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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서관의 무한 변신

홍석봉 대구지사장 시카고도서관은 진로, 결혼,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것이 목표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나 방과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도서관이 지혜의 보고에서 벗어나 생활의 보고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요즘 공공 도서관은 인터넷 카페, 북카페, 디지털라운지, 3D VR 체험존을 갖춰 연령층에 맞게 욕구를 충족해준다. 각종 콘서트와 명사 특강 등 인문과 예술 및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악기, 숲, 미술작품 등을 갖춘 이색 도서관도 곳곳에 있다. 도서관의 변신은 끝이 없다.대구중앙도서관은 2023년 7월 재개관과 동시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도서관은 1919년 개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오는 3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늘봄형 도서관 학교’를 운영한다. 공공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돌봄 서비스에는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과 학습능력 향상은 기본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과와 연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 속 그림책 놀이 연극, 교과연계 통합독서, 어린이 토털공예, K-팝 댄스 등 프로그램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다.도서관이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교육 돌봄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책을 통한 삶의 지혜뿐 아니라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만능 도우미로 무한 변신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2

거부할 수 없는 AI 물결

우정구 논설위원 2016년 3월 9일. 바둑계 세계 최정상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적 주목거리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으나 5번의 대국 끝에 알파고가 4대 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머지않아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미래기술 경연장으로 소문난 전시회다. 올해도 세계 150여개국에서 4천 개가 넘는 기업들이 저마다 신기술을 자랑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올 CES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인공지능(AI)이다. 산업계도 “올해는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삼성의 AI폰 출시가 AI 상용화의 원년을 가르키는 뉴스로 등장했다. AI 기능이 탑재된 삼성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 기능이 탑재된 폰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삼성 AI폰은 통화 중 실시간으로 13개국 언어가 동시 통역되는 기능이 장착됐다.스마트폰 개발 하나만으로 우리의 삶은 이미 과거 수백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세상을 살고 있다. 4차 혁명시대를 맞아 AI 기술을 중심으로 세상이 또한번 바뀔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겠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두려움도 없지 않다.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람의 일을 도와줘야 할 AI가 되레 사람의 일거리를 뺏어 갈지도 걱정이 된다.CES에 참관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좋든 싫든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바뀌는 대전환 시대를 살아갈 각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21

북한의 겁박

우정구 논설위원 새해 들면서 북한의 대남 협박 수위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고 “전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북방한계선 인근의 포병 사격과 탄도미사일 발사, NLL 불인정 등 새해들어 보이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발적 군사충돌이 일어날까 염려하는 이도 있다.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현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한다.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과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국민이 북한의 위협과 공갈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전쟁에서 심리전이 주는 효과는 상당하다. 오랜 옛날, 전쟁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적의 포로를 잔인하게 죽여 시신을 공개하는 것 등은 적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일종의 심리전이다.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확성기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보다 대북방송이 더 위협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러나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대남 위협을 말뿐일 것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거친 표현들이 허세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북한을 견제하는 우방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국내적으로는 모두가 유비무환의 정신을 굳건히 하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18

정치판의 ‘떴다방’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판에 ‘떴다방’이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22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척이 없다. 여야는 ‘병립형’과 (준)연동형을 두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양당의 이해가 얽혀 타결 가능성은 작다. 결국,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지난 총선 때 국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함과 위성정당 출현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선거 후에는 군소정당의 이합집산으로 정치 피로감을 더했다.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탄생했다. 유사 정당이 속출했다. 급조된 많은 위성 정당이 등록, 유권자들의 선택을 방해했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 3곳과 밀어붙여 만든 선거제도였다. 계산법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들조차 헷갈렸다.국민의힘은 과거 선거 제도인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다. 지역구 의석 수는 상관없이 비례대표 47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각 당이 나눠 갖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방 도입한 원죄를 인정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비례연합정당’이 꿈틀대고 있다. 기본소득당 등이 참여한 ‘개혁연합신당’이 민주당에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야당 원내대표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비례 연합 정당을 지지한다며 한발 더 나갔다.정치권이 위성정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위성정당은 정치권의 야합이 낳은 기형아다. 그 폐해를 겪고도 또 기형아를 낳으려고 한다. 정치 혐오만 자꾸 쌓여간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7

