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간 남북 간에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는 북한 권력 핵심 3인이 전격적으로 참석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북한의 권력 실세인 황병서, 최용해, 김양건과 남한의 국무총리,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의 환담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같은 경사가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북한 경비정의 NLL침범에 따른 남북 간의 함포와 기관포 포격사건이 있었고,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군의 기관총 도발사건이 있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남북관계의 긴장된 국면이다.
이러한 연쇄적인 사태는 이미 약속된 남북 고위급 회담의 개최 가능성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적 여론은 북한의 일련의 평화 위장 전술을 비판하며 남북 회담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도 진보적인 여론은 이러한 남북의 긴장과 위기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약속된 회담은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여야 정치권에서는 남북의 2차 고위급 회담은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러한 사태를 주도한 북한 당국은 중앙 TV을 통해 `2차 고위급 회담이 물 건너갔다`고 밝히면서도 `남북회담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다소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의 2차 고위급 회담이 언제 개최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긴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남북고위급 회담 자체는 성사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것은 남북당국 간의 이해관계가 회담을 상호 촉진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 측의 내부 사정부터 알아보자. 북한 당국은 김정은 정권은 권력의 내부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하다. 이제 김정은은 대미 대외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남북 회담의 활용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도 조속한 대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5년의 북한 길들이기 식 `비핵·개방·3000`은 대북관계에 개선도 실익도 얻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지난 정권의 대북 강경 봉쇄 정책은 보수층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는 일정 부문 기여했지만,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되돌려놓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선거 공약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바 있다. 박 대통령의 연초에 발표한`통일 대박론`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사실상의 통일이 되지 않고는 성립되기 어려운 구상이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의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남북의 정치적 외교적 지형은 남북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에 공유하고 있다.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되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이나 관련 민간단체가 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한다. 북한 당국은 이번의 NLL 침범과 같은 도발적인 행동은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회담의 주제 선정이나 주도권 장악을 위한 도발적 행위는 회담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우리가 모르는 바 아니다. 이러한 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종식시키고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내가 만난 어느 탈북자는 그러한 행위가 오히려 휴전선 부근의 북한 군인과 주민들만 괴롭힌다고 주장을 한 바 있다.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 당국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의 중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의 약속된 남북 회담이 성사되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남북문제를 푸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