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의원은 지난 23일 느닷없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였다. 그의 사퇴 발언의 요지는 국회가 `밥만 축내는 것` 같아 자기 자신부터 반성하는 의미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20대 국회의 불출마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애절하게 부탁했는 데도 민생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개헌의 골든타임`등을 내세워 대통령에게 염장을 질렀다”는 불만도 토로하였다. 이러한 표현은 개헌론에 불을 지핀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불만의 토로로 비쳐지기도 했다.
문제는 그의 이러한 사퇴의 변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그의 말대로 국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만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다. 그가 진정으로 국회가 `밥만 축낸다`고 인식했으면 자신부터 세비를 받지 않겠다든지 최고위원직이 아닌 국회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비박(非朴)인 그가 박 대통령에게 `염장 뿌려서는 안된다`고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일견 초파벌적 정치인의 대범성을 보인듯하지만 그것마저 해석이 구구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과 함께 친박 내통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퇴 발언 이후의 김태호 의원의 언동과 처신에 더욱 문제가 있다. 그는 언론을 통해 그의 사퇴의 이유를 추가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사퇴 선언 당일 발언 내용만 보면 민생법안을 제쳐두고 `개헌 봇물론`을 제기한 김무성 대표를 비판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은 언론에 김무성 당 대표의 개헌후퇴 주장에 대한 불만에서 개헌 촉진발언이라고 변명했다. 나아가 그는 언론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 대표간의 최근의 갈등을 동시에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고 부연하였다가 김무성 대표의 끈질긴 사퇴 철회 요구에 당과 나라를 위하여 `심각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사퇴 번복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그의 사퇴 발언과 처신에 대해 언론에서도 곱지 않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그의 돌출행동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 부정적 시각이 많다. 대선가도에서 김무성에 가려버린 그의 존재성을 부각하기 위한 `돌출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가 진정 당·청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면 최고위원으로서 그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그의 이 같은 사퇴발언은 당대표위원으로서 신중치 못한 처신이며 책임감 방기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거창 출신으로 도의원, 군수, 경남도지사를 거쳐 2010년 8월8일 이명박 정부의 40대 총리 후보로 깜짝 스타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젊은 총리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상당하였지만 인상 청문회에서 벗겨도 벗겨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양파 총리 후보`라는 오명만 남기고 낙마하고 말았다. 그후 그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재기에 성공하였다. 그는 지난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시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사퇴 선언은 경솔한 언행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정치지도자의 발언은 항상 논리적 정당성뿐 아니라 대국민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홍사중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의 자질론에서 리더와 보스를 구분하여 `리더는 희망을 주고 보스는 겁을 준다`고 하였다. 김태호 의원이 진정으로 보스가 아닌 대권의 꿈을 가진 리더라면 그의 언행과 처신부터 신중히 하여야 한다. 조선조 거유 허목(許穆)이 오랜 관직을 거치고 제시한 다음의 경구는 오늘의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평생 입을 지키면 망언(妄言)이 없고, 몸을 지키면 망행(妄行)이 없고, 마음을 지키면 망동(妄動)이 없다”고 하였다. 김 태호 의원뿐 아니라 이 나라 여야의 정치인들이 언행의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