글로벌 리스크 ‘기상이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은 얼마전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극심한 기상 이변’이 세계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라고 밝힌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여서 신뢰도가 높다.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10개의 지구촌 장기리스크 중 5개가 환경과 관련 리스크로 나타난 것 또한 주목할만 한 결과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그 심각성이 날로 깊어진다. 그러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구촌의 심각한 기상이변에도 전세계는 매우 더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최근 2023년 지구표면 온도가 1901∼2000년 평균치보다 2.07도 높아진 것으로 집계했다. 해양 열파와 엘니뇨 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2023년은 12만5천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작년 말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81∼2100년도에는 한반도 일부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탄소배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서울의 경우 겨울이 37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봄이 1월말이면 시작된다는 얘기다.부산은 40년 안에 겨울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전국에서 가장 폭염일수가 많은 대구는 현재 32일의 폭염일수가 최대 120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끔찍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6

외국인 인재 전쟁

홍석봉 대구지사장 싱가포르는 2022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서 전 세계 133개국 중 2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이 경쟁력지수는 국내 환경, 인재 유치와 양성·보유, 직업 기술, 글로벌 지식의 6가지 주요 지표로 나라별 규제와 교육, 대외개방 정도 등을 평가해 각국의 인재 경쟁력을 표시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전 세계 지식·기술 분야 세계 1위, 인재 유치·육성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2위를 도맡았다. 그만큼 인재 유치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코로나19 시기,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외국 고급인력이 유출돼 어려움을 겪은 싱가포르가 고급 인재를 다시 유치하고자 장기 취업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5년짜리 체류 비자 발급, 고용증 발급 처리 기간 단축, 자국민 우선채용정책 완화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우리나라는 2022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분석결과 OECD 회원국 38개 중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외 인재 유치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매력도’ 33위, ‘성장성’ 25위, 노동생산성 등 직업·기술 역량 부문 순위는 28위로 낮았다.외국인 인재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경북도가 외국의 인재 유치에 나섰다. 경북에서 유학 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공대 등 경북 형 초청장학제도 수학 대학 4곳을 선정했다.이공계 석·박사 과정 외국인 인재를 경북에 유치해 양성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도내 우수기업에 부족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다. 올해 4개 대학에서 각 10명씩 40명의 유학생을 뽑는다. 학비와 체류비를 지원한다.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우대받는 시대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5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합종연횡은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나라와 인근한 여섯나라 사이에서 펼쳐진 외교술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서는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보고 언론이 합종연횡이라 표현했다.우리나라 합종연횡의 대표적 사례이자 성공한 경우는 DJP 연합이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공동 여당을 목표로 결성해 연합정부 설립에 성공한 케이스다.대선 당시 김대중은 대통령, 김종필은 책임총리를 맡고 임기 2년차에 의원내각제로 개헌해 임기 후반은 김종필이 정부 수반으로써 국정을 책임질 것을 공약했지만 현실화 되진 못했다.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성공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로 보면 보수당과 민주당계가 국회를 양분해 사실상 제3지대의 정당으로 내세울 만한 당은 별로 없다. 의석 수나 지속성 등을 볼 때 안철수나 김종필 정도가 유의미한 정당을 유지했다고 할 정도다.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서둘고 있다. 또 민주당 탈당파 의원,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도 창당 움직임에 가세해 현재 5개 정도 신당이 준비 중이다.이들은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지지층을 껴안고 기득권 정치 타파를 외치며 뜻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합종연횡이 성공할지 주목거리다. 합종연횡의 성공은 유권자인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국민의 눈에 권력에서 밀려 이합집산하는 수준으로 비치면 안 된다. 정치를 바꾸려는 진정성이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4

