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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경 돌리네 습지

우정구 논설위원 습지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에서 생성된 곳을 말한다.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같이 물살이 세고 빠른 곳에는 습지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넓은 강 주변이나 하구, 갯벌같이 물이 느리고 고이는 곳이어야 습지가 발달하기 좋은 곳이다.문경 돌리네 습지가 지구촌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기구인 람사르 사무국이 인정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서는 25번째며 경북에서는 처음이다. 람사르 습지 등록은 지질·지형학적으로 희귀하거나 생물서식지로서 가치가 높아야 인정이 된다. 돌리네 습지의 생태학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문경 돌리네 습지는 일반 습지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엉뚱하게 산 정상부에 습지가 위치해 있고, 습지 발달이 어렵다는 석회암지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습지로서는 국제적으로도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석회암지대 습지로는 유일하다.돌리네 습지는 전체 면적이 약 15만평에 이른다. 습지 둘레가 3.2km에 달하고 보통의 걸음으로 둘레를 도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또 돌리네 습지 일대에는 수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모두 932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 보존상태도 우수하다.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힘도 있어 인류에겐 유익한 생태계다. 전 세계적으로 5∼8% 정도 차지하는 습지는 대기 중으로의 탄소 유입을 막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양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돌리네 습지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됨에 따라 경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써 주목을 받게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3

투표용지 길이?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정당은 35개다. 역대 가장 많았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사상 최장인 48.1㎝에 달했다.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자동투표용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작업을 해야 했다.이를 두고 당시 북한 선전매체는 ‘정당 홍수가 터졌다’며 비아냥댔다. ‘괴이한 48.1㎝’ ‘역대 최장의 선거표’라고 비꼬았다.제22대 총선 투표용지 길이는 21대 총선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며 위성정당 난립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 등장도 투표용지 길이에 한 몫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 현재 등록 정당 수는 49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수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오는 3월 22일 최종 결정된다.여야는 위성정당 출범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범진보 소수정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꾸리기로 했다. 조국, 송영길 신당 등이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개선약속은 외면한 채 4년 전의 ‘꼼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거대 양당 간의 비례의석 나눠 먹기와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 선거운동도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들은 정당의 실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도가 지나쳤다. 수작업 개표 등 예산 낭비도 불가피해졌다.이번 총선에선 투표지 길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제 사회에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2

좀비 축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좀비(zombi, 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이 믿던 종교다.부두교에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돼 보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보커는 이 좀비들을 노동자로 착취하거나 팔아버리기도 했다.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좀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단어다. 영화와 소설 등의 공포 및 판타지 작품에 주로 등장한다. 보통 부패한 시체가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서아프리카 부두족에서 유래된 말 ‘좀비’가 현대 사회에 화려하게 부활, ‘좀비족’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좀비족은 주체성이 없이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대 사회에서 요령과 처세술만으로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비꼬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관료화 현상에 비유하며 경영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한국 축구 대표팀 클린스만 호에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우디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승리했다. 호주전은 연장전에서 손흥민의 프리킥 결승골로 가까스로 이겼다.조별리그 2, 3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넣었다. 분명히 죽은 것 같은데도 끝내 골을 넣고 살아났다. 집념과 끈기의 태극전사들이었다.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좀비 축구’는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요르단에 2대 0으로 참패했다. 체력 한계와 전술 부재가 치명타다. 결정적인 순간 좀비는 없었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07

출산지원금의 진화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산 인구 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렵 중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를 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19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16명이었으나 불과 60여년 만에 0.7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입학생이 0로인 학교가 무려 2천138군데나 됐다. 학생이 없어 문닫는 학교도 급격히 늘었다.인구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꼴찌의 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을 폈으나 백약이 무효했다. 지금 상태라면 우리나라는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의 지적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인천시가 올해부터 인천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에게 18세까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기로 해 전국적 화제를 모았다. 사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적지 않은 지자체가 출산지원금 확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1억원 성장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고, 경남 거창군도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정부와 지자체의 출산지원금 지급과 달리 민간기업 차원의 출산지원금 지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생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각 1억원씩 70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출산지원금 지급이 정부나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확산된다면 세계 꼴찌의 우리나라 출산율의 반전도 기대해 볼만한 것 아닌가 싶다. 기업의 출산지원금의 기부명세 제도 등 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적극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06

