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지자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어머니가, 돌연 유산을 나눠달라며 나타났다. 구하라의 오빠와 가족은 키워 준 것도 아니고 고인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유산을 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소송 끝에 어머니는 유산 일부를 받았다. 당시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20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유류분(遺留分)’ 제도는 국내 민법이 처음 제정됐던 1955년에는 없었다. 1977년 도입됐다. 장남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까지 유산을 나누는 비율을 법으로 정했다.
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유류분 제도의 일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 폐지하고, 일부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결정했다.
패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유류분 권리를 상실시키고 반대로 ‘독박간병’과 같이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패륜아까지 유산을 나누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빨리 법제화 해야 한다.
유류분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유언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미국도 대부분의 주에서 유류분과 유사한 ‘유족부양청구권’을 인정한다.
평균 수명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유류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반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는 보장받게 됐다. 시대 흐름이다.
유류분 소송은 지난해에만 2000건을 넘었다. 상속 다툼을 벌이다 소송까지 가고 결국은 가족의 연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륜의 끝은 소송과 절연인 셈이다. 일생에 한번 이상은 겪는 상속, 잘 풀어야 한다.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