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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우동주(風雨同舟)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24 02:01 게재일 2014-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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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와 월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춘추전국 시대 두 나라는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영토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충돌했다. 삶은 피폐했고 인정은 메말랐다. 두 나라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고 멀리했다. 어느 날 두 나라 백성이 우연히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거센 바람이 강심으로 휘몰아쳤다. 뜻하지 않은 위협 앞에서 그들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서로 돕기를 왼손과 오른손처럼 하였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 나오는 `풍우동주' 대목이다. 폭풍우 속에서 한배를 탄다, 라는 뜻으로 나라 이름을 빗대어 `오월동주'라고도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자끼리 한 자리에 있더라도 어려움에 부딪치면 함께 헤쳐 나간다는 의미이다. 한 배에서 풍랑을 맞으면 원수라도 힘을 합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사는 게 다 내 맘 같지 않다. 60억 인구라면 60억 개의 마음이 존재한다. 보편적으로 내 감기가 타인의 암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게 사람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내가 소중한 만큼 타자도 소중하다. 오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월나라 사람이 별스럽게 보이겠지만 월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오나라 사람 역시 밉상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다 보니 그 기준 안에 딱 맞게 들어오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그 기준이 정답이 아니라면 뭐든지 `약자를 위한 입장'에서 서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오나라와 월나라 백성은 서로 싸우기만 했다. 하지만 비바람 몰아치는 한 배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삶의 뿌리를 위협하는 순간이 닥치면 서로 협력하고 위로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위기 앞에서 누구나 힘들겠지만 기왕이면 약자에게 더한 배려가 닿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는 게 어쩐지 팍팍하고 무기력해지는 나날이다. 모두 생각도 각각이고 마음 갈피도 제대로 잡지 못한다. 그럴수록 서로 살피기를 왼손과 오른손 같기를 기도할 뿐이다. 너 없이 나 없고, 나 없이 너 없다. 한마음으로 보듬는 일이 풍우동주 같기를 바라고 바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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