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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봄의 불청객

우정구 논설위원 온갖 봄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봄은 계절의 왕이라 부를만하다. 많은 시인들이 봄빛의 따스함과 형형색색으로 갈아입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경주가 고향인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윤사월’이라는 짧은 문단의 시 속에 앳 된 한 소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4월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려냈다.봄이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처럼 불청객도 있게 마련이다.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 중에 으뜸은 황사다.중국 내몽골 고원과 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과 흙먼지가 우리나라로 날아와 황사가 된다. 중국서 오는 황사는 우리나라에서는 4월이 가장 많다.특히 모래바람은 중국 전역을 돌면서 다양한 매연과 화학물질, 산성비 등 유독성 물질과 합쳐져 우리나라에 오게 됨으로써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알레르기 질환은 물론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반도체와 같은 정밀기계의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지난 17일 경북에는 황사 위기경보가 발동했다.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로 당분간 대기질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는 일기 예보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황사 폐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는 황사 일수가 무려 23.1일을 기록한 바도 있다.황사의 역사는 삼국시대 기록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토(雨土)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조선시대 때는 한양에 흙비가 떨어졌다는 실록의 기록이 보이기도 했다.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기승을 부릴 시기이다.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실내서는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창문을 잘 닫도록 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8

조선 왕실의 ‘검’

홍석봉 대구지사장 조선의 대표 도검 중 하나인 사진검(四辰劍)은 용을 상징하는 주술 목적의 벽사(8F9F邪)용 칼이다. 조선 왕실의 신령한 사진검이 경북 문경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최근 다시 태어났다. 용을 뜻하는 진(辰)이 네 번 겹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진검(四辰劍)은 청룡의 해인 올해(甲辰年), 4월(辰月), 13일(辰日), 오전 7~9시(辰時)에 만들어졌다. 장인이 6개월 정도 작업 끝에 수만 번의 단조작업과 담금질 과정을 이겨내고 완전한 검으로 태어났다. 사진검은 1m 약간 넘는 길이에 한 면에는 벽사 글귀와 용 형상이, 반대편에는 28수의 별자리가 상감기법으로 새겨졌다. 칼자루에는 사진검이라는 글자와 전통문양이 새겨졌다. 조선왕실에서 마를 물리치기 위한 참사검(斬邪劍)의 하나로 만들었던 사진검은 호랑이 기운이 담긴 사인검(四寅劍)보다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이 검은 사인검과 함께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선정된 장인에 의해서만 제작됐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만들어진 수량이 적은데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유실돼 현재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조선왕실은 또 12년마다 한 번씩 호랑이해에 귀신을 쫓아내고 재앙을 막아준다는 사인검(四寅劍)도 만들었다. 사인검은 왕실의 종친이나 공신에게 하사했다. 조선말 고종황제가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하사한 사인검 한 자루가 10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연세대 박물관에 소장 중이다.전통 왕실 검은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공도 많이 들어간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칼이다. 사진검 등에 얽힌 일화를 찾고 이야기를 덧입히면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을 터이다. 새로운 K-콘텐츠의 탄생을 볼 수 있으려나./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7

22대 국회의 도덕성

우정구 논설위원 서양의 도덕성을 얘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용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프랑스 말로 노블레스는 고귀한 신분을 뜻하고, 오블리주는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표현이다. 프랑스 사전에는 “귀족계급이란 자신의 이름에 명예가 되는 의무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천년을 지탱한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 했다. 영국 최고 명문사학 이튼칼리지 교내에 세워진 건물에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전사한 졸업생 1천9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다.법과 도덕은 결과적으로 구분되지만 원천적으로 보면 법적 의무란 도덕적 의무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이나 규범, 관습, 도덕심 등이 기초가 돼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잘못됐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넘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켜온 도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라면 법과 도덕이 일치하는 엄격하고 모범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당연시 여겨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한국 전통적 윤리관과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별로 다르지가 않다.총선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범법과 막말, 위선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 대거 당선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관례를 보면 공천과정에서 당연히 걸러져야 할 인물이 당선까지 됐으니 말이다. 22대 국회가 품격과 도덕성을 잘 유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4-16

