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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솔로 이코노미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 가구수는 750만2천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34.5%에 해당한다. 1990년 9% 수준과 비교하면 3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유럽연합의 국가들도 우리보다 먼저 1인가구 시대를 경험했다. 지금은 그에 맞는 시장경제도 형성됐다. 조금 지났지만 2018년 기준으로 유럽의 1인 가구 비율은 33.9%다. 스웨덴은 56%,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은 40%가 넘는다. 도시별로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경우 60%가 1인 가구다.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면 유럽국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대략 간추리면 다음 3가지 정도라 할 수 있다.첫째, 저성장이다. 청년층이 취업난에 봉착하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면서 혼자 사는 젊은이가 늘어난 때문이다. 둘째는 이혼 및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터, 골드 미스 등의 증가다. 세 번째는 고령화다.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를 잃고 나홀로 지내는 노령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솔로 이코노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택, 식품, 가전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홀로 사는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혼밥, 혼술을 넘어 혼영(혼자 영화) 혼행(혼자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장경제 흐름에 맞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의 산물이다. 앞으로 1인가구 비율이 더 늘어나면 소비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21

신품종 과일 전성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품종 과일 전성시대다. 다양한 모양과 맛, 색깔을 자랑하는 신품종 과일이 국민 식탁에 오르고 있다.샤인머스캣은 최근 몇 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과일 시장에 대변혁을 가져왔다. 일본에서 개발됐지만 상표등록을 않아 로열티가 필요 없자 국내 재배 열풍이 불었다. 샤인머스캣은 캠벨, 머루포도 등을 대체하고 거봉포도 마저 제쳤다. 저장성이 좋아 겨울에도 제철 과일인양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검은 색의 스윗사파이어 종이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국산 신품종 수박 블랙위너수박은 까맣고 얇은 과피와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를 지니고 있다. 순수 국산 품종으로 재배농가가 늘고 있다. 2020년 시중에 첫 출시돼 높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 신품종 감귤 윈터프린스도 달콤하고 청량한 맛,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껍질이 쉽게 벗겨져 먹기 편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수출 및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많다.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고 한입 크기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대추토마토, 짭짤이 토마토, 노란색 토마토 등 종류가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고 과일 대용 채소로 상종가다.최근 상주에서 재배한 희귀 품종의 흰색딸기(신데렐라)가 수출길에 올랐다. 남상주농협 딸기수출단지에서 재배, 홍콩으로 첫 수출했다. 흰색딸기는 경도가 단단하고 맛과 향이 독특하며 붉은색이 아닌 흰색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신품종 과일은 맛과 색깔, 모양 등에서 기존 과일을 뛰어넘는다. 눈부신 농업 기술 발전의 결과다. 국민 영양 및 식단에 일조한다. 윈터프린스 감귤과 흰색딸기 등은 수출에도 일조한다. 농가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20

낙서 테러

우정구 논설위원 낙서(落書)란 아무 곳이든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무작위로 글을 남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문화재나 유명 장소의 건물 등에 낙서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 낙서 자체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다.그러나 유명 예술가 등은 낙서장을 가지고 다닐만큼 낙서를 통해 습작을 해 창작활동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2013년 일이다. 중국의 한 소년 관광객이 3천년 전 람세스 2세 때 세워진 이집트 룩소르 신전을 관광하면서 그곳에 “△△가 왔다 갔다”는 낙서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이집트 당국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또 2015년 북경에서는 한 청년이 고궁박물관에 있던 300년 된 구리 항아리에 칼로 연인의 이름을 쓰고 하트 표시를 한 사건이 벌어져 소동이 벌어졌다.지금은 뜸하지만 우리나라도 한 때는 명승지 바위 등에 자신이 다녀간 기념으로 이름을 새기는 일들이 종종 벌어졌다. 1970년대 대학가 화장실은 불온낙서가 유행해 학교당국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낙서를 지우고 나면 다음날 또 다른 낙서가 생겨나 곳곳에 낙서금지 문안을 붙일 정도였다.심리학자들은 낙서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이나 욕구 등이 표출된 표현물로 본다고 했다. 사회적 제도나 규범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일들을 낙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는 말이다.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지난 주말 사이 두 차례 걸쳐 낙서테러를 당해 경찰이 용의자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보는 문화재에 대한 낙서테러란 점에서 범행 동기가 자못 궁금하다. 이유야 어쨌든 문화재 훼손과 복구비 등을 생각하면 엄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9

