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정의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 요소는 `아름다움`이다. 한마디로 미적 탐색이 없는 예술의 본질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생각에 꼬리를 물다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예술에 대한 내 정의는 `진실로 아름다움이 없는 것이거나 혹은 모든 경계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개별자의 인식`이다.
집착이나 열망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 일어나 밥 먹고 일하고 웃다가 허기지면 또 먹고 일하고 울다 잠자리에 드는 것, 이런 단순한 패턴을 일러 예술이라 하지는 않는다. 예술이 되려면 일상성이 개인의 고유한 내면 정서와 충돌해야 한다. 그 양상은 평범한 삶에 대한 염증, 도덕적 일탈, 평정을 넘어선 의식의 과잉 등의 행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예술은 도덕이나 선함과는 무관하다. 심미안에 눈 뜨면 추함과 아름다움엔 경계가 없고 행과 불행의 사슬도 실은 그 엮임에 경계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추함과 불행까지도 포괄하는 게 예술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예술의 본질과 인간의 고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미주의에 대한 예찬과 동시에 윤리적 알레고리를 품고 있는 이 소설은 예술과 예술적 삶은 별개라는 것을 보여준다. 쾌락주의와 감각을 앞세워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삶의 위선을 질타한다. 그렇다고 주인공 도리언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는 삶이 결코 최선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삶을 경계 없는 예술로 인식하고 개인적 감각만을 추구하던 도리언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제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가 젊음을 유지하고 그 대신 초상화가 늙어간다 해서 제 영혼의 충족까지를 보장 받는 건 아니다.
도리언의 파멸 과정을 통해 와일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예술과 도덕은 무관하다는 것. 그럼에도 예술과 예술적 삶은 별개의 영역이란 것. 예술과 예술적 삶이 맞장 뜨는 그 자리엔 공허와 허무만이 가득하다는 것. 그렇지만 예술의 본질인 아름다움은 인간과 함께 영원하리라는 것. 예술과는 별개로 우리 삶 또한 나름 지속된다는 것.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