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대구지사장
‘묻지마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인과관계가 명확한 강력범죄와는 달리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비가 어렵다. 언제든지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회를 긴장에 빠트린다.묻지마 범죄가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사회의 병폐의 산물로 ‘선진국형 범죄’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원인을 사회의 부조리로 돌리는 변명일 뿐이라는 진단도 있다.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죄다. 대부분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가 대상이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막가파식 행동과 증오범죄도 한 유형이다.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범행 동기는 사회에 대한 불만, 자기처지 비관, 상대방의 의도 오해석, 분풀이, 환각·망상, 재미·자기과시·이유 없음 등 다양하다. 정신질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소외와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분노와 원망이 폭력 행위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도 쉽지 않다.일본도 장기불황이후 묻지마 범죄가 속출,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양극화, 차별, 실업, 경제적 불황 등에 노숙자와 난민, 이민자 등 문제가 뒤엉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다.우리 사회가 최근 묻지마 범죄로 충격에 빠졌다. 외톨이형 은둔자와 정신질환자 등의 묻지마 폭력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정신질환자 등 관리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책 없는 사회가 더 두렵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