파부침주(破釜沈舟)할 사람 어디 있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파부침주(破釜沈舟)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항우본기’에 나온다.진(秦)나라 시황제 말기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진나라를 치기 위해 옛 초나라 땅에서 군사를 일으킨 항우는 거록 전투에서 강을 건넌 후 타고 왔던 배를 침몰시키고 싣고 온 솥을 깨뜨리도록 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는 3일 분의 식량만 나누어 주었다.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도 없는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항우는 진나라 주력부대를 궤멸시키고 유방과 패권을 다투는 맹주가 됐다. 이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 파부침주다. ‘파부침선(破釜沈船)’, ‘기량침선(棄糧沈船)’이라고도 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의 정치권 혼란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파부침주할 백마탄 기사는 어디에 있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때아닌 겨울비에 감상에 젖어 쓴 글이지만 항우와 같이 결사항전의 각오로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 왜 나오지 않는지 묻는 시국한탄이다.지금 정치권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장 선임과 중진 사퇴 압박 등으로 어수선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친명계’와 ‘비명계’로 나뉘어 당이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코앞이다. 국민들은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을 보고 의로움을 잊는다)가 선정됐다. 견리망의 대신 의를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절실하다. 백마탄 기사는 정녕 보이지 않는가.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8

은둔형 외톨이 청년

우정구 논설위원 202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고령의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8050문제가 핫이슈가 됐다.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의 8050은 이제 일본선 9060문제로 넘어가는 시대 상황을 맞고 있다.일본말의 히키코모루는 ‘틀어 박히다’는 뜻이다. 히키코모리는 히키코모루를 명사형으로 바꾼 신조어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은둔형 외톨이’다. 자녀가 취직을 못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고립형 청년을 두고 일본서는 이렇게 부른다.며칠전 우리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고립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다시 말하자면 우리도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실제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립·은둔 위기의 청년이 약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9∼39세 연령층 인구의 5% 수준이다. 이들 청년은 취업할 생각도 않고 집에 박혀 동영상 시청 등 온라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75% 이상이 대졸 이상 학력자다. 고립 은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등 직업관련 어려움이 24.1%, 대인관계 어려움을 꼽는 사람이 23.5%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신체건강이 좋지 않다고 대답했고, 7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고립·은둔형 자녀가 늘면서 관련 부모단체가 만들어지고 “나는 은둔형 외톨이 엄마입니다”라는 책도 출간됐다.만시지탄이나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7

붕어빵

우정구 논설위원 동네 버스정류장 부근 모퉁이 등에 등장하는 붕어빵 노점을 보노라면 겨울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붕어빵은 한국인에게 겨울을 알리는 대표 간식거리다.원래 일본 도쿄 어느 가게에서 시작된 타이야끼(도미) 빵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도미는 비싸고 귀한 생선이어서 도미 모양으로 된 빵이라도 만들어 먹자고 생겨난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한다. 도미빵이 붕어빵 모양으로 변경된 것이 지금 우리 동네서 파는 붕어빵이다.193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져 벌써 90년 세월이 흘렀다.미국에서 밀가루가 많이 지원되던 6·25 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국내에서 많이 유행했다. 저렴한 가격 탓에 서민들의 점심 대용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붕어빵 노점은 쇠퇴하는 듯했으나 IMF 외환위기 이후 또다시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붕어빵은 쇠틀에 밀가루로 만든 반죽과 단팥소를 넣어 간단히 구워먹는 풀빵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해 불황기에 잘 등장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붕어빵 장사가 없어지고 경기가 나빠 실업자가 양산되면 길거리에 붕어빵 노점이 늘어난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일종의 불황을 알리는 지표로 보기도 했다.올겨울 사라졌던 붕어빵 가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중심으로 붕어빵 장사에 나서는 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노점도 하지만 작은 구멍가게의 숍인숍 형식의 점포도 늘고 있다. 대구에서 붕어빵 1개 가격은 700원이 주류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10년 전 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옛 추억을 느껴 볼 붕어빵이지만 서민경제가 나빠져 불쑥 등장한 것 같아 썩 반갑지만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4

