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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베이비 박스

우정구 논설위원 베이비 박스는 키울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베이비 박스가 정부와 상관없이 민간에 의해서만 자체 운영되고 있다.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2009년 처음 만든 것이 시초다. 이 목사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아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베이비 박스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산모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보루로 알려진 장소다. 우리나라서는 지난 14년 동안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이가 무려 2천220명에 이른다고 한다.베이비 박스의 원조는 유럽이다. 중세시대에는 꽤 많았다고 전한다. 공식기록으로는 1198년 교황 이노첸시오 3세가 이탈리아 전역에 베이비 박스를 시행한 기록이 있다. 당시 영아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원치 않는 아이를 대신 처리하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서는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가 유지된다.베이비 박스 운영을 두고 옳다, 그렇지 않다는 찬반 논란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버려질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반복 제기되는 것이다.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신생아 유기사건 등이 드러나자 버려진 아이를 받아온 베이비 박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가 법률적 유기로 해석되면서 관련 친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경위야 어쨌던 정부를 대신해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온 베이비 박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4

대구어린이회관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어린이회관이 40년 만에 옛 껍질을 벗고 새 모습을 선보였다. 2년 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대구어린이세상’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어린이회관은 1983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 14만7천㎡ 넓이에 건립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어린이 시설이다. 특별한 놀이시설 등이 없던 시절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단골로 찾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와 빈약한 전시콘텐츠 등으로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게임 및 놀이동산 등 다양한 오락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백화점에만 가도 갖가지 수중생물이 헤엄치는 아쿠아리움에서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놀이동산에서 탈 것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옛 어린이회관은 이미 시대흐름에 뒤처진 유물과 박제가 된 셈이다.대구시는 2021년부터 시비 345억원을 들여 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전시 위주의 기존 시설을 체험형 가족 놀이·여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꿈누리관은 포토존, 섬유놀이터, 영유아를 위한 놀이공간과 자연 테마의 체험공간, 교육공간으로 조성했다. 꾀꼬리극장은 설비와 객석을 전면교체하고 북카페를 추가, 복합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야외에는 자연 지형을 활용한 숲속 놀이터와 바닥분수 등 각종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어린이세상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유사시설 등 운영 경험이 많은 계명문화대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어린이세상을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맘껏 펼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면 더욱 좋을 터이다. 시설과 콘텐츠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소중한 도심 속 어린이 전용 공간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3

경주 미탄사(味呑寺)

우정구 논설위원 미탄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맛 미(味)자와 삼킬 탄(呑)자가 들어 있어서다. 절 이름과 관련한 사연이 분명 있을 진데 연유는 알 수 없다.미탄사는 신라시대 절로 전해져 오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건립연대, 조성 경위 등은 알려져있지 않았다. 고려시대 지은 삼국유사에 최치원의 옛집인 독서당을 설명하면서 미탄사라는 절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나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 옛터가 최치원의 집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이 기술을 근거로 1980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미탄사지로 추정되는 경주시 구황동 일대에 대한 유물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첫 발굴조사에서 기와편과 토기편, 석재 등의 유물을 출토했으나 토층의 교란이 심해 사찰 영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파괴된 탑재를 모아 삼층탑을 복원한 것은 미탄사의 존재를 알리는 시초가 됐다.이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미탄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미탄사지임이 밝혀졌다. 2017년 이곳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됐다. 8세기 후반 만들어진 탑으로 신라왕경내 현존하는 유일한 탑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왕경내 귀족층이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추정돼 통일신라시대 왕경사찰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삼국유사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미탄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은 절이다. 지난 주말 미탄사의 규모와 건물배치 방식 등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미탄사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전설속 미탄사의 숨은 역사가 더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02

개문냉방 영업 줄어들까

우정구 논설위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최적 실내온도는 얼마가 적정할까?일반적으로 26도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일반가정에 권장하는 온도도 26도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실내온도가 바깥온도보다 5∼6도 정도만 낮아도 충분히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컨의 전략 소비도 18도일 때가 가장 심하고, 26도 이상이면 20% 정도, 28도 때는 50% 정도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올여름은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전기료도 많이 올라 에어컨 가동에 따라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특히 본격 더위가 오면서 개문냉방 영업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어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한국에너지공단이 실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개문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66%의 전력 소비가 느는 것으로 확인했다. 요금은 33%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이 전국 26개 주요 상권지역 업소를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해 보니 전체 5천298개 가운데 1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성로 등지는 26%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신발업종이 개문냉방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업소들은 전기료보다 손님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나 문을 열어 놓으면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들어오기 때문에 개문냉방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올여름 개문냉방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처럼 어느날 갑자기 냉방비 폭탄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29

