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소식이 들린 건 지난 16일 아침이었다. 4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여객선은 진도를 지나 제주를 향해 가고 있었다. 두 시간만 더 가면 뭍에 닿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참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 단체 승객이 대부분이었고 각종 계모임 친구들과 일반 여행객 그리고 선사 직원이 나머지 구성원일 터였다. 안타깝게도 아직 절반도 구조되지 못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시 바삐 구조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가는 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바다가 깊지 않아 배의 후미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것에서도 희망을 본다. 배 안 곳곳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어린 학생들이, 평범한 여행객들이 두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각종 선박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대서양에서도 사고가 났을 때 갇혀 있던 선원이 삼일 만에 구조된 적이 있었다. 바다 밑까지 가라앉은 배에서도 안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배안에는 `에어포켓`이라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그 안에서 물로 연명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지를 굳혔다고 한다.
큰 배인 세월호에도 에어포켓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그곳을 확보해 구조의 손길이 올 때까지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육체적 고통도 크겠지만 갇힌 공간 안에서 받을 그들의 심리적 충격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맘 약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두렵고 무섭겠지만 부모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와 억장이 무너지는 유가족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다. 선실 안이든 파도와 싸우든 그들 곁에 희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