지명 변경 ‘몸부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수성구가 매호동 소재 농업용 저수지인 ‘구천지(狗泉池)’의 명칭을 ‘매호지’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름이 죽은 뒤에 넋이 돌아가는 곳을 이르는 구천(九泉)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어감때문이다. 경북 성주군 금수면은 최근 ‘금수강산’면으로 명칭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주민들이 한번만 들어도 평생 기억되고 꼭 가보고 싶은 지역 이름으로 바꾸길 원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도 최근 이름을 수성알파시티역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대공원 조성이 장기화되면서 역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공원 조성 예정지가 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배경이다.경산시는 2007년 일제강점기 때 붙여진 ‘쟁광리’를 옛 마을 이름인 ‘일광리’로 바꿨다. 포항시는 2010년 ‘대보면’을 일출 명소 호미곶 이름을 따 ‘호미곶면’으로 바꿨다. 울진군은 2015년 금강송이 많은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매화나무가 많은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바꿨다. 고령군도 2015년 대가야국 도읍지로서 위상을 높이고 브랜드화 하기 위해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군위군은 2021년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변경했다. 승려 일연이 고로면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하고 입적한 인각사가 위치한 점이 고려됐다.경주시는 2021년 100년 이상 써오던 ‘양북면’ 명칭을 관내 문무대왕릉의 인지도를 앞세워 ‘문무대왕면’으로 변경했다.이름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으면 된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도 촌스럽다는 이유로 바꾸는 요즘이다. 좋은 이름을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역 정체성도 살리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려는 지자체의 지명 변경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5

민심의 바다

우정구 논설위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08석을 겨우 확보함으로써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집권 여당이 야당에게 이처럼 크게 패한 것은 역대총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선거 참패 후 여당 내 터져 나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의 경지로 이끌지 주목된다.국내외 언론들은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제 나름의 분석들을 내놓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민심(民心)으로 귀결된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것이다.특히 작년 10월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이미 민심의 흐름이 감지되었음에도 이에 대비하지 않고 무심했던 것이 결정적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야당의 승리에 대해서는 그들이 잘해 얻은 것이 아닌만큼 “오판 말라”는 경고를 했다. 민심의 수렴보다 정권심판론의 반사이익이 컸을 뿐이라는 것이다.정치는 민심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정치인이 입만 열면 민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말은 정치인에게 상식과 같은 금언이다.실패를 교훈삼아 나의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는 큰 의미로 보면 시행착오와 유사한 말이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빨리 벗어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이번 총선은 정치와 민심이 한몸인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4

대가족에서 1인 가구 시대로

우정구 논설위원 한 가족의 구성원이 삼대(三代) 이상으로 구성되고 결혼한 자녀들이 분가하지 않고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대가족이라 한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많고 엄격한 가부장적 권위가 있다. 조선시대 양반의 가족 형태가 주로 이러했다.대가족제의 기원은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경시대로 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뭉쳐 살면서 공동으로 농사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애가 좋으나 가부장적 권위로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없다.반대 개념으로 핵가족제가 있다. 부부와 그들의 미혼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 형태다. 사회가 분업화 도시화되면서 부부 중심으로 변화한 가족 구조다. 결혼한 자녀들이 독립하여 생활을 할 수 있어 부모 등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롭다. 그러나 가족간 결속보다 이기적 성향으로 흐르는 단점도 있다.가족은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삶의 터전이다. 영국의 소설가 웰스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며 사랑이 싹트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정을 행복의 안식처로 표현하는 이유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세대수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1천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세대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41.8%다. 불과 20년 사이 1인 세대수가 두배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변화로 핵가족보다 더 분화된 1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전문가들은 1인 세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혼자 사는 청년도 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가 더 가파르다고 한다. 나 홀로 가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진복지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11

선거의 묘미 ‘박빙’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는 말은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중국의 고대 시가집 ‘시경’에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는데,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 살얼음을 디디는 듯 한다”고 했다. 여리박빙을 줄여 ‘박빙’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 스포츠와 선거판의 아슬아슬한 싸움을 ‘박빙 승부’라고 표현한다. 근소한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거판에서 박빙은 통상 5%p 이내의 차이를 말하며 1%p 미만은 ‘초박빙’이라고도 한다.선거 때마다 어떤 지역구는 큰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반면, 어떤 지역구는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갈리곤 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승부가 뒤집어 질 때마다 해당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결국 표 집계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면 승자는 환호작약한다.22대 총선 막바지에 각 정당이 우세와 열세 지역을 분석하고 ‘박빙 승부’를 펼치는 지역구를 꼽았다. 이곳을 집중 공약해 자당이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 차원의 분석이다.역대 총선에서 박빙 승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 간 대결에서 접전 끝에 단 3표 차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최소 표 차 당선 기록이다. 당시 100표 차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이 모두 4곳이나 됐다. 17대 총선 때는 충남 당진군의 자민련 김낙성 후보가 9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22대 총선에도 적잖은 곳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분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선거의 묘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10

