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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방식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09 02:01 게재일 2014-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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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견디기 힘든 이유는 그 비판 속에 비판자의 비난이 교묘하게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판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은 그 비판이 나의 행위가 아니라 행위하는 나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만일 그 비판이라는 것이 비난을 내포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과 염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지영 소설의 `높고 푸른 사다리` 중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사람은 이성으로 무장되어 있지만 실은 감정에 지배당할 때가 많다. 한 치 흐트러짐 없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막상 뚜껑을 열게 되면 한없이 흔들리기만 한다. 인간 존재의 바탕엔 용기와 관용뿐만 아니라 나약함과 비겁함이란 속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직함과 너그러움을 동시에 지닌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곤 대개 우리는 나약함과 비겁함의 생활 패턴에 쉽게 길들여진다. 금세 후회하면서도 의지력은 약해지고 만다.

이처럼 약점 많은 게 인간이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레 타인을 비판하거나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공교롭게도 인간에게는 양심이나 염치라는 게 있다. 그러다 보니 비판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건강하고 온전한 의견일지라도 드러내놓고 상대를 향해 목소리를 내지는 못한다. 대개의 비난의 목소리가 에둘러서 오고 바람결에 감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자에 대한 애정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 비판은 직접적일수록 좋고, 비판 자체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백 마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뭐하나. 한 마디 에둘러서 오는 비난의 목소리에 그 사랑이 의심 받는데. 아무리 건전한 비판이라도 몇 번의 고개를 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처음의 알맹이는 온데간데없고 어이없는 인신공격이란 허울만 남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면 그 대상에 대한 비판은 삼가는 게 최선이다. 해야만 할 때는 에두르지 말고 정공법을 쓰는 게 좋다. 직접 말할 수 없는 모든 비판 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비난이라는 심술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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