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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시 열린 문경 하늘재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경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이다. 높이가 525m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를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영토 분쟁 역사가 전해오는 역사 속의 옛길이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하늘재가 2천 년 만에 다시 열렸다.하늘재는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했다. 삼국시대(156년) 때 신라의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은 빼앗긴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전쟁을 벌였다.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을 피해 몽진(蒙塵)할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교통 및 군사요충지이자 물류 및 문화의 통로였다. 하지만 조선 태종 때 새재길이 열리면서 이용객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서울서 부산까지 가려면 반드시 하늘재를 넘어야 했다. 계립령(鷄立嶺), 대원령, 지릅재 등으로도 불렸다. 길 양쪽에는 전나무, 굴참나무, 상수리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2008년 12월 대한민국의 명승 제4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역사적인 길이 지금까지 충주 구간만 남아 있었는데 문경시가 하늘재 옛길을 복원, 문경과 충주를 잇는 하늘재 옛길이 완성됐다. 문경시는 최근 하늘재 정상에서 하늘재 옛길 복원사업 준공식도 가졌다. 하늘재 옛길 복원사업은 관광 자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 시작됐다. 문경시는 57억원을 들여 하늘재 마루턱에서 문경 관음리 마을을 잇는 2.48Km의 옛길을 복원했다. 쉼터와 특산물을 판매하는 마을 공동구판장도 마련했다. 하늘재 옛길을 잘 가꾸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힐링할 수 있는 명품 옛길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26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묻지마 범죄’

우정구 논설위원 분노란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했거나 부당한 위협에 처했을 때 생기는 개인의 부정적 심리 상태다. 종교적으로 분노는 최악의 행위로 꼽힌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이기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간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역 일대에서 벌어진 30대 남성의 칼부림 사건은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광폭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다.‘묻지마 범죄’는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동기가 없는 범죄다.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 범죄 동기도 없고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공통점으로 숨어있다. 그래서 범죄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 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어 황당하고 잔혹한 범죄다.2001년 일본 오사카 어느 초등학교에 난입한 30대 남성이 칼을 휘둘러 8명이 사망하고 15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사람은 모두 초등학교 1,2학년생. 범죄자는 “많은 사람을 죽여 길동무하고 싶다”고 말해 당시 일본도 큰 충격에 빠졌다.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범인은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우리 사회가 되돌아볼 때다.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사이코패스 범죄 예방도 국가 책임”이라 했지만 대비책이 언제 나올지 막연하다. 이 사건 후 휴대용 호신용품을 찾는 이가 늘었다는 데 이것이 우리의 해법은 아닐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5

대구 학부모 선언문의 의미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 선포식’을 열었다. 대시민 협약식도 함께 가졌다.때마침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였다.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열린 행사라서 의미를 더한다. 선포식은 학교의 온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학교를 믿고, 지지하고, 함께하며 기다리겠다는 학부모들의 다짐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 처음이다.이번 선포식은 ‘학교교육 지원자’로서 학부모의 인식 정립을 통해 ‘다:행복한 대구교육캠페인’의 출발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종교계, 시민사회 단체, 협약기관 대표 등 약 1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서울의 한 새내기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담임교사 폭행 등은 참담한 학교현장의 모습이다. 고인의 분향소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열린 추모 집회에는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5천여 명의 동료 교사들이 참여했다. 교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만큼 절절이 공감했다는 반증이다.교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모는 건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급증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이런 아픔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자세다. 학교를 믿고 맡긴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아무리 선포식을 한들 소용없을 터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며 이해하고 서로 돕는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구 학부모 선언문이 뒤틀린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24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정구 논설위원 조금 오래된 조사지만,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신뢰받는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정치인이 9%로 대상 집단 중 가장 낮았다. 가장 신뢰받는 집단인 과학자(60%)의 반의반도 안됐다.민주주의 정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조차도 정치인 신뢰가 꼴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정치인을 가장 못믿을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 눈길 가는 대목이다.지난 4월 ‘특권없는 공정 세상’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시민단체인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고 했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세비와 장관급 대우의 사무실, 입맛대로 뽑을 수 있는 보좌진,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국회의원에게 특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다. 이런 뜻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은 특권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민단체의 특권폐지운동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기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한 무소속의 김남국 의원에 대해 국회윤리특위가 제명을 권고했다. 제명은 의원직 박탈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제 결정은 국회 몫이다.당사자인 김 의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과반수 이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번 권고를 받아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코인을 사고 판 행위만으로 이미 의원 자격은 상실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국회는 순리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추락한 정치인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23

