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글쓰기 도반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16 02:01 게재일 2014-04-16 19면
스크랩버튼
`도반(道伴)`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 용어로 `함께 도를 닦는 벗`이란 뜻이다. 도(道)는 혼자 닦을수록 좋다. 삶의 진리를 깨치는 수행에 굳이 친구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멀고도 험한 길에 같은 뜻을 지닌 친구가 있어준다면 그보다 힘이 되는 것도 없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간다는 건 보통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같은 뜻을 가진 길동무가 있어 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힘이 된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다 보면 어느새 도의 실체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은 원래 혼자 쓰는 거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 문리를 깨치는데 무슨 친구가 필요할까 싶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그 어떤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글쓰기 한 길을 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서로 용기를 북돋우고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혼자서는 포기하기 쉽지만 함께 하다 보면 서로 상승작용이 되어 문리의 실체에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친구란 어려울수록 손 맞잡고 힘들수록 어깨 두드려주는 관계이다. 수행에 그런 도반이 있듯이 글쓰기에서도 글 도반이 있다. 도반과 함께라면 글쓰기도 그렇게 두렵지 않다.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도 제대로 된, 글 한 줄 얻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글을 읽는다는 것과 글을 가르친다는 것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은 제각각 다르다. 글 보는 안목은 있어도 그 안목만큼 잘 쓸 수 없고, 글 쓰는 법을 가르칠 순 있어도 그 가르침처럼 잘 쓰기는 어렵다. 그만큼 글쓰기가 어렵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글 솜씨를 유지하고, 그 이상으로 향상시키려면 매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좀 숙달됐다 싶어 연습을 게을리 하면, 금방 둔해집니다.` 게을러지는 그 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쓰는 이에게는 글동무가 필요하다. 글쓰기에서 도반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