‘개딸’과 작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개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바꿔달라고 언론 등에 주문했다. “상대 진영이 우리를 프레임해 선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개명 이유다. 나쁜 이미지가 덧칠됐다는 것이다.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임말로 당초 작명 의도는 괜찮았다. 당 대표까지 ‘우리 개딸, 개이모, 개삼촌’이라며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치권과 언론 등에 폭력성이 부각된 이미지가 각인됐다. 이미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자 이미지로 굳어진 명칭을 이제 와서 본인들이 원치 않기 때문에 바꾼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우리 사회 곳곳에서 줄임말이 성행한다. ‘심쿵(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만큼 놀라거나 설렌다)’‘맛점(맛있는 점심)’‘극혐(아주 싫어하고 혐오하다)’ 등은 요즘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이젠 성인들까지 사용하는 등 생활 속 깊숙이 침투했다. ‘개딸’도 이런 유형의 신종 줄임말이다. 줄임말의 부작용이 적잖다.얼마 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의 신설 역사 이름이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돼 논란을 빚었다. 지역과 대학 이름을 함께 넣으면 대학도시의 이미지 개선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이름 붙였다. 이후 “역 이름 떠올리다가 지하철 놓치겠다”, “역 이름이 암호같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이름은 사람이나 물체를 상징하고 대표한다. 이름은 부르기 쉬워야 한다. 이제 작명 때 줄임말까지 감안해야 할 상황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3

남우충수(濫竽充數)

우정구 논설위원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12월에 발표하는 사자성어는 우리 시대 사회상을 잘 반영한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교수신문은 2023년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올바름을 잊어 버린다”는 뜻이다.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교수들이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 중 비록 1등은 못했지만 우리 정치인의 부족함을 빗댄 말로 ‘남우충수(濫竽充數)’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넘칠 남(濫), 피리 우(竽), 채울 충(充), 숫자 수(數)의 ‘남우충수’는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관대작들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는 표현이다.유래는 이렇다. 중국 제나라 선왕이 300명의 악사를 모아 피리 합주를 자주 들었는데, 이때 남곽이라는 자가 피리 연주를 할 줄도 모르면서 악사 틈에 섞여 매번 흉내만 내면서 높은 녹을 받았다. 그러나 제왕이 죽고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그는 합주보다 독주를 좋아해 연주자 한사람 한사람을 불러 연주케 했는데, 이를 안 남곽이 미리 도망쳐 버렸다는 고사다.실력이 없으면 언젠가는 탄로가 나기 마련이라는 의미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특권도 폐지하자는 국민의 원성이 잦다. 임기 4년 내내 존재감 없이 이 눈치 저 눈치보며 지내는, 존재감 제로의 국회의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다.언젠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하루를 해도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 좀 뽑자”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능력 없이 자리만 지키는 국회의원은 뽑지 말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2