만년 들러리 신세 ‘예천’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인구 수 5만5천 명의 예천군은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바뀌었다. 인구가 적다보니 인근 시·군과 합쳐야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예천군은 1988년 소선구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문경·예천군이 중선거구제로 하나로 묶여 있었다. 이후 소선거구제가 되면서 점촌·문경시 선거구와 예천군 선거구가 분리됐다. 그러다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예천은 다시 문경과 복합선거구가 됐다. 이후 16~19대까지 문경·예천은 한 선거구로 지속됐다.20대 총선 때는 다시 바뀌었다. 인구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경북은 의석수가 2석 줄었다. 이 여파로 영주시 단독 선거구가 영주시·문경시·예천군을 묶어 한 선거구가 됐다. 이후 21대 때는 안동과 합쳐 안동·예천 선거구로 선거를 치렀다. 예천의 운명은 선거때마다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가 하는 들러리 신세가 됐다. 22대 총선을 2개월 여 앞두고 예천은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와 통합하는 안이 나왔다. 다시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하지만 주민들 중에는 이 안을 반기는 이들이 적잖다. 의성과 청송, 영덕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군과 선거구가 묶이면 예천군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호기라는 생각에서다. 들러리 설움도 벗어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은 반대 입장이다. 안동시와 예천군의원 23명은 선거구 분리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신도시가 위치한 호명면은 안동시민과 예천군민이 한데 섞여 하나의 생활권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안동·예천 선거구 분리는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입장이다. 선거구 분리를 둘러싸고 예천군민과 호명면 주민의 정치적 이해가 맞부딪쳤다. 선거구획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05

존경하는 직업

우정구 논설위원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존경하는 직업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직업 간에는 차이가 날 수가 있다. 그러나 존경하는 직업에 대한 생각은 나라와 개인에 관계없이 비슷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는 간호사, 소방관, 의사, 교사 등이 꼽힌다. 캐나다서도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응급구조사, 소방관, 간호사 등이다.조금 오래된 조사이긴 하나 우리나라도 인천의 모 대학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밝혀졌다. 2년간 수도권 학생과 성인 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44개 직업군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다. 신뢰성, 존경도, 국가사회공헌도, 청렴도, 준법성 등에서 소방관이 10점 만점 중 8.14점으로 1위다. 재미있는 결과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은 4.17점을 받아 직업군 중 꼴찌다.소방관과 간호사 등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꼽히는 이유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간호사, 의사 등은 코로나 사태가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분석이 된다.일찍이 조선시대 때도 전문 소방기관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이 있었다. 화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잘못 관리하면 국가적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기에 국가기관으로서 중요성이 인정돼 왔다. 그러나 중요성만큼 소방관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소방관의 희생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존경한다는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해 우리사회는 과연 어떤 예우나 격식을 갖추고 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04

폴리코노미

우정구 논설위원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를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라틴어 인민이나 대중 또는 민중을 뜻하는 포퓰루스(Popul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말로는 대중영합주의, 민중주의 등으로 불린다.포퓰리즘의 기원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근대적 의미로는 19세기 러시아에서 농민계몽을 통해 일어난 사회적 변혁운동을 손꼽는다. 포퓰리즘은 대중에 호소하고 다수를 위한 정책 수립과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책 남발로 기회주의적 성격의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폴리코노미는 정치(Politics)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을 이르는 말. 선거에서 포퓰리즘이 성행하면 선심성 공약을 위해 각 정당은 돈 풀기 경쟁을 벌인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국가 부채기 늘어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포퓰리즘 정치로 몰락한 나라는 많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물가는 치솟고 국가 재정은 바닥이 났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그리스는 국가가 부도에 내몰리면서 2015년에 디폴트를 선언했다.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은 심각하고 오래간다. 복지성 예산은 수혜자 입장에선 중독성이 강하고 한번 집행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선심성 정책을 내쏟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해 국세 수입이 56조4천억원이나 펑크났는데도 구체적 대책도 없이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투지를 약속하고 대학등록금까지 무상으로 하겠단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면 나라가 갈 길은 몰락뿐이다.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2-01