금배지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 사무처가 22대 국회의원의 배지를 공개했다.이 배지는 오늘 개표를 통해 당선자가 확정되면 등록순서에 따라 배부하게 된다.배지는 99% 은과 미량의 공업용 금으로 제작돼 있다. 지름 1cm 크기로 무게는 약 6g정도다. 분실 시 재발급을 받으려면 국회의원이 3만5천원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다.국회의원 배지 한가운데는 국회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신분에 걸맞도록 직분을 수행하라는 의미다.그러나 보통의 시민들은 금배지라 부르며 권력의 상징처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도 금배지를 달면 당선 전과 후가 달라져 욕먹는 경우도 더러 있다.시쳇말로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면 안다”고 했다. 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표를 부탁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선량한 사람도 특정 상황에 놓이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루시퍼 효과’라 부른다. 일명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라 부른다. 선량한 사람을 뽑아 상황극 속에 교도관 역할을 시켜보았더니 포악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더라는 것이다.과거 김무성 전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초선 때 말고는 달지 않았다. 권위적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라고 했다. 또 모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거꾸로 달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작금의 국회가 부끄러워서라 했다.새로 금배지를 달 22대 국회의원들은 당선의 기쁨보다 배지의 의미를 잘 새겨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량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9

사전 투표의 유·불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사전 투표는 유권자가 지정된 선거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선거일에 선거할 수 없는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해준다. 투표 참여율을 높여 주고 투표일이 분산, 투표 당일의 혼란을 막아 준다. 이전에는 부재자 투표가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불편했다.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선거권자는 선거일 5일 전부터 이틀 동안 전국 어디서든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첫 시행됐다.미국에서 2000년 조기투표가 도입, 시행된 후 한국과 일본 등에 잇따라 도입됐다. 유럽 각국에도 사전 투표제가 시행 중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 학계에서는 이 제도의 위헌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전투표가 아니라 1, 2, 3차 투표로 나뉜 선거는 투표시기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투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는다. 언제 투표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치성향이 드러날 수도 있는 공개투표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21대 총선 때는 사전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어났다.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 % 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사전투표의 높은 투표율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여당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통설이다. 이번 총선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가 서로 유리하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한다.선거 막판까지 막말 공방 등 정치 혐오감이 높지만, 사전 투표율이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은 의외다. 각 정당의 독려때문일까. 내 한 표에 대한 관심과 권리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일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08

나쁜 정치 심판날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의정치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은 그 지역 주민이 선거를 통해 뽑아 지역을 대표하여 국정을 감독 관리하는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권력을 잡은듯 폼을 잡는다면 유권자는 뽑지 않아야 한다. 또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품위를 잃은 망언이나 쏟아내고 자식 이름으로 돈을 빌려 쓰는 편법대출을 일삼아도 부끄러운줄 모른다면 당연히 뽑지 않는 게 옳은 일이다.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가 이화여대 초대총장이 학생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했다는 등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과거 망언으로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는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을 대출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문제는 이처럼 부도덕한 행위가 명백한데도 후보들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부도덕한 부분을 뭉개고 우세 판세에 기대겠다는 생각이다.이번 총선은 유죄선고를 받고 재판 중인 사람들까지 줄줄이 선거에 나서 논란이다. 국회가 범죄자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는 거센 비판에도 그들은 아랑곳 않는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나쁜 현상이다.공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군대를 버리고, 식량을 버리더라도 백성의 믿음(民信)을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성의 믿음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나쁜 정치는 나라를 병들게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는 나쁜 정치가 나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유권자는 윤리적 단호함을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7