상주 곶감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감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밖에 자라지 않는 동양목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초기 진상품에 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감나무 재배를 해 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예로부터 감나무에 얽힌 설화가 많으나 그 중 감나무 5덕(德)을 소개하면 이렇다.넓은 감잎을 잘 말리면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어 문(文)의 덕이라 했고,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목재는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돼 무(武)라 했다.또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어 효(孝)의 덕목을 가지고 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모두 붉어 충(忠)이며 바람과 눈,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절(節)이라 했다.곶감과 쌀, 누에고치 등 삼백의 고장으로 소문난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상주곶감 농업은 2019년 국가 중요농업유산(제15호)으로 지정됐다. 곶감공원과 곶감박물관 등 곶감을 테마로 하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특히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우리나라 최고령 감나무로 확인돼 상주가 곶감의 본고장임을 잘 알리고 있다. 이 감나무는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을 통해 530년 된 감나무로 인정을 받았다.지난해는 고욤나무 접목 등 선조들의 영농기술을 입증하는 학술적 가치가 인정돼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한해 3천∼5천개의 감을 생산할 정도로 생육상태가 좋다고 한다.곶감의 본고장인 상주시가 12일부터 14일까지 북천시민공원 일원에서 상주곶감축제를 연다. 상주 곶감의 진미를 느끼려면 축제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1

IB교육의 성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공교육에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2018년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당선된 후 취임 첫해부터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 및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교육을 추진해왔다. 대구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와 경기, 제주 등 전국 교육청에서 IB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세계 160개국 5천600여 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IB 월드스쿨(IB 본부로부터 인증 받은 학교)은 대구에만 21개교가 있다. 대구가 명실공히 국내 IB교육의 중심이다.IB 프로그램은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IB 학교에서 시작된 교실수업 혁신 모델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경북대사대부고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IB 월드스쿨 닻을 올렸다. 일반계 국·공립 학교에서는 첫 시도였다. 대학입시와도 직결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지원생까지 나왔다. 자기주도학습의 성과다.IB 교육은 1986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관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를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점차 확대돼 많은 나라에서 도입, 전 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주게 됐다. IB교육이 대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0

출산율 골든타임 놓칠라

우정구 논설위원 합계출산율 0.6명대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세대를 200명(100쌍)으로 가정했을 때 다음세대 인구는 60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연평균 출생아수가 85만명대인 197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기록한 출산율은 1.15명(2000년대)이었다. 같은 계산법으로 연평균 출생아수가 70만명이던 19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출생율이 0.8명이다. 불과 20년 사이지만 출생아 감소가 빠른 속도로 낮아짐을 볼 수 있는 통계다.“출산율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말은 가임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 결국은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진다 해도 인구회복이 어렵다는 뜻이다.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명대. 올해는 0.6명대까지 전망한다. 작년 1년동안 태어난 출생아수는 23만5천명. 1970년대 85만명대와 비교하면 30여 년 만에 27% 수준까지 추락했다.전문가들은 우리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을 길어야 앞으로 10년 정도라 한다. 10년 이내 획기적 인구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인구회복이 불가능한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지구상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질지 모른다.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작년 유일하게 출생아가 증가한 곳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작년부터 충북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는 5년에 걸쳐 현금 1천만원을 출산수당으로 주고, 전월세 이자 지원 등 각종 결혼장려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이제는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 육아부터 학교를 마치는 데까지 거의 무상이라는 파격적 인식을 주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게 됐다. 그야말로 특단 대책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09