지역번호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한민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화하려면 반드시 지역번호를 눌러야 한다. 지역번호는 각 지역을 분리, 식별하기 위한 번호다. 지역번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로 정한다. 전화 보급률이 낮고, 교환원을 통해 장거리 전화를 했던 시절에는 지역번호라는 것이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시내전화와 시외전화는 구분됐다. 1970년대부터 전화 보급률이 늘고 국번이 생기면서 지역번호가 부여됐다. 지역번호는 각 지역마다 같은 번호를 부여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동을 막기 위해 매기는 번호였다. 특히 1980년 전자교환시스템(DDD)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국번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시·군 단위에 지역코드를 배정했다.그러다가 2000년 7월 세 자리수 국번+네 자리 수 번호로 통일하면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번호는 053, 031 등 세 자리 수로 바뀌었다.이에 따라 대구시는 053 단일통화권, 경북은 054를 쓰고 시·군별로 23개 통화권역으로 나뉜다. 행정구역과 지역번호는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전화국의 할당 지역이 행정구역을 경계로 정확히 나눠지지는 않는다. 행정구역 개편 등의 이유로 바뀔 때마다 지역번호를 수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구통화권에 속하는 경산, 서울통화권의 광명과 과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도시권이 팽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지난해 7월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의 지역번호가 ‘054’로 유지된다. 이는 대구시의 국번 일부와 군위군이 사용하는 일부 번호가 겹쳐 지역번호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경비와 혼란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위군은 대구시와의 통합으로 경북과는 이별했지만 지역번호만 경북과의 인연고리로 남게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31

민생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민생(民生)이란 백성들의 생활을 이르는 말이다. 백성의 먹고사는 문제가 곧 민생이다. 장바구니 물가나 교통난, 세금, 범죄, 집값 등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는 모두 민생이다.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처음 달 때 지역주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은 국회가 민생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선출직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공직자도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기본자세로 삼아야 한다. 공직자는 사사로운 개인의 일보다 공적인 일에 몸을 바쳐야 공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서로 다른 이념과 지향점이 서로 다른 여야 정치인도 민생이란 말 앞에는 이론이 없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자는데 반론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 입만 열면 민생이라 떠들지만 국민의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거의 없다.입으로는 민생협치를 말하고 뒤로는 정파적 이익과 정쟁으로 다퉈 민생은 항상 뒷전이다. 정치 순리대로 민생협치가 잘되면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오고, 국민의 생활도 저절로 안정된다. 그렇지 않은 우리 정치가 아쉽다.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간의 민생경쟁도 활발해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민후사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표는 “민생과 서민경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공자는 “부모에게 효도하듯 백성을 섬기는 것을 정치”라 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생 챙기기에 나서는 정치권의 속셈이 뻔히 내다보이나 민생이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 아닌 좋은 민생정책이 많이 나와야 할 터인데 어떨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30

