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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뒷모습

등록일 2025-01-15 18:08 게재일 2025-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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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됐다. 강제력을 동원한 국가수반의 체포는 이 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용산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이동한 여러 대의 차량 중 한 대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만들고 기다린 기자들을 따돌리고 후문을 통해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 언론사의 카메라가 대통령의 뒷모습을 찍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의 인물이 멀쩡한 정문을 두고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조급하게 ‘뒷문’으로 들어가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역사의 기록으로 선명하게 남을 터. 분명 자랑스런 장면은 아닐 듯하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과 탄핵 의결,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로 연일 소란스러운 대통령 관저 일대, 최근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지난 연말과 올 연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했다. 윤 대통령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두 편으로 갈려 현재도 갈등과 반목을 지속 중이다. 화합 속에서 희망과 꿈을 설계해야 할 새해 벽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떠올려보면 한국 대통령 중엔 비극적인 말년을 보낸 이들이 적지 않다. 이승만은 하와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노무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는 짧지 않은 감옥생활을 했다.

오늘 지켜본 ‘윤석열의 뒷모습’이 또 다른 한국 대통령 한 명의 비극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아닐지. 국민들은 답답하고 딱하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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