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이 흐르는 경주의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얽힌 설화 속의 장소다.
원효대사가 파계를 각오하고 요석공주와 연을 맺으러 일부러 강물에 뛰어든 곳이 바로 남천(당시는 문천)이다. 요석공주의 아버지 태종무열왕은 원효의 기이한 행동을 알아채고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인물이 신라 문자인 이두를 고안하고 신라 10현의 하나로 꼽히는 설총이다.
월정교는 1984년부터 복원을 위한 자료수집과 고증작업을 벌였으나 2018년에야 복원사업이 완료된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 35대 경덕왕 18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라 왕궁이 있는 월성과 건너편 남산을 연결하는 다리다. 조선시대 들어와 유실된 것을 고증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했다.
길이 66m, 폭 13m, 높이 6m로 양끝에 문루(門樓) 두개 동이 세워져 있다. 워낙 오래된 다리인 데다 고증자료만으로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기가 쉽지 않아 현재의 모습이 당시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신라 천년의 도시 경주시의 역사성을 재현하고 관광상품을 늘린다는 취지가 복원의 학술적 목적보다 앞섰다는 평가다.
경주에는 역사성을 배경으로 야경 명소로 꼽히는 곳이 여럿 있다. 동궁과 월지, 금장대, 첨성대, 월성 등이 있으며 월정교도 그 중 하나다. 고풍스럽고 예쁘게 단장한 월정교에서 바라본 경주의 모습에서 신라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 국빈공식 만찬장으로 월정교를 추천했다고 한다. 월정교의 역사성과 아름다움, 스토리 등으로 볼 때 손색이 없는 장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