대학등록금 인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최대 5.64%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79%p 올랐다.대학 등록금 인상한도가 5%대가 된 것은 2012학년도(5.0%) 이후 12년 만이다. 또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한 2011학년도의 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학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장학금 지원 등 당근책까지 제시했다.대학은 죽을 맛이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15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로 대학의 수입이 줄었다. 대학은 인건비와 관리비 충당에 급급하다. 첨단 설비 도입은 아예 엄두를 못낸다. 노후 건물의 개·보수 조차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크게 는 것도 아니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되레 줄었다.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다. 선진국들이 산업 고도화를 위한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는 동안 우리는 거꾸로 갔다.지난해 일부 대학은 정부 제재에도 불구, 등록금을 인상했다. 올해는 등록금 인상에 가세하는 대학이 더욱 늘 전망이다.교육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다. 대학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등록금의 완전 자율화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높다. 대신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대폭 늘려 주는 것이 맞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언제까지 교육부가 대학의 목을 틀어쥐고 있을 것인가./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8

사회 갈등과 정치 테러

우정구 논설위원 갈등(葛藤)이란 칡덩굴이나 등나무 덩굴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개인이나 여러 집단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 행동, 신념, 목표로 인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라 부른다.빈부갈등, 부부갈등, 종교갈등, 노사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수많은 갈등요소를 법적으로 민주적으로 잘 풀어가는 것이 바로 정치다.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존재하지만 홀로 살 수는 없다.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그래서 그는 국가없이 살 수 있는 자는 인간 이상의 존재이거니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도 말했다. 인간은 정치 공동체인 국가를 떠나 살 수 없고 공적인 영역에 참여하면서 최고의 행복을 누린다고 했다.복잡한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수야 없지만 갈등이 사회적으로 커지면 국가 존립도 흔들게 된다. 최근 국가보훈처가 한 연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한국사회의 갈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종교분쟁이 있는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가 발생한 것도 한국사회의 높은 갈등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정확한 테러 이유가 밝혀져야겠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대립과 증오를 부추기는 한국정치는 이런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4-01-07

CES 2024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4가 이달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가전전시회의 세계 최고봉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올해 전시회에는 150개 국가에서 3천500개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참관객만 13만명이 넘을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5천명의 재계 및 정관계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통가전 기업뿐 아니라 포스코, SK, 롯데 등의 대기업과 전국의 중소기업에서도 많은 이들이 신기술 구경과 비즈니스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CES는 처음에는 가전전시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쇼와 뷰티, 푸드쇼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급변하는 첨단 신기술의 경연장답게 각국 기업들이 내놓은 신제품들이 요란스럽게 눈길을 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6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와 정보통신기술,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CES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그 중 13개 기업은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고 한다. 혁신상은 주최사인 CTA가 전시회 개최 전 기술성, 심미성, 혁신성 등을 평가해 우수제품과 신기술에 주는 상이다. 상을 받은 기업들은 이를 활용,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선다.세계는 신기술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도 CES에 참여하는 용기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04

장송곡 시위의 소음 기준

홍석봉 대구지사장 생활 소음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높아간다. 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커진다. 사람이 참을 수 있는 소음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주요 도시의 연평균 소음도는 61.57~70.57데시벨(㏈)이다. 국내 기준치 55㏈, WHO 권고치 53~54㏈보다 훨씬 높다.UN환경프로그램은 소음을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소음은 건강도 해치고 난청 위험도 높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음 관련 민원은 2009년 4만2천400건에서 2019년 14만3천18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100㏈이 넘는 확성기 소음은 듣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대구고등법원이 지난 2일 ‘구청 앞에서의 장송곡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대구 서구청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구청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법원은 집회나 장송곡을 막지 않는 대신 주최 측에 75㏈ 이상의 소음을 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 충남 태안 군청 앞의 장송곡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법원이 75㏈(야간 65㏈) 초과 소음 발생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은 지자체의 평온한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국내 기준치보다 훨씬 높지만 75㏈은 앞으로 집회·시위의 소음 기준이 될 터이다. 장송곡 시위는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소음 뿐만 아니라 장례용 각종 조형물 등도 시민에겐 일종의 테러다. 법원이 일정 지역 내에서 장송곡 재생과 영정 사진 및 장례식용 조형물·근조화 설치를 금지한 태안군 사례를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다.집회·시위를 주최하는 측은 앞으로 좀 더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3

