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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잇지 않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03 02:01 게재일 2014-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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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상처 받은 영혼에 대한 위무의 대가로 불릴만하다. 현장에서 수집한 여러 예화로 인간이 대면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상처를 위로해주면서 명쾌한 답까지 제시해준다. 우리 일상은 상처의 연속이다. 물리적으로야 환희와 무탈함의 시간이 상처의 그것보다 길다. 하지만 그 속성 상 아무리 짧은 상처도 심리적으로는 뭉근한 지속성을 띈다. 종일토록 얻은 영광의 환희도 다음날이면 사라지기 쉽지만, 단 몇 초 간 입은 마음의 상처는 일 년이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생각하고 고뇌하는 영혼에게 따라오는 필수불가결한 부산물이 상처이다.

상처에 부당한 상처와 온당한 상처가 있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바르데츠키 여사의 치유법을 잠시 빌려 오자. 젊은 여자가 수영장에 갔다. 옆에 있던 아줌마가 제 친구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수영장 입장권을 사지 않고 뒷문으로 몰래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여자에게 곁눈질을 하는 걸로 봐서 여자 들으라고 한 소리다. 여자는 마음이 상한다. 맹세코 그런 적이 없으므로 아줌마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질까, 아니면 수영을 그만 두고 집에 와버릴까 고민한다.

그러나 여자는 거기에서 멈춘다. 더 이상 아무 생각을 이어가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진정되고 화가 수그러든다. 다시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맞은편에서 헤엄쳐오는 아줌마에게 인사까지 건넬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있다. 여자는 마음 상한 원인을 아줌마의 잘못으로 돌려주기로 한다. 함부로 남을 의심한 건 여자가 아니라 아줌마였으니.

바르데츠키 여사의 저서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에는 위무 받기 좋은 예시들이 나온다. 근거 없는 상처는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딱히 화를 내거나 속을 끓일 이유가 없다. 내 것 아니어야 할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는 길은 `생각을 잇지 않는 것`이다. 생각을 늘이는 건 근거 없는 상처를 대하는 가장 나쁜 방식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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