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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경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28 02:01 게재일 2014-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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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그 무엇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악의적인 무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진실은 어김없이 한 걸음씩 전진하게 될 것이다. 진실은 모든 장애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에밀 졸라의 명문 선집 `에밀 졸라 : 전진하는 진실'(은행나무)이 완역 되어 나왔다. 자신이 직접 엮은 것으로,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한다'를 비롯해 드레퓌스 사건에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전 유럽의 지성적 양심을 뒤흔든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에 일어났다. 장교 드레퓌스는 독일군과 내통한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혐의 없음, 이라는 명백한 증거들이 숱하게 나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게 빌미가 되었고, 국가 안보와 군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의 희생양이 필요했다. 비공개 재판에서 드레퓌스는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때 드레퓌스의 결백을 밝히는데 주저함 없이 앞장 선 이가 에밀 졸라였다.

언론은 사건의 진실보다 마녀사냥을 즐겼다. 반유대주의 여론을 앞세워 드레퓌스를 진범으로 몰았고, 드레퓌스의 결백을 옹호하는 지식인들을 압박했다. 에밀 졸라는 굴하지 않았다. `절대왕정 시대에나 있을 법한 사악한 일이 자행되는' 것을 막고자 기꺼이 펜을 들었다. 무려 열 세편의 격문을 발표하며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성토했으며, 진실과 정의를 옹호하는데 온힘을 다했다.

기망이 횡횡하는 이 시대, 양심에 흔들림 없이 행동한다는 건 쉽지 않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흥분하거나 분노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타자의 인권이나 공익적 진일보를 위해 제 양심을 거는 건 흔치 않다. 뒤숭숭하기만 한 요즘 양심을 깨치는 영혼의 외침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온다. 그것이 공익이나 약자를 위한 것일 경우 공감지수와 흥분지수는 높아진다. 혁명은 위대하고 큰 것만은 아니다. 선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혁명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에밀 졸라는 그것을 실천한 작가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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