두 살 젊어졌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만 나이 통일법’이 28일부터 시행됐다. 만 나이 통일법은 각 법령과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만 나이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네 나이 계산법이 여러 가지로 달라 일상생활에서의 혼선은 물론 법률적, 행정적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이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이 법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살로 보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날 때마다 한살씩 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3가지가 혼용돼 왔다.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에 따라 복잡한 나이 계산 방식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이상 없기를 기대한다.하지만 만 나이 적용에는 예외가 있다. 다소간의 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가 취업과 학업, 병역 등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예외의 적용은 자칫 현장에서 혼선을 초래할 여지가 없지 않다. 당국의 용의주도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만 18세 이상 선거권, 노령 연금 수급 시점, 근로자 정년, 만 65세 이상 경로 우대 등 기존 만 나이 기준의 정책과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는 모두 만 나이를 기준 삼아 제정됐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그래도 정부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 법령과 규정의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만 나이 통일법이 정착될 때까지 대국민 홍보 등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오랜 전통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두 살이 젊어진다니…,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8

여름과일 수박의 변신

우정구 논설위원 ‘톰소여의 모험’ 작가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수박을 두고 “한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여름을 상징하는 대표 과일은 누가 뭐래도 수박이다. 과육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섭취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으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돼왔다. 약 500년 전부터는 세계 각지로 널리 전파, 재배되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연산군 일기(1507년)에 수박 재배에 관한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일찍이 수박이 도입된 것으로 짐작이 간다.오늘날 수박은 일반재배는 물론 시설원예를 통해 연중재배가 이뤄져 꼭 제철이 아니더라도 수박을 맛볼 수 있다. 1953년 일본서 귀국한 우장춘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 명성을 떨쳤다.광주에서 생산되는 무등산 수박은 우리나라 토종수박으로 씨앗이 하얀 게 특징이다. 평균 무게가 보통 20kg을 넘어 일반 수박보다 월등히 크다. 일본서는 네모난 수박도 만들어지고 수박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모양과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수박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데 이만한 과일도 없지만 혼자 먹기엔 부담스런 크기다. 냉장고에 보관하기에도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두꺼운 수박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수박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애플수박이다. 보통 수박의 4분의 1 크기다. 껍질이 얇아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다. 1인 가구가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포항 연일읍 중평리 일원에서 재배된 애플수박이 본격 출하된다는 소식이다. 여름철 과일, 수박의 변신이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27

경주 십원빵 소동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주의 명물 간식거리인 ‘십원빵’이 디자인 도용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십원빵은 불국사 다보탑이 그려진 앞면과 숫자가 새겨진 뒷면의 모양이 시중에 유통되는 10원짜리 동전과 똑같다. 1966년 발행된 10원짜리 동전 모양을 본떴다.십원빵은 2020년 처음 선보인 이후 경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주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도 이 빵을 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한국은행이 십원빵이 화폐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며 사용중단을 요청했다. 판매업체들에 공문을 보내고 조폐공사와 함께 법적 대응까지 준비했다.한국은행의 화폐 도안은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별도 승인절차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영리 목적의 사용이 문제가 됐다. 빵 제조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가맹점까지 모집해가며 도안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욕심이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업체들은 한국은행의 강경한 입장에 디자인을 일부 바꾸겠다고 했다. 한은도 한발 물러섰다. 소송 대신 적법한 범위내에서 모양 변경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업체들은 빵을 굽는 틀과 시설, 판촉물 등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십원빵이 화폐 홍보도 하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십원빵은 빵의 도시 경주의 명성에도 한몫했다. 경주는 십원빵 외에도 황남빵과 찰보리빵 등으로 유명하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십원빵이 과연 화폐의 신뢰를 그만큼 해쳤을까. 한국은행의 유연한 대응이 아쉽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6

