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백일장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08 02:01 게재일 2014-04-08 19면
스크랩버튼
봄소식과 더불어 곳곳에서 개최되는 백일장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 지역에서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쇳물백일장이 지난 주말에 열렸다. 겨우내 갇힌 공간에서만 글을 써오던 일반 및 학생들에게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되었을 것이다.

글쓰기 대회를 왜 백일장이라고 부를까. 백일장(白日場)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1.국가나 단체에서, 글짓기를 장려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글짓기 대회. 2.조선 시대에, 각 지방에서 유생들의 학업을 장려하기 위하여 글짓기 시험을 실시하던 일.> 글짓기 대회라는 것만은 확실한데 그것이 왜 백일장으로 불리는지는 사전 뜻으로는 불충분하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주로 달밤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시재를 견주어 보기도 하는 망월장(望月場)과 대조적인 의미로 대낮에 시재를 겨룬다 하여 백일장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불분명한 유래지만 일리는 있다. 오늘날의 백일장도 대부분 해가 뜬 이후에 시작해서 적어도 해지기 전에는 마감을 하지 않던가. 대낮에 경연을 펼침으로써 부담감도 줄이고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백일(白日)이라 함은 `구름이 조금도 끼지 않은 맑은 날의 해`를 일컫는다. 그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경연을 펼쳤다는 뜻일 게다.

백일장은 벼슬길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끼리의 순수한 경연이었다. 과거 시험에 낙방한 사람과 과거 지망생의 명예욕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기에 주로 지방에서 성행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백일장도 과거시험 못지않게 부정이 횡횡했다. 일자무식꾼이 베껴 쓰는가 하면, 대신 참가하거나 시험지를 바꾸는 예도 빈번했다. 참가자뿐만 아니라 문란하기는 심사자도 마찬가지였다. 수령의 자제와 기녀까지도 합세하여 엉터리 등수를 매기기도 하였다. 백일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백일장의 본래 취지를 살려 국가나 여러 단체에서 글짓기 대회를 연다. 환한 대낮에 열리는 만큼 참가자나 심사자 모두 밝고 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글맛을 느끼는 봄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