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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생명은 타협인데

등록일 2014-09-29 02:01 게재일 2014-09-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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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정치의 최후의 보류는 국회인데 오늘의 이 나라 국회는 또 다시 식물국회가 되어 버렸다. 세월호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났건만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의 농성은 아직도 계속되고 여야는 서로 그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그대로 챙기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세금을 낸 유권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정치는 원래 대립과 갈등을 조절하는 장치이다. 부부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듯이 크고 작은 조직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한국의 비타협의 정치, 증오의 정치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선거 때 마다`상생의 정치`, `대통합의 정치`를 외치면서도 민감한 정치적 현안 앞에서는 또 다시 여야의 협상의 정치, 타협의 정치는 사라져 버리니 어찌된 일일까. 그러한 `갈등의 정치`, `이전투구의 정치`가 국민의 통합보다는 여론마저 둘로 갈라놓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분열적 정치의 뿌리는 이 나라 정치 문화의 후진성에 기인한다. `협상을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양보나 합의를 굴종`으로 간주하는 이상한 정치 관행이 지배한 결과이다. 이러한 분열이 반도국가의 유전인자적 요인(DNA)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타협을 악덕`이라고 보는 후진적인 정치 문화의 소산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국회의 정치 실종의 원인은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별 제정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세월 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정치 협상의 실패는 여야 모두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 집권 여당은 처음에는 세월호 사건의 충격적인 죽음 앞에 진상 조사를 통해 유족들의 원한을 조건 없이 들어줄 듯하였다. 대통령은 눈물까지 보이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집권 여당은 지방 선거의 승리 후 초심이 변하고 입장이 달라진듯하다. 아직도 여당은 대통령 감싸기에 여념이 없고, 대통령의 특별법에 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만 충실하려고 한다. 여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자신들이 주도하여 만든 `국회 선진화 법`만을 탓하고만 있다. 여당은 아직도 힘으로 밀어붙이기식 의회 운영 방식이라는 과거의 유혹에 빠지고 있으니 말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정치 실종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도 많다. 박영선 원내 대표의 두 차례의 협상 결과는 의원 총회에서 거부 되었다. 당 내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간의 갈등과 선명성 논쟁이 재연된 결과이다. 그 결과 원내 대표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러한 당의 위기는 당의 해체론까지 제기되었다. 문희상 비상 대책위원회를 통해 내분은 임기응변적으로 수습 한듯하지만 이것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야당의 관행이 된 계파의 이익 챙기기, 실질보다 원칙과 명분 쌓기에 급급한 선명성 논쟁이 타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야당은 당의 지지도가 10~20% 대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야당의 체질과 정체성의 위기의 결과임을 자성하여야 한다. 새누리당과 새 정치 민주 연합은 나란히 `새`자를 첫 글자로 앞세우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국민적인 신뢰를 잃고 있다. 정치 개혁에 앞서 여야 정치인들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자질이 정치적 타협과 절충하는 기술임을 알아야 한다. 타협을 악덕시 하는 풍토에서 협상이라는 나무는 자랄 수 없고, 민주주의 공고화는 더욱 어렵다.

우리처럼 분단과 `압축 성장`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정치인들은 이제 `아름다운 분열`이나 `선명성 논쟁`보다는 `정치적 타협`이나 `협상의 기술`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즉각적인 협상과 타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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