 중 2030세대가 13명 정도다.최근 미국에서도 장로(長老)정치라는 단어가 뜨거운 논쟁거리라 한다. 미 상하의원 중 20여 명이 80∼90세의 고령에도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81세 바이든 대통령과 77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출마가 유력하자 올드보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공개석상에서 여러 번 넘어지는 실수를 범해 이런 우려를 키웠다.최근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고령의 다선의원 용퇴를 촉구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선출직은 선거로 심판을 받는다”며 반박을 했다.나이만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젊음과 패기에 맞서는 연륜과 노련함도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15

長壽의 섬 울릉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 진나라 황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염원해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등지로 사신을 보내 불로초를 구하려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염원한 불로장생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는 49살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늙지 않는다는 불로초가 실존하지는 않지만 인류는 오래 살기를 염원하면서 질병과의 싸움을 거듭한 끝에 인간의 수명을 꾸준히 늘렸다. 통계에 따르면 1900년도 세계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31세였고, 1950년대 와서 평균 49세로 높아졌다. 2020년에는 1900년도의 두배가 넘는 평균 73세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4세다.최근 질병관리청 자료에 의하면 울릉군은 전국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도시로 밝혀졌다. 울릉군의 건강수명은 77.4세로 전국 평균 70.9세보다 6.5세가 높았다. 또 전국에서 가장 짧은 부산의 부산진구 64.9세보다는 무려 12.5세가 높았다.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기간을 뺀 수명을 말한다.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평균 외래진료 횟수가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 의료기술과 의료복지가 잘 돼 있어 OECD 국가 중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등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이런 의료 현실과는 다르게 울릉군의 의료환경은 열악하다. 실제 병원 역할을 하는 곳은 보건의료원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건강수명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눈여겨볼만 한 일이다.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이란 특수성과 울릉군의 뛰어난 자연환경, 맑은 공기, 좋은 물 등이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준 탓은 아닐까. 이번 조사로 울릉군이 전국 최고 청정지역임이 입증된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13

성주참외의 진가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산 참외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일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이를 코리안 멜론으로 부른다.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분류학적으로는 멜론의 한 변종이다.멜론과 오이의 중간 정도의 맛을 가지고 있다. 참외의 어원도 좋다, 뛰어나다는 뜻의 ‘참’과 ‘오이’를 축약해 참외로 불렀다.수분 함량이 90%이상 차지해 수박과 더불어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손꼽힌다. 지금은 하우스재배가 가능해 연중 생산되지만 여름이 제철인 과일이다. 비타민C가 풍부해 기미, 주근깨 예방에 좋고 피부노화를 늦춰져 여성에게 특히 좋다. 또 무더위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참외 씨를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속설이 있으나 씨앗에 붙어 있는 태좌는 식이섬유가 많아 씨앗을 같이 먹는 것이 오히려 좋다.참외하면 경북 성주다. 우리나라 생산량의 80%가 성주에서 생산된다. 성주군은 50년 전부터 참외를 많이 재배해 왔다. 낙동강 연안에 위치한 비옥하고 넓은 토지와 풍부한 일조량이 있어서다.성주군에서 생산되는 참외 규모가 연 6천억원 정도다. 제주 다음으로 조수익 규모가 크다. 성주군내 3천800여 참외 농가 중 44%가 억대 조수익을 올리는 부농이다.지난 4일 일본 소비자청은 한국산 참외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해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을 허가했다. 참외에 함유된 가바(GABA) 성분이 일과 공부 등으로 인한 일시적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청에 등록된 기능성표시식품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한국산 참외의 진가가 인정된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10

태풍 경로

홍석봉 대구지사장 태풍은 대개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천천히 서진한 후 소멸하는 경로를 취하는 것과 발생 후 북상해 북위 20~30도 부근에서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꾼 다음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지만 태풍의 진로는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태풍은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 있기도 하며, 원 모양으로 움직이기도 해 진로 예측을 어렵게 한다. 태풍의 약 12%가 이상 행보를 한다는 통계도 있다.북상 중인 6호 태풍 ‘카눈’ 때문에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카눈의 궤적이 이례적이다. ‘카눈’은 갈지(之)자 행보를 하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오키나와를 거쳐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오키나와를 강타한 카눈이 대만 동쪽 해상까지 갔다가 갑자기 ‘유턴’해 다시 오키나와를 덮쳤다. 이어 북쪽으로 방향을 90도 꺾어 일본 규슈 방면으로 향했다. 기상청은 카눈이 10일 오전 경남 통영 인근에 상륙 후 한반도를 관통해 11일 오전 북한 평양 부근에 이르겠다고 예보했다.전문가들은 카눈이 특이한 궤적을 보이는 이유가 태평양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에 막혀 길을 찾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카눈은 당초 부산에 상륙, 포항 등을 거쳐 동해안을 훑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로를 점차 서쪽으로 바꿔 통영 상륙이 예보됐다. 많은 강우와 강풍을 동반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더구나 지난번 집중호우 피해 복구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마당이다.카눈(KHANU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열대과일의 이름을 따왔다. 8월 들어 태풍의 내습이 본격화 됐다. 앞으로 어떤 태풍이 더 닥칠 지 알 수 없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9