비석 문화

홍석봉 대구지사장 비(碑)는 특정 사실을 기록, 후세에 전하는 조형물이다. 주로 돌로 만들었다. 비는 주(周)나라 황후의 능을 조성하고 묘광(墓廣)에 시신을 하관할 때 밧줄을 도르래에 걸어 안전하게 내리기 위해 설치했던 장치의 기둥인 비목(碑木)이 기원이라 전한다. 비목이 비석으로 발달했다. 한대(漢代)에 문자를 새겨 각석(刻石)이란 말로 쓰였다. 우리나라의 비석은 장례와 관련한 분묘 건축에서 대부분이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사대부 묘의 입구에는 죽은 이의 평생 사적을 기록한 신도비를 많이 세웠다. 우리나라 비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다. 함무라비법전이 새겨진 비석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통일신라시대는 태종무열왕릉비 등이 남아 있고 고려시대는 고승들의 탑비가 많다. 조선시대 왕릉에도 신도비를 세웠다. 비석은 원래 종교적, 제의적 의미가 강했다.비의 종류는 송덕비, 하마비, 공적비, 열녀비, 효자비 등 다양하다. 진흥왕 순수비와 대원군의 척화비도 유명하다. 포항 중성리와 울진 봉평리의 신라비,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산불조심 비석 등 특정 목적의 비석도 있다.대구근대역사관이 ‘의연공덕비’를 상설 전시 중이다. 2003년 대구의 한 민가에서 발견돼 대구 종로에 세워져 있었다. 비석의 가치와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대구근대역사관에 안치됐다.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과 의연금 사용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1900년 세웠다. 지역사 자료로 활용가치가 높다. 문화재 등록도 할 예정이다.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출발한 국채보상운동도 한푼 두푼 낸 성금으로 이웃을 돕는 대구시민 정신에서 출발했다. 의연공덕비가 지역 이웃사랑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11

이민정책에 관심을

우정구 논설위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지목된 한국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출산율 제고며 또 하나는 이민 유입이다.올해 말 국내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보면, 출산율 제고를 통해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은 현시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그렇다면 이민을 통해 인구를 늘려야 하나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반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 법적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국민정서 등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복지천국으로 소문난 스웨덴이 북유럽 최악의 범죄 국가로 추락한 과정을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인도주의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난민을 받아들여 현재 전체 인구(1천50만명)의 약 20%가 외국 태생의 이민족으로 구성돼 있다.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난민 중심의 범죄조직이 활개를 쳐 북유럽 최악의 범죄국가란 오명을 쓰고 있다. 스웨덴에 소재한 이민자 범죄조직만 50개, 조직원이 3만명이라 한다. 스웨덴 치안을 맡은 경찰 수보다 3배나 많다.이민정책은 국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가에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 등과 같이 이민정책이 성공한 나라도 있다.정부와 여당이 이민청 설립에 적극적이다. 단일민족으로 수천 년 내려온 우리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찍을 정책이란 점에서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정책이다. 인구 문제가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긴 하나 역사적 걸음을 뗄 이민청 설치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10

경북대의 선택

우정구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 30군데를 선정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키우는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10군데 대학을 선정했고, 내년에도 추가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매년 1천억원의 파격적 예산도 지원한다.올해 경북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와 통합), 포항공대가 선정됐다. 대구는 해당 대학이 없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학을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 지역사회와 경제를 혁신적으로 이끌도록 하는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협에 놓인 지방도시를 대학의 담대한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동반성장하자는 것이다.교육계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비수도권 대학의 구조조정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현재의 학령인구 추이로 보면 20년 후에는 비수도권 대학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만으로 전국의 학령인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올해 글로컬대 선정에 탈락한 국립 경북대가 국립 금오공대와 통합 논의를 벌인다는 소식이다. 내년도 글로컬 대학 공모를 앞두고 두 대학의 논의가 어떻게 진척을 볼지 모르나 학생들의 반대도 만만찮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부산의 경우 국립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조건으로 올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돼 한발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경북대는 금오공대와 통합은 물론 대구교대와의 통합도 과제로 남아 실제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대구 유일의 국립 경북대가 글로컬대학 선정에 빠지는 것도 좋지 않은 모양새다. 내외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북대의 선택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이유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2-07