선거의 해

우정구 논설위원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세계 각국 언론도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가 치러질 올해의 지구촌 움직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지구촌에서 치러지는 각 나라 선거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024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가장 큰 변수로 선거를 꼽았다. 특히 11월 있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세계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이 어떤 정책과 규제를 펼치느냐에 따라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올 1월 가장 먼저 선거를 치르는 대만의 예를 보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의 당락에 따라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올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여야는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에 대비한 전열 정비에 여념이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사상 가장 극렬한 진영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거가 극렬하면 상대적으로 그 후유증도 큰 게 보통이다.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근심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직업군과 계층·계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선거의 결과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갈릴 수도 있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이번 총선 만큼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02

새해 소망

홍석봉 대구지사장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염원한다. 가족과 애인의 건강과 사랑, 합격을 빈다. 동해안의 해돋이 명소마다 인파가 붐볐다. 해맞이는 어느덧 연례행사가 됐다.새해 소망을 비는 것은 서양에서 유래했다. 로마 신화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비롯됐다. 야누스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얼굴이 두 개인 신이다. 새해의 첫달인 1월의 이름(january)도 야누스에서 따왔다. 로마인들은 새해 첫날 야누스에게 제물을 바치고 소망을 빌었다. 이런 풍습이 기독교 문화권에 퍼졌다.새해 첫날 새 목표를 세우고, 나쁜 습관을 고치며 그해의 안녕을 빌었다. 고려시대에는 새해에 왕이나 귀족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해에는 더 나은 행실을 다짐하는 행사가 있었다. 일제시대 때 우리는 양력설을 신정이라고 부르고 음력설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일제의 정책에 반발, 양력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이 때부터 새해에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우리나라는 새해 새로운 간지를 쓴다. 12간지(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다. 새해에 새로운 운명을 상징한다. 새해 자신의 운명을 좋게 하고, 좋은 일을 기원하는 것이 전통이었다.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을 물은 한 조사에서 1위는 ‘건강’(34.7%)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자유’(22.8%)와 ‘경기 안정’(8.8%)이 뒤를 이었다. 경제 보다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평범한 삶, 내 집 마련, 여행 등 순으로 나타났다.청룡의 해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1

운외창천(雲外蒼天)

우정구 논설위원 인류는 ‘희망’에 의존해 발전해 왔다는 말이 있다. 희망이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뜻이다. 인간이 불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희망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이 없었다면 과연 인류는 어떠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왔을지 궁금하다.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은 희망과 꿈이 있기에 현재의 잘못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오랫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불경기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국내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우리 경제를 압박한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기업은 기업대로 서민경제는 서민경제대로 힘들고 고달팠던 한해였다.중소기업인들이 내년도 경제를 바라보며 선택한 사자성어가 ‘운외창천(雲外蒼天)’이라고 한다.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절망하면 안 된다”는 격려의 말을 할 때 잘 사용하는 표현이다. 희망을 잃지말고 난관을 극복하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올 한해 많이 고생했음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새해를 앞두고 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한 때다.다가올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올해 못 이룬 모든 것을 소망하고 희망해야 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포기하라고 말할 때 희망은 한 번 더 시도해보라고 속삭인다”는 서양의 격언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희망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8

