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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부자와만 결혼한다?

등록일 2025-01-22 18:19 게재일 2025-0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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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맥’(脈·인간과 사물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으로 끝나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나라다. 인맥, 학맥, 혼맥 등을 일상에서 흔히 듣게 된다. 여전히 엄존하는 유교적 전통과 어떤 것이건 동질성을 가진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성정 탓일 게다.

실제로 사회생활에 인맥과 학맥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집안에 출세한 어른이 있다면 친인척의 아들과 딸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각 지역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끼리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과 노년세대는 인맥과 학맥처럼 혼맥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집 사위가 행정고시를 패스 했다더라” 혹은, “저 집 며느리는 쟁쟁한 가문의 딸인데…” 등은 그 사위와 며느리를 얻은 집안의 자랑이 되기도 한다. 고루한 이야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근 한 경제일간지엔 앞서 언급한 혼맥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그곳 고가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녀 수십 명이 단체미팅을 했다고 한다. 잘 차려진 요리를 먹고, 와인을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부잣집 자녀들. 이는 분명 많은 재산과 높은 지위를 가진 자신들의 ‘급’에 어울리는 사위와 며느리를 얻고 싶다는 그들 부모의 뜻이 반영된 미팅이었을 터.

인맥, 학맥, 혼맥 등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인간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되는 세상이 오기 전엔 씁쓸하지만 이런 세태가 지속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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