자영업 수난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자영업이란 남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사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으로 사업을 하고 수익을 얻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대부분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에 치중돼 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563만명의 자영업자가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약 23%다. OECD 평균(15%)보다 높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OECD 국기들보다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영업의 비중은 낮다는 분석을 한다.우리나라 사례를 보면 취업이 잘 안되는 청년층이나 은퇴자 등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 없이 남들 따라 ‘묻지마 창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 창업자의 상당수는 실패로 끝난다. 창업 성공률이 20%도 안 된다고 한다.특히 2020년 시작한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영업은 고된 수난시절을 맞는다.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거나 폐업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가 해제된 지금도 많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얼마 전 전국의 자영업자 1천여 명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최저임금 동결시위를 벌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가 올랐다. 과속 임금으로 자영업이 더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이다.“아프니까 사장이다”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의 제목이다. 웃프게 들리는 카페 제목에서 자영업의 애환을 느낄수 있다. “직원보다 돈 못 버니 제발 좀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는 그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반영될 수 있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6-25

두 자녀가 다자녀인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자녀 출산과 관련한 표어를 시대별로 나열해 보면 그 시대의 출산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이다. 이때 유행한 ‘3.3.35 운동’은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운동이다.1970년대 와서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다. 두 자녀만 갖자는 캠페인이다.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가족 캠페인은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한 자녀보다 둘, 둘보다 셋이 더 행복합니다”는 것이다.출산 캠페인에서 시대적 흐름의 격세감을 느낄 수 있다.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 결혼한 부부가 한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의 절대적 이유다. 합계출산율은 OECD국가 중 꼴찌며 OECD 평균의 절반도 못 따른다.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로서 위기감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넓게 확산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선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은 해마다 되레 낮아지고 있다.구미의 어느 목사 부부가 12명의 자녀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다섯 쌍둥이를 낳은 어느 군인 부부의 육아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한테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올들어 다 출산 장려책으로 각 지자체가 다자녀 기준을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있다. 대구시도 현재 3자녀 이상 기준을 2자녀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두고 고민 중이라 한다. 기준을 완화하면 각종 혜택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두 자녀를 다자녀라 부르는 어색함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22

자인단오제의 진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22일은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단오(음력 5월 5일)다. 우리 지역에는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신라시대부터 전승돼 온 ‘경산자인단오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단위 민속축제다. 축제 내용이 비교적 온전하게 전수돼 지역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무형문화재 44호로 지정됐다. 강릉단오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단오제 축제 반열에 올랐다.신라말에 왜적이 침범하자 한(韓)장군이 누이동생과 함께 꽃관을 쓰고 춤을 추며 왜구를 유인, 섬멸해 지역을 지켜냈다. 한 장군은 이 때부터 자인면의 수호신이 됐다. 한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사당을 짓고 단오절에 제사를 지냈다. 성대한 놀이와 함께 지역 축제로 현재의 자인단오제로 이어졌다. 자인단오제가 22일부터 24일까지 자인면 계정숲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자인단오제의 전통적인 행사뿐만 아니라 젊은 층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문화축제로 열린다고 한다.첫날은 자인단오 다섯마당 공연과 개막식이 개최된다. 둘째 날은 어린이 인형극, 동래학춤, 팝 오케스트라 공연, 고택음악회 등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행사가 펼쳐진다. 마지막 날엔 강릉농악·은율탈춤·전통무예시연 등 공연과 대학장사 씨름대회가 열린다. 다양한 체험마당과 퍼포먼스도 준비돼 있다.사라져가는 전통놀이를 마냥 아쉬워 할 때만이 아니다.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을 찾아 맥을 잇고 더욱 발전시켜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인단오제는 귀한 전통놀이로서 지역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BTS의 감성을 더하면 세계에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또 다른 K컬처가 될 수 있을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1

