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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흡연

등록일 2024-08-26 19:15 게재일 2024-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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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

담배는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담배 사랑’은 대단했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위와 폐를 편안하게 해 불면증을 없애주는 게 담배라고 믿었다.

당시 담배는 ‘남령초’라 불렸다. 담배의 유래와 활용법이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됐고, 흡연에는 반상(班常)의 구분도, 남녀노소도 없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다. 오늘날 담배는 ‘공공의 적’ 수준으로 그 지위가 추락했다. 흡연자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게다가 거의 ‘공포스럽다’ 할 수준의 흉물스런 사진이 담뱃갑마다 새겨졌다. ‘이런 끔찍한 꼴이 될 텐데, 그래도 피울래?’라며 끽연자를 겁박한다.

만약 사무실이나 버스, 식당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가 예닐곱 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애들 부모에게 몰매 맞을 일이다.

남한에선 불가능한 흡연 형태가 북한에서 벌어진 모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수재민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그 자리에 담배와 재떨이가 있었다고. 그는 열 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딸 곁에서도 담배를 피운다고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북한은 금연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은 중세의 왕들처럼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법은 힘없는 자들이나 지키는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전제국가(專制國家)의 통치자 정조 흉내를 내는 걸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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