주목받는 한국 밥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한국인의 밥상은 어느 나라의 식단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뤄 신체에 필요한 적정 비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곡식과 채소가 주식인 우리의 전통음식이 세계에서 건강한 밥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K-팝 등 한류 바람의 영향이 크다.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식 식단도 우리 밥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지중해식은 채소 위주에 생선과 닭고기, 요구르트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지방은 올리브유로 채운다.한국인은 비교적 뚱보가 적다. 적당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우리네 식단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습관도 과식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50, 60년대 굶주림을 면하고자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 조상은 주위에서 먹을 것을 찾고 온갖 푸성귀까지 먹어야 했다. 이것이 다양한 오늘의 먹을거리가 됐다. 건강 밥상도 조상 덕분인 셈이다.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단과 어패류 및 미역 등 해산물이 곁들여진 밥상은 고른 영양분 섭취가 가능토록 해 균형잡힌 밥상을 제공했다. 우리 밥상은 열량을 과잉 공급하지 않는다. 주요 음식재료도 열량이 높지 않다. 조리 방법은 영양소의 파괴를 줄이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절묘한 조화다.배추와 무 등 채소를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발효시킨 김치는 세계인의 건강식품이 됐다. 김치는 각종 비타민과 산화 및 노화 방지 물질이 풍부해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여준다.최근엔 구미에서 수출한 냉동 김밥이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먹을거리 시장에 기린아로 떠올랐다. 한국산 만두와 라면도 큰 인기다. K-밥상이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을 돕는 아이콘이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9

깨진 유리창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어떤 건물이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건물주가 건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하나둘 쓰레기를 갖다버리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돌을 던져 다른 유리창을 깨는 일들이 생기면서 급기야는 그곳의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 건물은 버려진 건물로 인식돼 이 일대는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무법천지로 변하게 된다.깨진 유리창 이론은 낙서나 유리창 파손과 같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을 근거로 한때 지하철 치안이 엉망진창이었던 뉴욕시가 범죄를 줄여나가는 데 성공을 거두게 된다.깨진 유리창 이론에 입각해 생겨난 것이 무관용의 원칙이다. 사소한 규칙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초반부터 엄하게 잡겠다는 뜻이다.미국의 대부분 명문 사립학교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원칙 즉 무관용의 원칙이 지켜진다고 한다.평소 착실한 학생일지라도 마약·음주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학교에서 추방을 당한다. 1차 경고 등 몇차례 구원의 기회가 주어지는 우리사회 분위기와는 다르다. 무관용의 원칙은 명확한 원칙과 일관성이 장점이다.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정치테러를 보면 우리사회의 근본 기강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더 벌어질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처럼 우리사회가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28

딥페이크(Deep Fake)

우정구 논설위원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영상이나 음성을 만드는 기술이다.이 기술은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합성해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 딥페이크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높다. 특히 딥페이크가 범죄에 악용될 경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몫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지난해 우리나라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AI 기술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진위를 구별하기 힘든 합성사진이나 영상물의 유포가 총선을 앞두고 대거 유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지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한 딥페이크 음성이 유포돼 주 정부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허위정보는 민주주의를 중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고 각 주마다 규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지금 우리는 발전하는 기술이 주는 혜택과 위험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양면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균형을 잡아갈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각종 범죄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 마련은 다급한 문제이다. 딥페이크가 아니더라도 가짜뉴스 하나로 선거의 판도가 바뀌는 큰 혼란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 더 교묘해지고 비밀스런 가짜뉴스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딥페이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서둘러져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25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휴업일 변경 영향은 금방 나타났다. 대구시 분석결과 규제 완화 조치는 소매업과 대형마트 등 매출도 동반상승하는 등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청주시가 3개월 뒤 대구시의 뒤를 따랐다.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등 의무휴업일 변경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정부도 마침내 지난 22일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키로 했다.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 대표적인 규제인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없애 평일에 휴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참에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은 2012년 3월, 전주시의회가 처음으로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당초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는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등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각종 소비자 조사결과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 및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게 나왔다. 정책 전환이 불가피했다.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다양한 소비 채널의 등장과 함께 영업형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규제 실효성이 낮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법과 제도도 바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의 주말 장보기가 훨씬 편해졌다. 나들이 선택지도 넓어졌다. 우리 생활 속의 이러한 각종 규제는 하나씩 찾아 없애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4