“외식물가가 문제야”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오르던 국내 소비자 물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잡아가는 모양새다.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 “6∼7월 쯤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이와 함께 라면값 인상 문제를 거론하며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국제 밀가격 상승을 이유로 라면값을 크게 인상했는데, 최근 밀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졌으니 가격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 밀가격이 떨어진 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뜻이다.관련업계도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으나 추 부총리의 언급이 부담스러워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가 물가와 관련해 굳이 라면값을 언급한 것은 라면이 대표 서민음식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그러나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갈 것 같다는 추 총리의 전망에도 국내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3.3% 올랐는데 반해 외식물가는 7% 가까이 뛰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냉면, 자장면, 김밥 등은 지난 5년동안 40%가 올랐다.라면 한그릇 4천500원, 김밥은 한줄에 5천원을 육박한다. 여름철 대중음식인 냉면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1만원이하 식사가 사라졌다는 말과 점심값이 급등했다는 뜻의 런치플레이션이 유행하는 시대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면 2∼3만원의 금액이 사라질 판이니 직장인에게 점심은 매우 부담스런 일이 됐다.따지고 보면 외식물가 상승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다. 정부의 압박으로 라면값이 내리면 외식물가도 잡힐까. 그렇지 않다. 외식물가를 잡을 정부의 특단 대책도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20

퀴어축제 충돌

홍석봉 대구지사장 퀴어(queer)의 사전적 의미는 ‘낯선’, ‘이상한’ 등의 뜻이다. 속어로는 동성애를 뜻한다. ‘게이’, ‘레즈비언’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말로 사용된다.퀴어축제는 지난 1970년 6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진행된 ‘게이프라이드’에서 시작됐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미국 경찰이 게이바 ‘스톤월’을 습격하면서 발생한 시위를 말한다. 퀴어축제는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소수자로서 숨지 말고 당당하게 자긍심과 권리를 세상에 알리자는 취지로 축제를 열었다.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0년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시작된 이래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매년 열린다.하지만 퀴어축제는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을 일반인과 어린이들이 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대구 퀴어축제는 2009년 첫 시작돼 논란에도 불구, 15회째 개최되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대구 퀴어축제를 반대했다. 기독교단체와 상인 등이 대구지법에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퀴어축제는 열렸고 집회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과 집회를 보호하려는 경찰이 충돌했다. 초유의 사태다.성 소수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즐기는 것은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장이나 네거리에서, 타인들이 오해할만한 행동과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국민들이 많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9

소금이 무슨 죄?

우정구 논설위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시중의 소금값이 폭등을 하고 일부서는 사재기 현상도 일어난다고 한다. 일본서 방류하는 오염수가 한국 해역에 도달하면 국내 수산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야당은 일본 원전 방류수와 관련 야외 반대집회에 나섰고, 여당은 야당이 과학적 논쟁은 거부하고 괴담과 선동정치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한다.지금은 흔한 식품이지만 20세기 이전만하더라도 소금은 ‘백색의 황금’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귀중한 자원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생선과 올리브, 치즈, 고기 등을 저장하는데 소금을 사용했고, 군인의 보수를 소금으로 지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중세시대는 소금을 둘러싸고 100년 넘도록 소금전쟁을 벌인 곳도 있다.짠맛을 내는 무취의 흰색 결정체인 소금은 단순히 음식 정도가 아니고 음식 이상으로 인류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물질이다.재화로서 가치가 높은 소금의 유통을 통해 도시 간의 문화와 경제교류가 촉진됐고 소금 교역으로 ‘솔트로드’도 생겼다. 소금은 한때 지금의 석유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소금은 모든 생물체에 있어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성분이 있어 물만큼이나 생리기능에 꼭 필요한 요소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은 소화를 촉진해 식욕을 끌어 올린다. 사람의 체온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땀의 배출을 도와 체온을 식히기도 하고 반대로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데이터를 내놓고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 선동으로 떠들어봐야 국민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공방의 결과가 소금값 폭등이라면 소금을 사먹을 국민만 피해자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18

靑松의 매력

우정구 논설위원 푸른 소나무란 뜻의 청송군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은 그 지역의 생태계가 가진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시각적인 아름다움, 교육적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결정된다. 청송군이 보유한 자연생태가 고고학으로나 역사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훌륭하다는 뜻이다.청송군은 2017년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고 올해는 유네스코로부터 재인증도 받았다. 청송군은 경북의 오지지만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뛰어난 자연환경 등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백악기 시대 형성된 주왕산과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주산지,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등이 있고, 청송사과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전국에서 산소포화도가 가장 좋아 ‘산소카페’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해에 찌들린 대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주의를 도시 컨셉으로 삼은 것은 청송의 자랑이다.이곳에서는 나이와 주소와 상관없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나 그보다 군이 직접 무료버스를 운영함으로써 자동차로 인한 공해를 줄일 수 있다니 청정도시다운 발상이다.2011년 청송은 국제슬로시티에 가입했다. 공해없는 자연으로 돌아가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운동은 자연주의를 표방한 국제사회 운동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가 슬로시티에 가입했으나 청송은 유일하게 바다를 끼지 않은 산촌형 슬로시티라는 게 특징이다.청송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지질학적 가치를 잘 보존해 글로컬 관광도시를 지향하겠다고 한다. 경북의 오지 청송이 추구하는 순수자연도시로의 성공을 기원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5

