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를 벗고 내의 차림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드러누웠다고 한다. 종일 방송된 뉴스와 특검의 관련 발표로 이 소식을 접한 상당수 국민들이 혀를 찼다.
국회에선 법무부장관을 향해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도, 장관도 서로 묻고 답하기를 낯뜨거워했다. 외신도 가만있을 리 없다.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계를 향해 타전됐다. “전직 대통령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지난 8월 1일 발생한 사건(?) 이야기다.
그날 특검은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그러나, 계속된 특검의 설득과 요청에도 윤 전 대통령은 요지부동, ‘잡아갈 테면 잡아가 봐라’는 식의 어깃장을 놓았다고 한다. ‘조폭 수준의 행태’라는 극단적 말까지 나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폭염으로 인한 체온 조절 때문에 수의를 벗고 있었고, 영장 집행 과정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의도된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라며 반발했다.
영국의 정치가 존 스튜어트 밀은 “법은 가진 자에겐 든든한 방패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겐 심장을 겨눈 창끝”이라 말했다. 법 집행의 평등하지 못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상 19세기 영국 법은 부자와 권력자에겐 관대하고,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가혹했다.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21세기. 심플하게 묻자.
한국은 어떤가? 19세기 영국보다 나은가? 법을 다루며 일생을 살았고, 법의 준수를 약속하며 대통령에 올랐던 사람의 위와 같은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 전 대통령은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란 문장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