장마 다음 폭염

우정구 논설위원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 북반구에는 살인적 더위로 몸살 중이다. 기록적으로 치솟는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몰려들면서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들어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우리나라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켰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에게는 폭염이 매우 위협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돈없고 힘없고 건강이 없는 사람에게 폭염은 잔혹한 재난일 수 밖에 없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폭염사망자는 493명이다. 같은 기간 태풍이나 호우에 의한 사망자의 3.6배에 이르렀다.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최고 기온이 19일 연속 43도를 기록했다. 유럽의 이탈리아 로마도 41.8도를 찍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도 40도가 넘는 기온이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태풍은 피해자가 눈에 목격되지만 폭염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지난해 유럽 35개국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이제는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할 때라고 설명한다.우리나라라고 살인적 폭염이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주 쏟아진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적잖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장마 뒤 찾아올 폭염에 대비한 준비도 서둘러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0

공직자와 골프 수난사

홍석봉 대구지사장 골프업계는 국내 골프 인구를 통상 500만명으로 추산한다. 성인 기준 5명 중 1명이 골프를 치는 셈이다. 구기 종목 중 가장 많은 애호가를 갖고 있다. 귀족 스포츠로 취급받던 골프가 이제 대중스포츠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젊은층의 외면 등으로 골프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급등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골프장 이용료와 골프용품 값은 이용객들에겐 여전히 부담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속 골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당 징계까지 거론됐다.공직자들이 재난 상황 중에 골프를 쳤다거나, 공무원 비상대기령 속에 라운딩 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홍 시장에 앞서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홍천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 중인 가운데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보도로 논란을 빚었다. 2019년 10월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태풍 미태가 닥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수난사다.국무총리가 사퇴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3·1절 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총리가 야당의 공세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07년엔 공군참모총장이 폭탄테러로 전사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용사의 애도기간에 골프를 쳤다가 자진 사퇴했다.신입 사원이 버젓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말단 공무원들도 골프를 치는 시대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를 친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골프 라운딩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9

사후약방문

우정구 논설위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 애를 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서양 속담에도 “말 도둑 맞고 마굿간 잠근다”는 표현이 있다.이달초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사람이 많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건교부의 정밀조사 결과, 이 공사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판단됐다고 한다.이 아파트 공사를 맡은 GS건설은 공정률 67%인 1천666세대 공사를 부수고 재시공키로 결정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시공에 따른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회사는 기업 이미지 추락보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이런 경우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래야 다시는 소 잃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폭우와 태풍 등으로 해마다 수많은 수해가 반복 일어나고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자연재해란 점에서 불가피한 부분도 있으나 상당부분은 인재가 원인이다.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는 인근 제방관리와 도로통제만 잘했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인재가 빚은 비극이다.아동학대 방지와 취약계층 아동보호를 위한 입법이 사고가 난 뒤에 국회에서 입법 소란을 떠는 것이나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인명사고가 난 뒤 그제서야 건축이 전면 금지되는 것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사후약방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8

산사태, 천재지변(天災地變)인가?