수(手)개표의 부활

홍석봉 대구지사장 2002년 6월 지방선거 때 전자개표가 첫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였다. 유권자가 투표한 투표지를 전자개표기(투표지 분류기)에 넣으면 광학센서가 기표 내용을 인식, 후보자별로 그 결과를 자동 집계했다. 기표 오류 투표지만 개표 요원이 수(手)개표했다.전자 투·개표는 1948년 제헌국회 선거 이후 50년 이상 눈에 익은 개표장 풍경을 확 바꿨다. 개표 요원들이 밤을 새며 분류·합산하던 작업을 기계가 대체했다. 자동 개표기의 등장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다시 수개표를 했다. 당시 비례대표 등록 정당 수가 역대 최대인 38개, 투표용지 길이만 51.9cm에 달해 투표지 분류기의 처리 한계를 넘어섰다. 할 수 없이 수개표로 진행한 것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부터 전수 수(手)개표를 도입키로 했다. 전자개표 뒤 사람이 투표용지를 전수 검사하는 방식이다.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된다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수개표가 시행되면 개표 과정의 투명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선거 결과의 지연 발표는 불가피하다. 21대 총선 직후 전자투개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지난해 20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달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투개표 불신 우려를 키웠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찌감치 전자 투개표를 도입했던 선진국들도 수년 전부터 직접투표와 수개표로 바꿨다. 해킹 위험 때문이다.수개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의 회귀다. 하지만 선거 부정 시비를 일소하고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소쿠리 투표’ 소동 등 선거 부실 관리로 불신을 초래한 선관위의 책임이 크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7

간병지옥에서의 脫出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각국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년인구가 늘고 있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은 돌봄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지만 나이든 부모 간병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간병을 하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작년 일본에서 출간된 ‘불효돌봄’이란 책의 저자는 “병들고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데 자식이 착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날 고민은 하지말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는 주장을 폈다.우리말에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도 부모 간병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간병비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간병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가족이나 형제간 갈등도 심각하다.부모 병 구완을 위해 간병인을 쓰다보니 간병비 지출을 감당못해 간병파탄 환자가 늘고 있다. 부모 간병 때문에 퇴직하는 간병퇴직, 가족간 불화로 빚어지는 간병지옥, 심지어 간병살인까지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도 목격된다. 집안에 간병할 사람이 생기면 온가족이 시한폭탄을 안은 것처럼 전전긍긍이다.하루 간병비 14∼15만원 주고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달이면 400만원이 훨씬 넘으니 병을 오래 끌면 수천만원 부담도 금방이다. 간병비 때문에 한가정이 망할 참이다.정부가 간병 경감방안을 내놨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요양원 입원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이 그 내용이다.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문제라 쉽지는 않아 보이나 진작 손을 봐야 할 문제라는 데 이의는 없다. 간병지옥에서 탈출할 묘안이 나와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6

‘삼시두끼’

홍석봉 대구지사장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먹는 데 진심이었다. 식사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끼니를 잇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식사했느냐”고 묻는 것이 인사였다. 성경에도 기근 이야기가 여러 곳 나온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마태복음 구절도 당시 끼니 해결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였는지를 잘 보여준다.우리나라는 천재지변이 많았다. 왜적의 침범도 잦았다. 그러다 보니 가뭄과 홍수, 전쟁으로 말미암은 기근이 빈번했다. 식량난은 인간에게는 재앙이다.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북한은 1995년 8월 가뭄과 흉년이 겹쳐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 한국에서 15만t의 쌀을 무상 원조받았다. 지금도 북한은 굶어 죽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9살 때 탈북한 20대 후반의 한 탈북민은 남한에 와서 “삼시세끼 먹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1960년 대만 해도 우리 주변에 끼니를 거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끝에 우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선진국이 됐다. 지금은 각종 복지혜택과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비돼 굶는 사람은 없다.우리네 식생활 습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삼시세끼’는 옛말이 됐다. 요즘 한국인은 하루 평균 두 끼 정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젠 ‘삼시두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심지어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답한 이들도 있다. 체력 유지에 필요할 정도만 하는 식사가 됐다. 다이어트 열풍도 한몫했을 터다. 끼니가 생활의 보조 수단이 된 것이다. ‘삼시세끼’는 한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이 될 정도로 이젠 희화화됐다. 새삼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게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