교사와 정치인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날 수녀와 정치인이 강물에 빠졌다. 119 구조대가 달려와 얼른 정치인부터 구조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한 구경꾼이 물었다. “어째서 정치인부터 먼저 구하게 된거죠?” 119 구조대원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도 모르세요. 정치인은 놔두면 강물이 더러워지잖아요”.인터넷 상에 떠도는 정치인 관련 유머의 한 토막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의 신뢰는 한마디로 바닥이다. 최근 한국교육연구원이 전국 초중고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각 직업군 중 정치인이 꼴찌를 했다.이 조사에서 정치인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23.4%에 그쳐 가짜뉴스로 논란을 빚는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보다 신뢰가 낮았다.또 우리나라 정치가 국민의견을 반영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긍정적 답변이 겨우 13.5%다. 일반적으로 국민의 정치 신뢰가 낮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조차도 신뢰를 않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정치 선진국인 미국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치인에 대한 직업 신뢰가 최하위로 나타났다고 하니 정치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 정도쯤 되면 정치인 스스로가 대오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SNS상에 떠도는 정치인에 대한 각종 풍자물에서 정치인을 존경한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정치인을 부패하거나 무능한 직업군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신뢰 조사와 상관없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군을 살펴봤더니 교사였다. 정치인과 대조되는 직업군이어서 눈길이 더 갔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23

도서관의 무한 변신

홍석봉 대구지사장 시카고도서관은 진로, 결혼,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것이 목표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나 방과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도서관이 지혜의 보고에서 벗어나 생활의 보고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요즘 공공 도서관은 인터넷 카페, 북카페, 디지털라운지, 3D VR 체험존을 갖춰 연령층에 맞게 욕구를 충족해준다. 각종 콘서트와 명사 특강 등 인문과 예술 및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악기, 숲, 미술작품 등을 갖춘 이색 도서관도 곳곳에 있다. 도서관의 변신은 끝이 없다.대구중앙도서관은 2023년 7월 재개관과 동시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도서관은 1919년 개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오는 3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늘봄형 도서관 학교’를 운영한다. 공공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돌봄 서비스에는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과 학습능력 향상은 기본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과와 연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 속 그림책 놀이 연극, 교과연계 통합독서, 어린이 토털공예, K-팝 댄스 등 프로그램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다.도서관이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교육 돌봄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책을 통한 삶의 지혜뿐 아니라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만능 도우미로 무한 변신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2

거부할 수 없는 AI 물결

우정구 논설위원 2016년 3월 9일. 바둑계 세계 최정상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적 주목거리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으나 5번의 대국 끝에 알파고가 4대 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머지않아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미래기술 경연장으로 소문난 전시회다. 올해도 세계 150여개국에서 4천 개가 넘는 기업들이 저마다 신기술을 자랑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올 CES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인공지능(AI)이다. 산업계도 “올해는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삼성의 AI폰 출시가 AI 상용화의 원년을 가르키는 뉴스로 등장했다. AI 기능이 탑재된 삼성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 기능이 탑재된 폰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삼성 AI폰은 통화 중 실시간으로 13개국 언어가 동시 통역되는 기능이 장착됐다.스마트폰 개발 하나만으로 우리의 삶은 이미 과거 수백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세상을 살고 있다. 4차 혁명시대를 맞아 AI 기술을 중심으로 세상이 또한번 바뀔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겠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두려움도 없지 않다.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람의 일을 도와줘야 할 AI가 되레 사람의 일거리를 뺏어 갈지도 걱정이 된다.CES에 참관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좋든 싫든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바뀌는 대전환 시대를 살아갈 각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21

북한의 겁박

우정구 논설위원 새해 들면서 북한의 대남 협박 수위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고 “전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북방한계선 인근의 포병 사격과 탄도미사일 발사, NLL 불인정 등 새해들어 보이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발적 군사충돌이 일어날까 염려하는 이도 있다.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현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한다.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과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국민이 북한의 위협과 공갈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전쟁에서 심리전이 주는 효과는 상당하다. 오랜 옛날, 전쟁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적의 포로를 잔인하게 죽여 시신을 공개하는 것 등은 적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일종의 심리전이다.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확성기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보다 대북방송이 더 위협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러나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대남 위협을 말뿐일 것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거친 표현들이 허세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북한을 견제하는 우방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국내적으로는 모두가 유비무환의 정신을 굳건히 하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18

