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정치에 관한 불신이 어느 때 보다 비등하고 있다. 세월호 문제로 장기간 표류하는 식물 국회를 보고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여야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기`정치 개혁 특위`를 만들어 정치 개혁이나 정당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당은 보수 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를 야당 역시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를 조직하여 개혁의 아젠다를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 정치 불신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감한 결과이다.
그러나 정치 개혁(reform)이나 혁신(inovation)은 정치 혁명(revolution)보다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역사의 분기점에 등장하는 정치 혁명에는 개혁 주체가 분명하고, 시대적 명분도 선명하여 민중적인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4·19 혁명이나 8·7 민중 항쟁의 성공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개혁은 아젠다의 설정에서부터 개혁의 범주나 추진 방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이라는 아이콘을 내걸고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본`혁신의 이미지`를 더욱 확충하여 지속적인 정권 재창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현상 유지라는 보수적 이미지만으로 유권자의 광범한 지지를 얻기 어렵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손상된 당의 이미지를 정치 혁신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야당은 질수 없는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 선거에서 까지 연속적으로 3패하고 말았다. 야당은 2017년 대권고지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정치 개혁안에 담을 것이다. 여야는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 회복과 지속적인 지지획득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길 바란다.
첫째, 여야의 정치 개혁의 아젠다의 출발은 정치인들의 기득권 포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지난 대선 시 여야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세비 인하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 공약은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비판 받았던 의원들의 종신 연금 문제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고, 의원 세비는 또다시 인상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여야는 말썽 많았던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관한 기본 입장마저 아직 정리되지 못한 상태이다. 다시 새누리당은 의원 불 체포 특권 포기, 정당 공천제 개선을 정치개혁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 몫의 도서관장직 포기,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지역구의 공천 금지 정도를 정치 개혁 아젠다로 내세웠다. 이에 만족할 국민은 없으며 그것마저 지켜질지 의문이다.
둘째, 정치권은 정당 개혁 차원에서 정당의 운용 메커니즘을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당 개혁의 전제는 당내 민주주의의 정착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여당내의 친박이나 비박, 야당의 친노나 비노를 위한 계파 헤게모니 장악에는 관심이 없다. 차리리 이념성에 근거한 당내의 공정한 경쟁을 바란다. 우리는 의회민주주의를 철저히 신봉하면서도 청와대의 독주를 비판하는`여당의원`, 야당의 투쟁방식을 자가 비판하는 용기 있는`야당의원`을 바랄 뿐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당내의 파벌정치를 타파하는 철저한 당내민주주의 부터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여야의 정치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를 실천하기 위한 법제화 장치까지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 특위가 각기 마련한 개혁안 중 공통적인 아젠다를 선택하여 공동 발의로 법제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 개혁은 정당 지도자의 실천의지나 구호 보다는 그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여야 정치인 당신들만의 정치 개혁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정치 개혁을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