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핀다. 꽃들이 진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빤스를 내렸다 올리는 그 새`를 기다려 주지 않고 변소 옆 봄꽃은 피어난다. 아쉬울 새도 없이 다른 한쪽에선 벌써 꽃잎이 진다. 일찍 핀 것도 억울한데 신발코에 묻은 마른 흙 한 번 쳐다보는 새 봄꽃은 진다. 둘 다 순간이요, 찰나의 시간이다. 차이점이라면 꽃 열리는 순간을 기다린 적은 많아도 꽃 떨어지는 순간을 기대한 적은 거의 없다는 거다. 아니, 아무도 그 순간은 기다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구차하다. 필연적으로 구차함은 수치와 모멸이란 똥을 낳는다. 온몸은 화끈거리고 심장은 조여 온다. 그때야 돌아보게 되는 꽃잎의 시간들. 저 꽃들은 어디로 갈까? 순간순간 피고 지는 수많은 꽃잎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저 먼 하늘로 올라 반짝이는 한 별이 될까? 더 먼 우주로 날아올라 한 무리의 은하별을 이끄는 수장별이 될까?다 부질없는 짓이다. 각자의 꽃들은 홀로 우뚝 선 별도 되지 않으며, 은하수를 이끄는 으뜸별도 되지 않는다. 한낱 먼지가 되어 사라질 뿐. 설사 사라진 그 먼지가 우주를 떠돌아 별이 되고 다시 몇 영겁을 거쳐 꽃으로 되돌아온다 해도 그것의 실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잡다한 것들이 가득 들어찬 속을, 손을 넣어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쓰다 만 볼펜들, 커터칼, 연필, 캡슐에 든 알약들, 건전지, 명함, 압핀과 클립이 들어 있는 상자, 메모첩 등등이었다.` 서영은의 자전적 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읽으면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하잘 것 없고 던적스러운 존재인가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 삶은 볼펜이고, 커터칼이고, 연필이고, 캡슐알약이며, 건전지며, 압핀이며 클립이다. 그 잡다한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사랑이며, 그 모멸을 견디는 것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는 수영복 입은 미스 모스크바 사진을 욕망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것은 명예와 지식과는 상관없고, 드러난 덕망과도 무관하다. 저마다의 꽃들은 저 먼 우주 속으로 가 별이 되지 않는다. 한 점 먼지가 될 뿐./김살로메(소설가)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