홍석봉 대구지사장 빗물이 스며들어 무거워진 토층이 암반경계면을 따라 일시적으로 흘러내리는 재해가 산사태다. 건물과 차량 등이 파괴돼 재산 및 인명피해를 발생한다.우리나라의 산사태는 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인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장마와 태풍이 주원인이다. 외국엔 지진이나 화산폭발 시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공사현장이나, 주택가 옹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다양한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산사태 징후를 발견하고 비탈면이 무너질 때까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비가 쉽지 않다. 징후를 알아차리는 즉시 대피해야 한다.대표적인 징후가 작은 돌이 떨어지고 비탈면에 균열이 생기며 흙탕물이 나온다. 큰 인명피해를 낸 예천 산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산이 울었다고 했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국내에서 모두 2천603ha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8월 1천271ha(48.8%)와 9월 644 ha(24.7%)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영남 912ha(35.0%)와 중부 677ha(26.0%)에 피해가 집중됐다.2002년 태풍 ‘루사’ 때는 2천705ha의 면적에 산사태가 발생, 35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복구비만 2천994억원에 달했다.이번 산사태는 집중호우가 원인이다. 1천년에 한 번 쏟아질 정도의 집중호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당국은 사방댐 건설 등과 함께 산사태 발생지역 예찰 강화와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천재지변이라지만 방비만 잘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이고 막을 수 있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7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

우정구 논설위원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경기를 뜻하는 Stagn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성된 말로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를 때를 말한다.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연계한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여름 휴가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베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휴가를 뜻하는 Vac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말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여행수요는 폭증했으나 그동안 축소됐던 여행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항공료, 숙박료 등 휴가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미국에서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것을 빗댄 표현이다.본격적 휴가철을 맞았으나 많은 직장인이 올여름 휴가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약 70%가 휴가 계획을 못 세우거나 휴가를 포기할 것이란 응답을 했다. 비용 부담때문이다.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으로 시중 물가가 2%대까지 내려갔으나 외식물가와 항공료, 휴양지 숙박비 등이 큰폭으로 뛴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콘도이용료는 전년 동기보다 13.4%, 호텔숙박료는 11.1%가 올랐다. 5성급 호텔 하루 숙박비가 55만원 한다니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코로나가 끝나고 3년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휴가철을 맞았으나 베케플레이션이라는 복병 때문에 직장인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6

의전차량 논란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에 세워져 있던 짝퉁 거북선이 해체되던 날 많은 언론이 지자체의 세금 낭비의 전형적 사례라 세찬 비판을 쏟아냈다.짝퉁 거북선은 2015년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 일환으로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으나 한 번도 빛을 보지못한 채 12년간 방치되다 이날 해체된 것. 목재는 땔감으로 철근은 고물상으로 넘겨졌다. 국민 세금이 이처럼 허무하게 낭비되어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이를 바라본 시민도 기가 막혀 한다.문제는 이런 유사 사례가 전국 지자체에 걸쳐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군위군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1천223억원의 예산을 투입, 조성했으나 3년째 적자 운영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얘기로 놀이공원을 만들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속골병 든다는 얘기다.세금 낭비가 논란이 되는 속에 대구시내 기초자치단체들이 1억원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를 의전용 차량으로 구입할 예정이어서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서구청장과 대구북구의회의장 의전차량으로 1억원 가까운 제네시스 G80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관계기관이 예산까지 편성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법이 바뀌어 전기차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네시스 G80 외 선택지가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가 1억원 짜리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면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정서에 맞을지 의문이다.의전차량은 품격과 안전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인데, 1억원 짜리라면 품격보다 권위에 치중한 선택이란 비난을 받지 않을까 싶다. 또 그보다 낮은 전기차가 있는데도 1억원 짜리를 선택한다면 세금 낭비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13

‘극한호우’의 등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장맛비 속 집중호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일원에 폭우가 예상되자 발령한 것이다.폭우는 갑작스럽게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이 내리는 강우를 가리킨다. 호우는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장대비를 일컫는다.기상청은 예상 강우량을 감안,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다. 호우에 의한 침수 및 사고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10mm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mm이상 예상될 때 발령한다.극한호우는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고 있다.국내에서 기록적인 호우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에 1시간동안 145mm의 집중 호우를 쏟아부은 기록이 단시간 최고 강우량이다. 하루 최고 강우량은 2002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 사이에 강원도 강릉시에 퍼부은 870mm가 최고 기록이다.기후변화가 지구촌에 기상 이변을 몰고 오고 있다. 열대성 폭우와 폭염이 일상화 됐다. 폭우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 호우의 기록들도 언제 깨질지 모른다.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재난이 잦자 경고 차원에서 ‘극한호우’란 용어까지 나왔다. 11일의 ‘극한호우’로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에도 적잖은 피해를 가져왔다. 이번 주 내내 게릴라성 호우가 예고되고 있다. 피해 예방에 바짝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2