친구 이름 지어주기 전통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유당은 다산의 당호(堂號)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말로,‘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는 뜻이다. 운치가 넘친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등 많은 호를 가졌다. 김정희는 추사, 완당 등 호가 200개나 됐다.본명을 피하고 호를 쓰는 관습은 중국 당나라 때 생겼고 조선시대 때 성행했다. 선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여러 이름을 사용했다. 본명 외에 ‘아명(兒名)’이 있었고, 혼례 전 성인식 때는‘자(字)’를 받았다. 성인이 된 뒤에는 일상에서 ‘호(號)’를 썼다.남자 아이들은 ‘아명’이라고 해 어릴 때 쓰던 이름이 따로 있었다. 관례를 치르기 전에는 아명으로 부르다가 관례를 치르고 난 뒤에는 ‘자’를 이름 대신 썼다. 나이 든 후에는 ‘자’ 대신 ‘호’를 쓴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 이름 대신 편하게 쓸 수 있는 ‘호’를 사용했다. 호는 자신이 직접 짓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지어주기도 했다.상주향교가 최근 수호지례(授號之禮)를 개최, 관심을 끌었다. 수호지례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벗 간에 쉽게 부르는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이다. 그동안 잊혔던 호를 지어주는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호는 자아의 표상이요, 새로운 인격의 탄생으로 평생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여겼다.닉네임의 시대다. SNS 상 동호인 모임 등에는 닉네임으로 소통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자신을 감추려는 목적에서다. 반면 호는 자신을 드러낸다. 호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미,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짓는다. 호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06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

우정구 논설위원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초까지 저출산국으로 알려진 헝가리는 공격적이며 과감한 출산 정책을 펴면서 출산율을 크게 끌어올린 나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에 헝가리식 모델을 제안했지만 정부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은 40세 이하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약 4천만원을 대출해준다. 5년 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감액해준다.또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고 4명 이상 출산한 여성에게는 평생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최근 정부 여당이 발표한 청년 내집마련 1.2.3 정책이 이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주택 청년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연2%대 낮은 금리로 장기대출해 주고, 결혼, 출산, 추가출산 때마다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결혼과 출산 등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헝가리식 모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미국의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다우섯은 “한국의 저출산 인구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빨라 국가의 존망을 위협한다”는 경고를 했다.2006년 이후 국가는 저출산 대책으로 무려 380조원의 돈을 쏟아냈다. 천문학적 예산에도 그 결과는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다.국제 뉴스가 된 우리의 출산 문제가 왜 이 지경에 도달했는지 반성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저출산을 멈출 헝가리식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이제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3-12-05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름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기존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더불어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과 건강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식음료 전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바다와 강 등 지표수에 이어 지하수까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가 2019년 나왔다.강 하구에 있는 어패류 등 모든 수생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낙동강 하구와 인천·경기 해안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 3번째로 높은 곳이라고 한다. 이젠 어패류도 마음놓고 먹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인체 유입의 공포가 확산되기도 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독도와 울릉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 깃털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검출됐다고 한다.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독도와 울릉도에서 포획한 괭이갈매기 17마리의 깃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깃털에 붙은 미세플라스틱은 유기오염물질과 독성화학물질을 흡착해 괭이갈매기의 방수성과 보온성을 해쳐 갈매기의 생존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독도와 울릉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염된 해류로 평가받는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플라스틱 폐기물은 1940년대 이래 63억t에 이른다. 이중 79%가 매립되고 나머지는 자연환경에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매립된 것은 매립된 대로 문제가 되고, 버려진 것은 버려진 대로 문제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플라스틱이 되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2-04

아직도 먼 100세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만60세가 되면 환갑이라 부르는데 60년만에 갑(甲)자가 새로 돌아왔다는 의미로 회갑(回甲)이라고도 한다. 한자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나이를 나타내는 한자어들이 많다.77세를 희수(喜壽)라 부르고 88세는 미수(米壽), 99세는 백수(白壽)라 한다. 여기 백수는 100세의 백수(百壽)와 발음은 같으나 한자 중 일(一)자 한획이 빠진 동음이어다. 천수(天壽)는 타고난 수명이라는 뜻으로 120세를 일컫는 말이다.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세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백수를 누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또한 사실이다. 1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은 2만명을 훨씬 넘는다.미국 외교계의 거목이자 국제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가 100세를 일기로 지난달 말 사망했다. 그는 100세의 나이에도 중국을 방문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인데도 아직도 많은 강연과 글쓰기 등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통계청이 지난해 기준으로 생명표를 발표했다.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각 연령대 사람들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통계다. 2022년 출생한 아이의 기대 수명이 82.7년으로 조사돼 1년 전보다 0.9년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많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했다.이 통계에 따르면 100세까지 살아남을 생존률은 남자가 0.7%, 여자는 3.1%로 밝혀졌다.100세 시대라 하지만 100세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은 낮은 생존률에 머물고 있다. 모두가 소망하는 100세 시대는 언제쯤 문이 활짝 열릴까./우정구(논설위원)