언더독의 반란

우정구 논설위원 선거철에 잘 등장하는 용어로 언더독 효과와 밴드웨건 효과란 말이 있다. 이 용어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언더독이란 개가 싸움을 할 때 밑에 깔린 개(Under Dog)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일반적으로 각종 경기에 있어 약자를 의미한다.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약자를 응원하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 한다.1948년 미국 대선 때 사전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민주당 해리 트루먼후보가 공화당의 토마스 듀이 후보를 4.4% 포인트 격차로 이기면서 이 용어가 널리 쓰였다고 한다.밴드웨건은 언더독의 반대 개념이다.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을 뜻한다. 편승효과라고 부른다. 특정 상품이 유행하면서 그 상품에 소비가 쏠리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상품시장에서는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정치적으로는 특정 후보가 앞서면 그쪽으로 지지세가 올라가는 현상을 밴드웨건 효과라 한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우리 속담을 연상케 하는 말로 들린다.스포츠 경기든 경쟁사회에서든 언더독의 반란이 있어야 살맛도 나고 인생의 묘미도 있는 법이다. 강자가 늘 이기는 경기라면 볼 것도 없고 흥미도 없다. 질 것 같은 약자지만 그들의 투혼이 강자를 이겨낼 때 관중들은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선거일이 임박한 가운데 22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의 승부가 관심이다. 지난번 선거에 참패한 국민의힘은 언더독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4

허경영 식 공약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는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처신으로 이목을 끄는 인물이다.그는 기초의원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각종 선거에 8차례 출마했다. 비현실적인 공약 등을 제시, 주목받았다. 22대 총선에 국가혁명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한 그는 비례후보 253명 중 가장 많은 481억5천800만원을 신고, 뉴스의 초점이 됐다. 3년 만에 무려 400억원의 재산을 늘렸다. 축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국가혁명당은 5대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의원 100명 축소, 결혼 시 수당 1억원 지급, 출산 시 5천만원 지급,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70만원씩 지급, 18세 이상 국민 1인당 150만원 지급 등이다. 선거공보에는 ‘허경영이 맞았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따라하는 저출산 정책 예언’이라고 제시했다.그의 뜬금없는 정책은 관심 대상이다. 출산 장려금 등은 처음엔 손가락질받았다. 지금은 여러 정당이 따라한다.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총선 정책으로 내놓았다. 1997년 15대 대선 때는 ‘토요 휴무제’, 2007년 17대 대선 때 ‘노인수당’ 공약을 제시했다. ‘허무맹랑하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토요 휴무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됐다. 노인수당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실현됐다. 시대를 앞서 간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경영이 맞았다.‘역시 허경영’‘허경영은 선지자인 듯싶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허경영은 이번에 정당제도와 수능 폐지, 유엔본부 판문점 이동 등 공약도 내놓았다.황당해 보이던 그의 정책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면 되레 예지력이 있다고 평가해야 할 판국이다. 허경영의 혁명이 어디까지 계속될 지 궁금하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03

조용한 TK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22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열기를 뿜어대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만이 역대급으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국민의힘 절대 우세지역이기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초반부터 맥이 빠진 꼴이다.보통 투표일 일주일 정도면 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올라야 할 판인데 거리는 선거 현수막만 요란할뿐 선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존재감 있는 여당 후보를 만나볼 수 없기는 이전 선거 때나 마찬가지다. 야당 후보는 인물난으로 애초부터 경쟁 구도가 안 생겼다.일각에서는 3무(無) 선거라 부른다. 후보가 내건 공약도 없고 ‘공천이 곧 당선’으로 생각하니 경쟁도 없다. 유권자 역시 선거에 관심이 없어 무공약, 무경쟁, 무관심의 3무라는 것이다.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직업, 사회적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주의에서 기득권을 응징할 수 있는 제도로 이보다 소중한 기회는 없다.중국이 홍콩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12월 치러진 홍콩 자치구 구의원 선거는 최종 투표율이 27.5%로 선거 사상 가장 낮았다. 직전 구의원 선거가 71%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었다. 친중국 인사들로 채워진 후보들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사라진 때문이다.당선을 ‘따 놓은 당상’처럼 생각하고 여유를 부리는 TK지역 여당 후보들에게 조용한 선거가 과연 다행스러운 일일까. TK지역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올지 두렵다. 지금이라도 여당 후보들이 나서 선거판을 선거판답게 조용한 선거판을 뒤집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02