치매약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인류는 의학이라는 과학을 앞세워 질병과의 끝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그 덕에 인류는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보다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 더 많다.질병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지만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질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한 인간의 과거사를 몽땅 앗아가는 질병의 특성 때문이다.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으로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저주”라는 별명도 있다.알츠하이머 치매가 처음 보고된 것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서다. 기억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다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이상이 번지면서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나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도 그의 가족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60년대 스타배우 윤정희도 프랑스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유명했거나 화려한 스타였다는 사실은 그들에겐 무의미한 일이다.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5천500만명이던 세계 치매환자가 2050년에는 1억3천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치매극복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여러 번 좌절된 가운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승인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다. FDA는 “미국과 일본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레캠비가 임상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했다.대중화 단계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인류의 치매 극복 노력에 서광으로 기록됐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1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은 대구시 북구 검단동 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있다. 대구시민에게 소고기와 돼지고기 및 부산물을 공급한다.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신선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구시가 1969년 설립했다. 신흥산업이 1970년 달서구 성당동에 개설된 시립 도축장때부터 운영을 맡아왔다. 도축장은 도시지역 확대와 주변의 주택지화에 따라 악취 공해 및 교통 혼잡을 유발했다. 1981년 4월 서구 중리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2001년 5월 다시 현재의 검단동으로 이전했다.53년 역사의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이 마침내 문을 닫는다. 대구시가 위탁운영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4년 3월 폐쇄키로 한 것. 전국 70개 도축장 중 유일하게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동안 시설 노후화에 따라 개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대구시가 인건비 등으로 연간 14억 원의 시비를 부담해 왔다. 인근에 첨단신도시인 금호워터폴리스가 내년 6월 준공될 예정인데다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도축장은 이전이나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하루 어미돼지 200마리를 처리했던 대구 도축장이 문닫으면 경북도내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 경북 양돈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경북 도내 도축장시설 증설이 과제로 떠올랐다. 도축장 폐쇄 시 직원과 중도매인 등 종사자들의 대책도 필요하다. 대구의 대표적 먹거리 명소인 막창 골목도 원료 수급에 비상이다. 묘안을 찾아야 할 판이다. 대구시는 폐쇄될 도매시장 부지(3만7천579㎡)에 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입지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4호선 차량기지 문제가 일시에 해결됐다. 대구시는 꿩 먹고 알 먹기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0

초복(初伏)

우정구 논설위원 내일(11일)이 초복이다. 사마천 사기에 의하면 진나라 덕공2년(기원전 676년) 음력 6∼7월에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왕은 잡은 고기를 더위에 지친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며 기운을 차리게 했다고 한다.복날의 엎드릴 복(伏)자는 사람 (人)과 개(犬)가 합쳐진 글자다. 사람이 더위에 지쳐서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찾아오는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뉘나 이 시기가 가장 더운 때다.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20일 사이로 소서와 대서 중간이다. 본격적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이때는 대개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직장인들도 여름휴가에 들어가 잠시나마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낮 기온은 33도 이상인 날이 많고 밤에는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자주 등장한다.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체력 소모가 많아 예로부터 체력 보강을 위한 고칼로리 보양식을 먹어왔다. 복날이 바로 보양식 먹는 날이다. 옛날에는 보신탕을 주로 먹었으나 요즘은 삼계탕이 대세다. 육개장, 장어, 추어탕, 흑염소 등도 찾는 이가 있다. 복날 음식은 대체적으로 이열치열의 음식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문헌 기록을 보면 복날은 우리의 선조들도 술과 음식을 준비해 계곡이나 산을 찾아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삶은 것을 개장이라 했고 이를 삼복에 좋은 음식으로 꼽았다고 적혀 있다.지금은 보신탕 집이 거의 사라지고 삼계탕과 냉면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초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여름철 건강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9