정치판의 ‘떴다방’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판에 ‘떴다방’이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22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척이 없다. 여야는 ‘병립형’과 (준)연동형을 두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양당의 이해가 얽혀 타결 가능성은 작다. 결국,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지난 총선 때 국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함과 위성정당 출현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선거 후에는 군소정당의 이합집산으로 정치 피로감을 더했다.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탄생했다. 유사 정당이 속출했다. 급조된 많은 위성 정당이 등록, 유권자들의 선택을 방해했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 3곳과 밀어붙여 만든 선거제도였다. 계산법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들조차 헷갈렸다.국민의힘은 과거 선거 제도인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다. 지역구 의석 수는 상관없이 비례대표 47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각 당이 나눠 갖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방 도입한 원죄를 인정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비례연합정당’이 꿈틀대고 있다. 기본소득당 등이 참여한 ‘개혁연합신당’이 민주당에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야당 원내대표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비례 연합 정당을 지지한다며 한발 더 나갔다.정치권이 위성정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위성정당은 정치권의 야합이 낳은 기형아다. 그 폐해를 겪고도 또 기형아를 낳으려고 한다. 정치 혐오만 자꾸 쌓여간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7

글로벌 리스크 ‘기상이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은 얼마전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극심한 기상 이변’이 세계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라고 밝힌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여서 신뢰도가 높다.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10개의 지구촌 장기리스크 중 5개가 환경과 관련 리스크로 나타난 것 또한 주목할만 한 결과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그 심각성이 날로 깊어진다. 그러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구촌의 심각한 기상이변에도 전세계는 매우 더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최근 2023년 지구표면 온도가 1901∼2000년 평균치보다 2.07도 높아진 것으로 집계했다. 해양 열파와 엘니뇨 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2023년은 12만5천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작년 말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81∼2100년도에는 한반도 일부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탄소배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서울의 경우 겨울이 37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봄이 1월말이면 시작된다는 얘기다.부산은 40년 안에 겨울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전국에서 가장 폭염일수가 많은 대구는 현재 32일의 폭염일수가 최대 120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끔찍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6

외국인 인재 전쟁

홍석봉 대구지사장 싱가포르는 2022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서 전 세계 133개국 중 2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이 경쟁력지수는 국내 환경, 인재 유치와 양성·보유, 직업 기술, 글로벌 지식의 6가지 주요 지표로 나라별 규제와 교육, 대외개방 정도 등을 평가해 각국의 인재 경쟁력을 표시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전 세계 지식·기술 분야 세계 1위, 인재 유치·육성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2위를 도맡았다. 그만큼 인재 유치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코로나19 시기,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외국 고급인력이 유출돼 어려움을 겪은 싱가포르가 고급 인재를 다시 유치하고자 장기 취업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5년짜리 체류 비자 발급, 고용증 발급 처리 기간 단축, 자국민 우선채용정책 완화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우리나라는 2022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분석결과 OECD 회원국 38개 중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외 인재 유치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매력도’ 33위, ‘성장성’ 25위, 노동생산성 등 직업·기술 역량 부문 순위는 28위로 낮았다.외국인 인재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경북도가 외국의 인재 유치에 나섰다. 경북에서 유학 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공대 등 경북 형 초청장학제도 수학 대학 4곳을 선정했다.이공계 석·박사 과정 외국인 인재를 경북에 유치해 양성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도내 우수기업에 부족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다. 올해 4개 대학에서 각 10명씩 40명의 유학생을 뽑는다. 학비와 체류비를 지원한다.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우대받는 시대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