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17일 북한 김정일의 사망은 김정은의 권력승계로 이어졌다. 1998년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유훈통치기간을 거친 20여년에 걸친 착실한 준비과정이 있었다면,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승계이다.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은 세계 공산국가 초유의 현상임으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문제는 초미의 관심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예상했지만 김정은 정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정일에 비해 정치적 경륜이 턱없이 부족하고, 확고한 지지 세력도 규합치 못한 김정은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그는 부족한 지도력을 조부 김일성의 카리스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김정은은 눈앞에 닥친 4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는 북한 정권의 향방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은 정치권력의 정당성 위기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수령 승계론의 백두 혈통에 따라 권력을 쉽게 이양받았지만 지도력의 안정성은 확보하지 못한 듯하다. 집권 초기 총정치국장 리영호의 해임, 군 수뇌부의 실세들의 빈번한 교체, 고모부 장 성택의 무자비한 숙청이 이를 잘 입증해준다. 그가 선군정치의 미명하에 군부에 의해 통치력을 담보 받았지만 권력의 내부에는 아직도 상당한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군부의 충성 경쟁이 지도부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이다. 북한은 아직도 식량, 에너지, 외환 등 심각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위기는 김정일의 `고난의 행군`시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근년 북한의 식량위기는 다소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에너지와 달러 부족은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여기에 생필품 전반의 부족 현상은 주민들의 수령에 대한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모두가 북한식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와 통제적인 계획 경제 정책의 당연한 귀결이다. 북한 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화폐개혁이나 종합 시장 개설, 개방 지역 확대 등 등 응급조치를 취하지만 위기 극복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주민 통제의 위기이다. 북한은 국가 안전보위부, 사회 안정성 등 여러 사회 통제 기구를 통해 주민들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를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식량을 구하기 위한 `고난의 행군`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불가피하게 하였다. 최근 북한의 종합시장에서 주민들의 상당한 정보가 교환되고, 300만대에 이르는 휴대 전화 보급은 북한식 `카더라 통신`을 가능하게 하였다. 여기에 주민들의 한류의 접목과 남쪽에 대한 동경은 북한 당국의 차단 노력을 무색케 하여 탈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넷째, 북한의 외교적 위기이다. 북한의 김일성 시대의 외교는 비동맹 국가를 중심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김정일 시대의 서방 적대 정책은 외교적 고립을 더욱 자초하였다. 북한은 아직도 핵과 미사일을 통한 미국과의 외교적 담판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EU등 서방 국가는 그것을 수용할리가 없으며, 인접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북핵문제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 따른 북한의 감정적인 대응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러한 4대 위기를 극복하는 문제는 체제의 안전성과 직결되어 있다. 북한은 위기극복의 방책으로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북한의 뒤늦은 개혁·개방이 자칫 동구나 동독처럼 정권붕괴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것이 북한식 체제 유지와 개혁·개방의 심각한 딜레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