지게부대

우정구 논설위원 지게는 우리나라 전통의 운반 도구다. 지금은 시골에서조차 보기 힘들지만 60∼70년대 만해도 도시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운반수단이다.이런 한국 고유전통의 운반수단인 지게를 짊어지고 전쟁을 치른 부대가 있었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그러나 6·25 전쟁에서 지게를 짊어지고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를 누빈 부대원이 수 만명 실제로 존재했다. 그들을 두고 역사가들은 숨은 영웅이라 불렀다.지게부대원은 탄약과 연료, 식량보급품 등을 지게에 매고 산악지대에서 전투 중인 부대로 물자를 보급했다. 45kg 정도의 보급품을 지게에 지고 하루 16km 이상의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부상자를 운반하는 일도 빈번하게 했다.워싱턴 DC의 한국전쟁기념공원에는 지게부대가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다부동 전투에서 총탄을 뚫고 식량과 탄약을 실어나르는 지게부대를 보고 유엔군은 “전투의 절반을 그들이 했다”고 극찬했다.이들 부대의 정식명칭은 한국노무단(Korea Service Corps)이다. 미군들은 지게가 A를 닮았다고 A프레임 군대(A Frame Army), 혹은 A특공대라 불렀다. 그들은 군번이나 계급장도 없이 전쟁에 참여한 민간인들로 10대 소년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미국국립문서 기록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중 지게부대원 2천64명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지난 7일 6·25 영웅 백선엽장군 동상이 세워진 날 그 옆에 다부동 전투 참전 주민위령비가 세워졌다. 위령비에는 “다부동 전투에서 산화한 지게부대원에게 바칩니다”라는 글이 실렸다.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영웅을 기리는 비(碑)여서 감회가 더 깊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6

마이스터고의 비상(飛上)

홍석봉 대구지사장 마이스터고는 전문 기능·기술 자격의 최고 수준을 뜻하는 독일의 ‘마이스터’(Meister)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2010년 전국 20곳의 학교가 문을 열었다. 산업계에 맞춤형 인력 제공이 목적이다. 고교 구분은 특목고에 해당한다. 학생은 전국 단위로 선발하며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모집한다. 교과성적 반영비율은 최소화하고 학생의 적성, 성장가능성을 고려, 취업을 원하는 인재를 모집한다. 학비는 무료다.마이스터고는 매년 우수 신입생이 대거 지원했다. 마이스터고는 ‘한국형 기술 명장’을 꿈꾸며 ‘취업 명문’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경북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의 경우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애로를 겪었다. 기업체의 고졸 인력 채용이 줄면서 신입생 지원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반도체 등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인재 경쟁이 불붙었다. 기업과 국가들이 인력 확보 전쟁에 돌입하면서 마이스터고가 주목받는다. 삼성과 SK까지 반도체 ‘인력’ 쟁탈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AI(인공지능) 등도 인기다. 반면 기계와 농업 등은 취업률 저조 등으로 외면당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보인다.대구전자공고와 경북소프트웨어고등학교가 4일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신규지정 공모에 선정됐다. 두 학교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교육을 통해 각종 대회와 취업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마이스터고는 전국에 총 57개가 있다. 그중 대구에 5개, 경북 8개가 있다.마이스터고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출신 제2의 장영실을 기대해본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5

베이비 박스

우정구 논설위원 베이비 박스는 키울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베이비 박스가 정부와 상관없이 민간에 의해서만 자체 운영되고 있다.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2009년 처음 만든 것이 시초다. 이 목사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아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베이비 박스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산모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보루로 알려진 장소다. 우리나라서는 지난 14년 동안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이가 무려 2천220명에 이른다고 한다.베이비 박스의 원조는 유럽이다. 중세시대에는 꽤 많았다고 전한다. 공식기록으로는 1198년 교황 이노첸시오 3세가 이탈리아 전역에 베이비 박스를 시행한 기록이 있다. 당시 영아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원치 않는 아이를 대신 처리하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서는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가 유지된다.베이비 박스 운영을 두고 옳다, 그렇지 않다는 찬반 논란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버려질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반복 제기되는 것이다.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신생아 유기사건 등이 드러나자 버려진 아이를 받아온 베이비 박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가 법률적 유기로 해석되면서 관련 친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경위야 어쨌던 정부를 대신해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온 베이비 박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4