박정희 능욕 파문

홍석봉 대구지사장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부정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엔 군사쿠데타와 정치탄압 등 부정적인 측면 보다는 나라를 가난에서 구제한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22대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막말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후보가 종군 위안부와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구미 시민과 정치권이 분노하고 있다. 김 후보가 2019년 2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종군 위안부와 교사 시절 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에 국민의힘 구자근·강명구 구미시갑·을 후보는 성명서를 내고 “구미가 낳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하는 망언이자,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며 김 후보의 사과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SNS에 ‘더럽고 충격적인 망언을 들었습니다’라며 김 후보를 규탄했다. 대학교수라는 그의 직업과 양식이 의심받을 정도의 저급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박정희’ 논란은 그의 사후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가 아니라 질낮은 정치 공세의 단골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 박정희를 능욕하고 조롱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집단의 저열한 술수다. 정파의 이해득실을 위해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희화화로 폄훼되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름 없다.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예술을 빙자한 능욕과 조롱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패러디도 풍자를 넘어 능욕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저급한 막말은 현실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 국민의 자긍심과 국격을 떨어뜨릴 뿐이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2024-04-01

만우절

우정구 논설위원 오늘이 모두가 바보가 된다는 만우절(萬愚節)이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남을 속이면서 즐기는 날이다. 영어로 April Fool’s Day라 부른다.유래는 중세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유력하다. 16세기 유럽에서는 1년의 시작을 부활절로 여겼다. 하지만 부활절 날짜가 3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들쭉날쭉한 바람에 프랑스왕 샤를 9세가 1564년 1월 1일을 새해로 선포했다.그러나 그런 사실이 백성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로 알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들을 대상으로 놀리거나 조롱하던 것이 유래가 됐다는 것. 프랑스에서는 만우절 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의 물고기’라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4월에 물고기가 유난히 잘 잡힌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 한다.유럽에서 시작한 만우절은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도 만우절 날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피소드 중 하나는 1957년 있었던 BBC 방송의 한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은 스위스에 있는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내보내 시민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또 네덜란드 TV에서는 피사의 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국내서도 만우절을 핑계로 경찰서나 소방서 등에 거짓 신고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철 기간이라 혹시 거짓 신고가 있을까 걱정이 된다. 경찰은 만우절을 맞아 거짓 신고가 확인되면 엄격 대응하겠다고 했다.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낭비로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우려해서다. 만우절을 생활의 활력소가 되게 재미있게 즐기는 것은 각자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3-31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GRDP

우정구 논설위원 GRDP(지역내총생산)는 일정기간 동안 특정지역 안에서 새로이 창출된 최종 생산물가치의 합을 말한다. 각 시도가 경제활동으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발생하였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지역내총생산에서 지역의 범위를 국가 전체로 확장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된다.대구의 GRDP는 1992년 이후 31년째 전국 꼴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GRDP는 울산(7천751만원)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충남(5천894만원), 서울(5천161만원)이 뒤를 이었다. 대구(2천674만원)는 전국 평균(4천195만원)보다도 1천521만원이 낮다.대구는 대통령을 여러 번 배출한 도시였지만 GRDP 실적만 보면 경제적으로는 국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곳이다. 대구의 GRDP가 낮은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으나 그 중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서 탈피하지 못한 산업구조에 있다는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선거 때부터 전국 3대 도시인 대구의 명성 회복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 신공항 사업을 서둘고 첨단미래업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가 GRDP 전국 꼴찌에서 벗어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주요 성장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의 성장잠재력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GRDP에 대한 수도권의 기여율이 2015년 50%에서 2022년에는 70%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 IT 등 신산업이 수도권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역대 정부마다 내세운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는 결과란 점에서 실망이 크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8