세계 최고, 울릉도 리조트 코스모스

홍석봉 대구지사장 울릉군 추산리에 있는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는 개장 당시부터 화제를 뿌렸다. 호화 시설과 빼어난 건축미 때문이다. 2021년, 2022년 연속 ‘월드럭셔리 호텔 어워즈 럭셔리 허니문 리조트’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2017년 10월 문을 연 후 4년 만에 세계 최고의 호텔로 등극한 것이다. 세계의 아름다운 건물 20개 중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스모스는 코오롱 그룹이 김찬중 건축가에게 맡겨 설계했다. 건축가는 버킷리스트를 꿈꾸며 현실로 만들었다.코스모스는 울릉도를 단숨에 세계적 여행 명소 반열에 올려놓았다. 오직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울릉도를 찾는 사람이 적잖다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로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미와 인근 송곳 산의 경치가 어우러져 신비감마저 자아낸다.숙박비는 엄청나다. 특급 풀빌라(객실 5개)는 1박 숙박비가 1천만 원을 넘는다. 식사와 교통편, 관광 등 여행경비 일체가 포함돼 있다. 펜션 형태의 숙소(객실 8개)도 1박에 40만~70만 원대로 가격대가 만만찮다. 이마저 객실 수가 적어 예약이 쉽지 않다. 예약돼도 섬의 특성상 풍랑으로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식사 때는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과 부지깽이 나물을 활용한 파스타, 호박 아이스크림 등 특선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코스모스는 울릉도 고릴라 캐릭터를 만들고, 야간 레이저 쇼를 선보이는 등 울릉도 관광 면모를 확 바꿔놓았다.리조트 코스모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외교결례와 내정간섭 논란의 주인공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코오롱 그룹으로부터 리조트 코스모스 이용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고급 호텔 이용권이 접대 수단이 되는 시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4

경찰도 극한직업?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 ‘극한직업’은 마약단속반 형사들이 수사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터치한 수사물이다. 불철주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범인 검거실적이 오르지 않아 애태우는 모습이나 잠복근무 모습 등 비록 영화 속이지만 경찰관의 고된 업무를 잘 묘사하고 있다.경찰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회의 공공질서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옛날부터 이름은 달라도 국가에서 관장하는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는 상존해왔다. 조선시대는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를 포도청이라 불렀다. 포도청 산하의 포졸들은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도둑을 잡는 등 서민의 보호자였다.그러나 말이 좋아 ‘민중의 지팡이’지 하는 일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사건이 터지는 현장마다 쫓아 나가지만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범인을 잡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칼에 찔리거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동료 경찰관도 많다”고 전한다.멕시코의 한 NGO단체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하루 1.65명꼴로 순직하는 경찰이 발생한다고 한다. 대부분 근무 중 피살된 경우로 멕시코 경찰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손꼽힌다.멕시코 경찰처럼 목숨을 잃는 경우는 아니지만 국내서도 해마다 퇴직하는 경찰관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안위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해동안 3천500여명의 경찰이 옷을 벗었다. 4년 전 2천421명보다 46.3%가 증가한 숫자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열악한 처우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한다.민중의 지팡이는 온데간데없고 극한직업에 시달리는 경찰 이미지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3