대구어린이회관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어린이회관이 40년 만에 옛 껍질을 벗고 새 모습을 선보였다. 2년 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대구어린이세상’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어린이회관은 1983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 14만7천㎡ 넓이에 건립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어린이 시설이다. 특별한 놀이시설 등이 없던 시절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단골로 찾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와 빈약한 전시콘텐츠 등으로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게임 및 놀이동산 등 다양한 오락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백화점에만 가도 갖가지 수중생물이 헤엄치는 아쿠아리움에서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놀이동산에서 탈 것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옛 어린이회관은 이미 시대흐름에 뒤처진 유물과 박제가 된 셈이다.대구시는 2021년부터 시비 345억원을 들여 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전시 위주의 기존 시설을 체험형 가족 놀이·여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꿈누리관은 포토존, 섬유놀이터, 영유아를 위한 놀이공간과 자연 테마의 체험공간, 교육공간으로 조성했다. 꾀꼬리극장은 설비와 객석을 전면교체하고 북카페를 추가, 복합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야외에는 자연 지형을 활용한 숲속 놀이터와 바닥분수 등 각종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어린이세상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유사시설 등 운영 경험이 많은 계명문화대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어린이세상을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맘껏 펼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면 더욱 좋을 터이다. 시설과 콘텐츠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소중한 도심 속 어린이 전용 공간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3

경주 미탄사(味呑寺)

우정구 논설위원 미탄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맛 미(味)자와 삼킬 탄(呑)자가 들어 있어서다. 절 이름과 관련한 사연이 분명 있을 진데 연유는 알 수 없다.미탄사는 신라시대 절로 전해져 오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건립연대, 조성 경위 등은 알려져있지 않았다. 고려시대 지은 삼국유사에 최치원의 옛집인 독서당을 설명하면서 미탄사라는 절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나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 옛터가 최치원의 집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이 기술을 근거로 1980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미탄사지로 추정되는 경주시 구황동 일대에 대한 유물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첫 발굴조사에서 기와편과 토기편, 석재 등의 유물을 출토했으나 토층의 교란이 심해 사찰 영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파괴된 탑재를 모아 삼층탑을 복원한 것은 미탄사의 존재를 알리는 시초가 됐다.이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미탄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미탄사지임이 밝혀졌다. 2017년 이곳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됐다. 8세기 후반 만들어진 탑으로 신라왕경내 현존하는 유일한 탑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왕경내 귀족층이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추정돼 통일신라시대 왕경사찰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삼국유사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미탄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은 절이다. 지난 주말 미탄사의 규모와 건물배치 방식 등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미탄사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전설속 미탄사의 숨은 역사가 더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02

개문냉방 영업 줄어들까

우정구 논설위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최적 실내온도는 얼마가 적정할까?일반적으로 26도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일반가정에 권장하는 온도도 26도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실내온도가 바깥온도보다 5∼6도 정도만 낮아도 충분히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컨의 전략 소비도 18도일 때가 가장 심하고, 26도 이상이면 20% 정도, 28도 때는 50% 정도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올여름은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전기료도 많이 올라 에어컨 가동에 따라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특히 본격 더위가 오면서 개문냉방 영업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어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한국에너지공단이 실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개문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66%의 전력 소비가 느는 것으로 확인했다. 요금은 33%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이 전국 26개 주요 상권지역 업소를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해 보니 전체 5천298개 가운데 1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성로 등지는 26%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신발업종이 개문냉방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업소들은 전기료보다 손님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나 문을 열어 놓으면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들어오기 때문에 개문냉방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올여름 개문냉방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처럼 어느날 갑자기 냉방비 폭탄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