2023-12-03

로봇교사 등장

우정구 논설위원 ‘챗봇 서울톡’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다. 서울시에 관한 다양한 행정문의에 대답하고 시설, 교육, 행사 등 공공서비스의 예약과 민원접수를 도와주고 있다. 챗봇 하나가 일일이 상담과 답변을 해야 하는 공무원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이미 음식점 등에서는 종업원이 아닌 로봇이 매장 서비스를 돕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를 주차해주거나 역 앞에서 고객의 짐을 받아 날라주는 로봇까지 등장해 우리 일상이 어느덧 로봇의 세상으로 빠져든 느낌이다.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의 바둑 프로기사를 연이어 격파하는 기염을 토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세돌 9단을 4대1로 꺾어 알파고는 명실 공히 현존하는 인공지능으로 등극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를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임을 인정하고 입신(入神)의 경지인 명예 9단증을 수여하기도 했다.내년부터 서울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 로봇 영어교사가 등장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 학생의 영어 말하기 교육 강화의 한 방편으로 AI기능이 장착된 영어 로봇을 투입해 학생들의 언어 실력 향상을 돕는다는 것이다. 원어민처럼 학생과 1대 1 회화를 하는 로봇교사의 등장이 신통하기도 하지만 기계와 대화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느낌이 어떨지도 궁금하다.로봇교사 등장이 당장은 보조교사 형태로 진행되나 언젠가는 교사의 영역에 들어와 교실에서 교사를 밀어낼지도 몰라 우려도 없지 않다.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몸으로 부딪칠 때 인성교육까지 완성되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교사의 영역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봇교사 등장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30

대구 상징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를 상징하는 나무는 전나무다. 꽃은 목련이다. 대구시가 1972년 지정했다. 상징 새는 1983년 정한 독수리다. 전나무는 강직성과 영원성을 상징, 곧게 뻗어나가는 대구시민의 기상을 대표한다. 목련은 순결과 희생 정신의 시민 기질을 상징한다. 독수리는 활달하고 진취적인 기상, 개척적인 시민 정신을 나타낸다.도시도 마케팅하는 시대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는 기본이다. 지역의 개성과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 도시를 상징하는 나무, 꽃, 새를 정한다.하지만 대구시를 상징하는 나무와 꽃, 새에 대해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되레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전나무와 목련, 독수리가 대구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권기훈 대구시의원이 28일 시정질의를 통해 대구 도동의 천연기념물 측백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상징물이 대구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대구시의 각종 엠블럼이나 캐릭터 등으로도 활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징물의 지정과 관리 등 제도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문화재청은 2021년 국보1호 승례문 등의 문화재 지정번호를 삭제토록 했다. 서열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1962년 천연기념물1호로 지정돼 60년 간 자리를 지켜온 ‘천연기념물1호 도동 측백나무’의 1호 이름을 떼냈다. 하지만 명성은 여전하다.대구 동구 불로천 상류 해발 160m 향산 절벽에 높이 5~7m, 수령 500년의 1천여 그루 측백나무 숲은 남방한계선에서 자라는 식물학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참에 목련과 독수리도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9