건강한 여름나기

우정구 논설위원 더위를 표현한 우리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습도가 높아 찌는듯한 더위 때는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으로 표현하고 습도가 높지 않으나 햇볕이 뜨겁게 내리 쬐는 더위를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라 부른다.한자말로 삼복염천(三伏炎天)은 삼복기간의 매우 더운 날을 이르는 표현인데 지금이 그 시기다. 지금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이 있어 혹독한 한여름 더위도 그런대로 시원하게 보낼 수가 있다. 그러나 문명이기 혜택을 못 누린 우리의 조상들은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하다.조선시대 왕들의 여름나기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보면 조금씩은 알 수 있다. 당시 왕들도 기발한 피서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개가 궁내 후궁 피서지인 창덕궁 후원에서 수박과 참외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게 고작이다.조선 7대 왕 세조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대산 계곡을 자주 찾은 것으로 기록돼 있고, 22대 정조는 책을 읽으며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선다. 그래서 더운 기운이 몸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조선시대 양반들은 산수가 좋은 계곡을 찾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읊으며 경치를 즐기는 탁족회를 자주 즐겼다. 집안에서는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차가운 감촉의 죽부인과 부채 등으로 더위를 달랬다.유난히 더운 여름을 맞고 있다. 14일째 전국에 걸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여름철 전력 수요도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급증한다. 건강한 여름나기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08

‘묻지마 범죄’와 대책 없는 사회

홍석봉 대구지사장 ‘묻지마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인과관계가 명확한 강력범죄와는 달리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비가 어렵다. 언제든지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회를 긴장에 빠트린다.묻지마 범죄가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사회의 병폐의 산물로 ‘선진국형 범죄’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원인을 사회의 부조리로 돌리는 변명일 뿐이라는 진단도 있다.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죄다. 대부분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가 대상이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막가파식 행동과 증오범죄도 한 유형이다.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범행 동기는 사회에 대한 불만, 자기처지 비관, 상대방의 의도 오해석, 분풀이, 환각·망상, 재미·자기과시·이유 없음 등 다양하다. 정신질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소외와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분노와 원망이 폭력 행위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도 쉽지 않다.일본도 장기불황이후 묻지마 범죄가 속출,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양극화, 차별, 실업, 경제적 불황 등에 노숙자와 난민, 이민자 등 문제가 뒤엉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다.우리 사회가 최근 묻지마 범죄로 충격에 빠졌다. 외톨이형 은둔자와 정신질환자 등의 묻지마 폭력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정신질환자 등 관리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책 없는 사회가 더 두렵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7

모방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인간은 모방을 통해서 지식을 축적하고 학습의 효과를 높여간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모방은 본능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면 모방의 긍정 효과다.그러나 모방 본능이 범죄로 옮겨진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묻지마 흉기난동이 잇따라 터지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터진 데 이어 분당 서초역 일대에서 또다시 끔찍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하루 사이 온라인상에는 40건이 넘는 살인예고 게시글이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 상당수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시민에겐 큰 불안이 아닐 수 없다.경찰이 관련 게시글에 대한 조사에 나서 이 중 18건의 작성자를 검거, 범행 혐의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같은 대응이 모방범죄를 근본 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세계에서 안전한 국가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무차별 흉악범죄가 잇따라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이 받은 충격은 실로 크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됐는지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더 문제는 범죄를 본뜬 모방범죄가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속출하자 전 세계에서 흰색가루를 우편물에 넣어 배달하는 가짜 탄저병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모방범죄는 즉각적이고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죄 장소와 시기, 대상을 예측을 할 수 없어 대응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경찰이 장갑차까지 등장시키는 초강수를 썼다. 모방범죄 억제에 효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8-06

경로사상 알기나 하나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100세 이상 장수한 노인에게 국가가 청려장을 수여한다. 1년생 풀인 명아주의 줄기로 만든 청려장은 가볍고 단단해 노인들이 지니기에 적합한 지팡이라 건강 장수의 상징으로 통한다.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는 장수한 노인에게 국장(國杖)이라는 이름으로 지팡이를 준 전통이 있다. 시대를 떠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국가가 장수 지팡이를 통해 예를 표한 사례다.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또 10월 한달을 경로의 달로 정해 국가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북돋운다. 특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의 공로를 치하하고 시상도 한다.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도 노인에 대한 공경의식은 성경에도 나오듯 도덕의 기본이다. 유교문화가 깊은 우리는 삼강오륜을 통해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가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쳐 왔다.특히 오륜 중 하나인 장유유서 (長幼有序)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으뜸으로 꼽았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다.어쩌다 노인이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는지 어이가 없다. 정치권 중진들 입에서 노인비하 발언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노인에 대한 그들의 평소 사고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최근 더불어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게 합리적”이란 취지의 발언은 정치가 노인을 깔본 또 하나의 사례이다.나도 늙어간다는 단순한 진리조차 까먹고 마구 떠벌이는 일부 정치인의 낮은 수준이 부끄러울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8-03

라이브 커머스의 질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 방송인 ‘라이브 커머스’가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실시간 방송 판매’를 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생방송 진행 동안 이용자가 채팅을 통해 진행자나 다른 구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방송 진행자에게 채팅 글을 남기며 궁금한 것을 묻고 진행자는 소비자의 질문에 말로 답한다. 다른 구매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자유롭게 글을 남기며 물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온라인에 입점한 사업자는 누구나 손쉽게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 구성과 판매의 폭이 넓다. 방송 중에는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일상 공유, 질문과 답변, 현장 이벤트 등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TV 홈쇼핑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이 높다. 소통과 쇼핑을 결합해 재미와 관심을 높였다. 비대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즉석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어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MZ세대 취향에도 맞다. 그들이 주요 고객이다.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카카오의 ‘톡 딜라이브’, 티몬의 ‘티비온라이브’등이 대표적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다.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천억원에서 2021년 2조8천억원, 올해는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은 성장세지만 아직 인지도가 떨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현재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온라인 쇼핑에서 2%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갈길이 먼 셈이다. 경북도는 얼마 전 자체 쇼핑몰 ‘사이소’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해 호우피해 모금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외연 확대가 놀랍다. 라이브 커머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