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기존의 인종주의적 시각에 반하는, 문명 발전에 관한 새로운 보고서이다. 저자에 의하면 유라시아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 비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우연에 의해서다.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에 따라 인류 발전의 속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지리적 여건이 좋고, 기후가 유리한 쪽에 곡물과 가축이 집중되었다. 그 우연 덕에 유라시아 사람들은 패권을 쥘 수 있었다. 결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열등한 종족이라서 그들에게 당한 건 아니다. 특정 인종에게 유리한 유전자란 없다. 지리적 환경적 특성에 따라 인간 발달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총과 균과 쇠는 유럽인이 원주민들을 정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리적 혜택을 받아 가축과 곡식을 선점할 수 있었던 유럽인은 총이라는 살상무기로 원주민을 빠른 시간 안에 접수해버렸다. 또한 내성이 없는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라는 균을 옮겨 그들을 거의 초토화시켰다. 쇠로 만든 무기나 갑옷이 유럽인들에게는 있었지만 원주민들에게 무기로서의 철기 문화는 요원한 것이기만 했다.
총, 균, 쇠로 무장하면 언젠가는 문명세계는 붕괴하게 될 것이다. 바느질과 농사로 대변되는 일만 삼천 년 전 정신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문명사회보다 전통 사회에서 배울 게 많다는 것도 강조한다. 자연 자원을 남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환경이란 우연이 우월을 낳았을 뿐 인간 자체에 우월이 있을 순 없다. 인류가 지나온 긴 시간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가 보인다. 단순해지고 겸허해지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었을 게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