밥상머리 교육이 무슨 죄

우정구 논설위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과 예절 등을 배우는 게 밥상머리 교육이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가 반말을 하거나 어긋난 행동을 할 때면 “버르장머리 없다”“밥상머리 교육이 안됐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것이 보통의 언사였다.지금은 가정이 해체되다시피하고 한두 자녀를 귀하게 키우다보니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을 쓰는 경우가 드물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과 더불어 식사하면서 예절, 절제, 나눔, 배려 등을 배우는 한국식 도덕교육이다.하버드대의 한 연구팀은 만3세 아이가 책을 통해 배우는 단어는 140개, 가족과 식사를 하며 배우는 단어는 1천개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식사 시간의 대화가 언어습득과 구사에 매우 효과적이란 뜻이다.콜롬비아대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지않는 청소년은 자주 하는 청소년에 비해 흡연률은 4배, 음주률은 2배가 높다고 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우리 어른들이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은 매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교육법이다.국민의힘 인요한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가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이 “부모교육 잘못”으로 말했다가 사과를 했다. 과한 표현으로 사과는 했지만 인 위원장의 의도는 한국식 밥상머리 교육의 참뜻을 말하려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정치적 표현으로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으나 밥상머리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잘못 전파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대가족제가 사라지고 바쁜 현대생활로 밥상머리 교육을 가르칠 기회가 적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어른을 존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본적 예절을 지키는 도덕문화는 유지되는 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28

막내린 화원교도소 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던 대구감옥(1910년 설립, 1923년 대구형무소로 개칭)은 1971년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로 이전, 대구교도소로 이름을 바꿨다. 부지면적은 전국 교정시설 중 가장 넓은 편. 한때 국내에서 서울구치소 다음으로 큰 행형시설이었다. 화원교도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대구교도소에는 전국 몇 곳 밖에 없는 사형시설이 있다. 1997년 12월 30일 교수형 이후 사형집행이 중단됐다.대구교도소를 거쳐 간 수감자로는 유영철(53)이 있다. 유영철은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 사형 선고를 받고 미집행 상태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됐다. 유영철은 지난 9월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유행시킨 탈주범 지강헌과 함께 탈주했던 3명도 대구교도소에 구금됐었다.간첩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도 대구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였던 그가 고정간첩으로 드러나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그는 수감생활 중 실크로드 사전을 집필했다. 이젠 잊혀진 인물이 됐지만 1997년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5년 복역 뒤 특사로 석방됐다.1975년 8명이 사형당하고 17명이 무기징역 등 장기 투옥된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사형 및 구금된 곳도 이곳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영화배우 강모씨도 이곳에서 구금생활을 했다. 대구교도소는 한때 수용 재소자가 4천500명에 달한 적도 있다. 현재 재소자 숫자는 2천여 명이다.28일 대구교도소가 52년 만에 달성 하빈의 신축 교도소로 이전한다. 교정 당국과 경찰은 완전무장한 채 군과 합동 호송작전을 벌인다. 근래 보기드문 대규모 죄수 이송 작전의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27

푸른색 낙엽과 파랑돔

우정구 논설위원 만추(晩秋)의 시간인 지금쯤에는 노랗거나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어야 할 낙엽이 푸른색으로 떨어져 인도를 가득 메운 사진들이 온라인 상에 올라와 화제다.일부 네티즌들은 “기후변화가 언젠가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없게 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글까지 함께 올렸다.단풍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잎에 있는 영양소와 수분을 나무가 빨아들이고 잎과 결별할 때 땅에 떨어진 것이 바로 낙엽이다.그런데 이상 기온으로 나무가 엽록소를 다 파괴하지 못해 잎이 푸른색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가을은 이런 푸른색 낙엽이 유난히 많아 네티즌 사이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바다 속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울릉도 연안에 대표적 열대성 어류인 파랑돔이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는 보고를 했다. 베트남이나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줄꼬리돔도 발견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물속 온도가 높아져 생긴 현상이라 말했다.기상청에 따르면 11월 대구의 최고 기온은 27도, 최저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10∼15도가 높다. 사람들이 소매 차림으로 다녀도 전혀 어색치 않을 날씨다. 이달에는 또 비까지 자주 내렸고 중순 이후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등 심한 기후 변동이 있었다.지구촌의 이상 기후가 생태계 근원까지 흔들고 있는 현장을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울릉도 연안의 파랑돔 등장이 반갑지도 않고 푸른색 낙엽을 보며 만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부담스럽다. 심각한 자연파괴 현상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