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은 ‘퍼(Phở)’ 또는 ‘포’라고 불렀다. 한국 사람들은 ‘쌀국수’라고 한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 중부 후에, 남부 호치민 모두엔 조리법과 국물의 농도, 면의 굵기를 달리하는 쌀국수가 있다.
바로 이 ‘베트남 퍼’가 국가문화유산이 됐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쌀국수와 북부 남딘성의 쌀국수, 중부 꽝남성 비빔국수 등 3종류의 퍼를 국가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쇠고기나 닭고기로 육수를 낸 베트남 퍼는 숙주나물 등 여러 채소를 함께 식탁에 올린다. 독특한 향신료 냄새 탓에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몇 번 먹다보면 중독성 강한 매력적인 음식이란 걸 알게 된다.
이래저래 베트남을 4번쯤 여행했다. 그때마다 값싸고 편리하게 뚝딱 한 끼를 해결하는데 쌀국수만한 게 없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쌀국수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까지 있었다.
베트남 쌀국수에 얽힌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생겼다. 2011년. 베트남에 이상 한파(寒波)가 닥쳤다. 늦봄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하노이의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진 것.
얇은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하노이역에 도착한 건 새벽 5시였다. 여벌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어깨는 움츠러들고 턱이 덜덜 떨렸다. 한국의 12월 같았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시간. 역 광장에서 양동이에 육수를 담고 바구니에 면을 담아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말아준 500원짜리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허겁지겁 젓가락질 하는 낯선 여행자에게 한 국자 가득 국물을 덤으로 퍼주던 아주머니의 미소가 지금도 선연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베트남 퍼’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