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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만 맡길 수 없는 두 가지 현안

등록일 2014-11-03 02:01 게재일 2014-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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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영국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영국 의회는 만능이라는 뜻이다. 영국의회는 여야가 마주 보고 서로 존중하면서 복잡한 현안의 매듭을 하나씩 풀고 있다. 우리의회도 의원 내각제인 영국의회에서 야당의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까지 인정하면서 복잡한 현안을 무리 없이 처리하는 지혜를 하루 빨리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의 의회는 불신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오랜만에 여야가 합의하여 국정조사를 끝내고 세월호 법 등 3개 법안의 통과에 합의하였다. 퍽 다행한 일이지만 언제 또다시 한국 국회는 파행으로 치 닫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게 지탄받고 세계적인 토픽 감인 여야의 물리적 충돌은 국회선진화 법에 의해 중지되었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수행치 못한 이유는 자명하다. 한마디로 국민을 위한다는 의회가 모든 현안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여당은 청와대나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무조건 밀어 붙이려는 `힘의 정치`, 야당은 툭하면 선명성을 내세우며 투쟁적인 `거리의 정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여야 모두 `양보와 타협`을 `굴종이나 야합`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의 기득권 유지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는 언제나 소리 없이 합의하였다. 모처럼 열린 국회가 양보와 타협에 의해 `대타협적인 의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 19대 국회는 당면한 두 가지 현안을 잘 처리하여야 한다. 그 하나는 정치 개혁적인 측면에서 의원들의 특권이나 기득권을 축소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구 재 획정 문제이다. 어느 것 하나 국회가 스스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는 사안이다. 전자는 국회의원이라는 `갑`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사안이다. 여야 모두 손대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사안이다. 후자는 헌재의 판결에 의해 선거구를 재 획정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안이다. 둘 다 의회에만 맡겨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다.

사실 이 나라 국회의원의 기득권이나 특권은 축소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우선 세비만 하더라도 연봉 1억 4천만 원이 넘고, 의원직 한 달만 하여도 65세 이상이면 연금 12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 연금과 비교하면 너무 형편성에 어긋난다.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 불 체포 특권, 항공기와 열차 등의 이용 편의권까지 그 특권이 너무 많다. 아직도 의원들은 80여개의 겸직이 가능하고, 대학의 강의까지 가능하다. 그야 말로 의원들은 우리 사회의 `갑중의 갑`이다.

현안으로 대두된 60개가 넘는 선거구 재획정 문제도 만만치 않다. 당선만 되면 언제나 갑의 위치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의원들의 선거구의 포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 불합치` 판결 후 잠을 설치는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 쟁점이야 말로 정치 지각의 변동이 예상되며 정치적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당은 당 대로 의원은 개인대로 한국판 게리맨더링을 위해 고심할 것이다. 그러기에 의회에서 이에 대한 여야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의원의 특권과 기득권 축소 문제나 선거구 획정 문제는 의회에만 맡겨 둘수 없다. 기초 의원이나 광역의원의 세비는 별도로 구성된 `의원 세비 심의위원회`에서 여론 조사 등을 참작하여 결정하는데 유독 국회의원 세비는 의회에서 자체 결정토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의 선거구 재획정 문제도 선관위 등에 맡겨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여당은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위해 공무원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려면 의원들의 기득권부터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결단을 먼저 보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현안은 반드시 제3의 기구에 맡겨야 한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정부의 개혁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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