저수지의 재탄생, 김천 연화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수성못은 일제시대 관개용 저수지로 조성됐다. 대구시가 넓어지고 저수지 기능을 잃자 대구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수성못은 면적 21만8천㎡, 못 둘레 2천20m로 1965년 유원지가 됐다. 수변 데크 로드와 왕벚나무, 버드나무 가로수길이 상징이다. 2026년 수상공연장과 수성 브리지가 완공되면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경산 남산면 반곡지도 1903년에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이곳엔 수백 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늘어선 150m 가량의 흙길이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인기다. ‘사진 명소’로 선정돼 사진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났다.김제 벽골제와 상주 공검지, 제천 의림지 등 삼한시대 조성된 곳도 저수지 기능을 잃고 현재는 문화재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김천 연화지는 조선시대 농업용 관개지로 조성됐다. 연화지(鳶5629池)라는 이름은 1707년 김천 군수 윤택이 지었다.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가 봉황으로 바뀌는 꿈을 꾼 후 좋은 징조라 여겨 연화지라 했다. 연화지 가운데 봉황대 정자는 경관이 아름다워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토론했던 곳이다.1993년 주변 조경과 편의 시설을 갖춰 시민 휴식 공간이 됐다. 연화지는 사진작가들의 벚꽃 작품과 입소문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됐다. ‘연화지’에 벚꽃이 만발, 상춘객 발길이 줄을 잇는다. 김천시가 올해는 교통, 편의시설 등을 개선하고 ‘차없는 거리’를 운영, 손님맞이에 정성을 쏟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들이 국민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연화지의 아경에 푹 빠져들고 싶은 요즘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27

원전으로의 회귀

우정구 논설위원 국내 언론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으나 지난 21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유럽 등 세계 30여 개국의 국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력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이종호 과기부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이날 회의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발전 촉진을 위한 원전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유럽에서 원자력에 초점을 둔 정상급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유럽은 원전과 관련한 산업이 사양길을 걸었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에너지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원전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지구 온도상승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사용량을 1990년 대비 55%를 줄여야 하는 EU의 목표달성을 위해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는 분위기다. 프랑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AP통신은 “과거 부정적이었던 원자력에 대한 유럽국가의 인식이 최근 몇 년 사이 역전됐다”며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꼬집었다.유럽 국가들의 원전 부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원전만 한 것이 없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정상회의에는 그린피스 소속 환경운동가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대세는 원전의 부활이다.30년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100%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 세계는 지구적 재앙에 직면할 거란 경고에 대한 대안이 없는 한 원전으로의 회귀는 불가피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6

오컬트 영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오컬트(Occult)는 신비주의 학문을 가리킨다. 서양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설화와 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을 탐구하고, 그 원리나 규칙을 연구, 이용하려 한 학문이다.현재에도 오컬트적인 상징을 추종하거나 연구하고 종교적 신앙으로 삼는 인물과 단체가 있다고 한다. 동양의 오컬트는 중국의 도교, 인도의 아유르베다, 티베트의 탄트리즘 등에서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유대교의 카발라,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등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다. 판타지 및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는 책과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룬다.악령과 구마, 빙의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는 그동안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오컬트 물은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다. 70, 80년대 온 가족을 TV앞으로 끌어모았다.영화 ‘파묘’가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컬트’ 장르로는 처음이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등에 이어 ‘파묘’의 성공으로 한국의 오컬트 장르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등극했다. 한국적인 오컬트 장르를 대중에게 알린 영화가 2016년 나온 ‘곡성’이다. 당시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해 화제를 뿌렸다. ‘파묘’는 ‘곡성’을 뛰어넘어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이 얽힌 이야기가 요즘 세대에게도 통한다고 하니 다소 의외다. ‘파묘’는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도 공식 초청됐다. 오스카상에 빛나는 ‘기생충’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3-25

‘물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는 일원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인류에게 물은 고대나 지금이나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이 없다.물이 없는 생물의 존재는 생각할 수 없다.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강 등지서 출발한 것도 인류와 물의 상관관계를 말해 준다. 사람 신체의 70%가 물이다. 신체의 물은 물질대사에서 생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한다. 또 체내의 갑작스런 온도 변화를 막아주는 등 물은 인간의 생리적 기능을 원활하게 도와준다.인구 증가와 산업활동이 늘면서 수질 오염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는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엔은 1992년 리우환경회의 의제 가운데 하나인 수자원 보호를 수용하면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일깨우는 날이다.1990년대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발표했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국토의 70%가 급경사인 산지며 강수량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돼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또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물 사용량이 많아 물 부족 국가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그러나 국내 일부 학자들은 세계 물포럼 자료를 인용,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해 물 부족 국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수돗물을 식수로 하는 세계 몇 안되는 나라인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란 것이 맞지 않다는 논리인데, 국민도 물 부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하지만 수질 오염이 확산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물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기후학자들은 전망한다. 물 부족 국가 여부를 떠나 물 부족에 대비하는 절약정신은 잘 지켜지는 것이 옳은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