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세계 10억 가톨릭의 수장이면서 바티칸 공화국의 국가 원수인 266대 프란치스코(79)교황이 한국 땅을 찾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후 25년 만에 있는 국가적 경사이며 광화문 광장 미사에 직접 참례한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교황 취임 후의 아시아 첫 방문지로 분단국 한국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교황은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나라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으며, 사제 없이 유학자들이 신앙을 도입하여 540만 교회로 성장한 한국 가톨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00여 년 전 한국의 신앙 선조들은 서학인 천주교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다. 한국 가톨릭이 103위 성인에 이어 이번 124 위에 대한 시복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이러한 순수 사목 적 방문 외에도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첫째는 교황은 남북 분단으로 대립과 고통, 갈등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화해의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교황의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의미 깊게 받아 들여야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실질적인 분단의 세월이 70년에 이르는 우리 모두는 이를 민족 통일의 메시지로 적극 수용하여야 한다. 교황은 지난 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도 만나 서로 화해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 교황은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이 화해를 위한 즉각적인 대화를 시작할 것도 제의하고 있다. 남북한의 이념의 갈등과 첨예화한 군사적 대치는 화해와 용서의 길 밖 없으며 이는 사랑을 통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박 대통령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는 전향적인 대북 제의를 북한 김정은이 즉각 수용하기를 기대한다.두 번째는 교황은 한국사회내의 급속한 성장의 그늘에서 파생되는 병리적 현상과 이로 인한 상처를 치유되기를 기도하셨다.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 호 사건, 군부대에서 빈발하는 인명 살상, 세계 자살률 1위로 기록된 자살 공화국의 불명예, 각 종 비리로 얼룩진 한국사회는 이제 조용히 교황의 메시지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황이 행사 차에서 내려 세월 호 가족들을 위로하고, 음성 꽃동네의 장애인을 찾아보고, 종군 위안부의 상처를 어루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히 교황이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한국사회에 팽배한 `죽음의 문화`를 배격하자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통절하게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이다.세 번째, 특별히 교황이 몸으로 보이는 낮은 행보는 이 나라 종교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이다. 이 땅의 억눌린 자, 고통 받는 자, 상처 받은 자, 소외된 자를 외면하는 교회는 이미 그 종교이기를 상실한 것이다. 그러한데도 이 나라의 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세속의 권위와 권력에 결탁하고 부와 권력에 탐닉하여 우리를 실망시키고 때로는 분노케 한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지 세상이 교회 속으로 깊숙이 침투한 결과이다. 일부 종교 지도자가 세속 권력과 결탁하여 종교를 축재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것은 이미 종교적 사명을 포기한 것이다. 각 종교의 지도자나 종교인들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낮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교황은 어딜 가나 이를 몸소 실천 했던 종교지도자이다. 한국인들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빈자의 대부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국의 정치인, 종교인, 각계의 책임자들, 귀 있는 자는 교황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그의 메시지를 마음속에 새겨 실천하기를 바란다. 그의 가르침은 결국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자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치신 성인 프란치스코의 삶을 닮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교황의 한국 방문이 갈등과 대립, 분열과 투쟁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가 화해와 용서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