바가지 상술

홍석봉 대구지사장 ‘바가지 쓰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요금이나 물건 값을 치르는 데 있어서 억울하게 손해를 보다’는 뜻과 ‘어떤 일에 대해 억울하게 책임을 지게 되다’는 뜻이다.‘바가지 쓰다’는 말은 개화기 시절, 일본의 화투와 함께 유행한 도박 중 하나인 중국의 ‘십인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노름은 패를 돌리는 사람이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돌리다 엎어놓은 후 숫자를 호명하면, 도박꾼들은 숫자에 해당된다고 믿는 바가지에 돈을 거는 것이다. 도박꾼들은 대개 돈을 잃었다. 당시 노름에서 돈이 털린 것을 ‘바가지 썼다’고 했다. 이후 ‘터무니없이 손해 보는 경우’를 빗댄 말이 됐다. ‘바가지요금’도 여기서 비롯됐다.최근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장에서 옛날과자 1봉지를 7만 원이라고 한 뒤 3봉지를 14만 원에 파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방송 후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영양군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경북 안동과 경주 축제에서도 바가지요금 논란이 이는 등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의 바가지 상술로 지자체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축제음식의 바가지 원인은 ‘자릿값’이다. 짧은 기간 본전을 뽑으려다보니 상인들이 엉터리로 비싼 음식을 제공, 말썽을 빚는 것이다. ‘장터’ 운영권을 입찰로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벌어지는 일이다.축제 장터의 음식 차별화와 함께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그 부가가치가 높다. 지자체마다 축제 홍보에 안간힘을 쓴다. 잔칫집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외국에도 없진 않지만 바가지 악덕 상혼은 경제대국 10위 국격에도 맞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12

대구 최초 시집전문 독립서점

우정구 논설위원 독립영화나 독립음악 등 특정 장르에 독립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의 대표적 특징의 하나가 외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독립영화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상업영화와의 차이점은 자금과 배급망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살린 영화를 만들어 가는 창작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독립서적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서점가의 흐름 속에 외부자본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문고의 100의 1도 안 되는 작은 면적과 책을 보유하지만 책방 주인의 취향과 안목으로 채워진 책들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특히 접근성이 용이한 동네 한가운데 자리를 잡으면서 수익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주목받으면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간다.한 조사에 의하면 작년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모두 815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년보다 70곳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드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온갖 것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독립서점도 전체 수의 약 6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나머지가 전국지방 곳곳에 분산돼 있어 실제로 대구에서는 아주 드물게 독립서점을 만날 수 있다.최근 대구 앞산 카페골목 입구에 시집전문 독립서점이 생겨 화제다. ‘산아래 詩’(대구시 남구 현충로 7길 6)는 대구경북 시인들의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이다. 시집을 출간하더라도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던 지역작가의 작품을 독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대구시인협회도 시집전문 서점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지금, 독립서점이 많이 나와 독서 진작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11

TV 수신료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TV수신료는 1963년 처음 징수됐다. 당시 돈 100원을 냈다. 그 때만해도 TV보급률이 낮아 일부 부유층만 TV를 보유하고 있었다. KBS 징수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TV를 확인, 징수했다.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TV보급률이 높아졌다. 일일이 방문 확인이 어려웠다. KBS는 1994년 한전에 징수업무를 위탁, 전기요금과 합산 청구했다. 이 때부터 전국민은 TV 시청료를 강제 징수당했다.TV수신료는 1981년부터 2천500원으로 정해져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청구된다. KBS2가 광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 비중은 45% 정도라고 한다. KBS는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받았다. 적자 누적으로 재정위기에 부딪히자 공영방송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며 시청료 인상을 꾀했다. 국민 반응은 냉랭했다.대통령실이 나섰다. 방송통신위와 산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참여토론에 부치자 방송의 공정성 및 경쟁력, 방만 경영 등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상 세금과 다름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상당수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KBS의 수익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KBS노조가 사장과 이사진의 전원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편향 방송의 자업자득이다. TV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을 보면서 30년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07

NGO 정신

우정구 논설위원 NGO는 비정부기구, 비정부단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순수 민간단체다. 영어로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으로 표기한다. 대개 그 출발점은 1863년 스위스에서 시작한 국제적십자사 운동을 손꼽는다. 국제적십자사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네트워크 중 하나다.NGO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널리 사용된 것은 UN이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민간단체들이 본격 참여한 1970년대부터다.NGO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부(제5권력)라 불린다. 정부와 기업에 대응하는 제3섹터라고도 한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사회가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단체여서 시민운동의 중심에 선 단체다. 때론 정부가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이러한 NGO 정신에 입각해 등장해 경제, 환경 등 각 분야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시민단체는 어떠한 정치적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비정부기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 나라 안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가 이미 100만개를 넘어선 것은 민간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NGO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청렴이 전제돼야 한다. NGO의 부정 비리는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능력을 상실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의 대규모 부정 비리를 적발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다. NGO 정신을 다시 생각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