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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

등록일 2014-11-10 02:01 게재일 2014-1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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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며칠 전 유엔 인권 조사 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또 다시 제기하였다. 인권 위원회는 북한의 인권탄압이 최고 지도층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짐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를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하자는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있다. EU와 일본이 앞장선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 인권 문제는 유엔 총회에 회부되어 표결을 부치게 된다. 유엔 총회의 북한 제제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로서는 강제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은 더욱 분명하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그들 대표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가 사실이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북한 대표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인권 문제를 제기한 나라에 대해서 `예측불가능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북한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공갈 협박을 국제무대에서도 재탕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관계에서 협박이나 공갈이 통할 리 없음은 외교 상식인데도 그들은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북한 대표는 유엔 인권 조사관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설령 유엔 조사단이 파견되더라도 사진 한 장 찍기 힘든 북한의 현실에서 실질적인 인권 조사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유엔에서까지 문제가 제기된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북한 인권 문제는 일상적 주민감시와 통제, 정치범 처벌,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참혹상, 탈북자 강제송환 등 여러 행태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은 과거에는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북한의 국가 보위부, 사회 안전성 등 각종 통제 기관의 엄격한 주민통제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도 모자라 북한 당국은 각종 조직에서 `생활 총화`시간을 통해 비판과 자아비판을 통해 주민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탈북 행렬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세상에 낱낱이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으로 온 2만7천여 명의 탈북자들은 북한의 실상뿐 아니라 인권의 문제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유엔 등 곳곳에서 북한의 인권 참상을 소상하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14세에 탈북하여 한국의 여대생이 된 박연미는 9세 때 친구 어머니가 공개 처형되는 장면을 증언하였다. 죄목은 할리우드 영화를 몰래보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탈북과정에서 어머니가 탈북 브로커로 부터 강간당하는 장면을 울먹이면서 증언하였다. 북한의 공개 처형은 북한 권력의 상층부에서도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 성택이나 화폐 개혁에 실패한 노동당 재정 부장 박남기의 처형은 이를 입증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범 수용소의 내막이다. 북한에는 요덕 수용소뿐만 아니라 5곳의 정치범 수용소가 더 있다. 수용인원은 약 15만에서 20만 명으로 추산되고 수용소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2배(1천 240만 ㎢)에 이른다. 이곳은 북한의 수령이나 체제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다 붙잡혀 온 정치범이 대부분이다. 가족 단위로 수용된 사람도 있으며 대부분 이곳에서 노동 교화를 하면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에서 탈출해온 탈북자도 여러 명 있다. 이들은 수용소 내의 살해, 고문, 성폭행, 강제 낙태 등 수용소 생활의 실태를 낱낱이 폭로하였다.

북한 당국이 대북 삐라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 한 동안 북한의 인권제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보고 금기시 하고, 유엔의 대북인권제재 결의안에 기권한 적이 있다. 우리는 남북 대화를 하면서도 북한 인권문제를 효율적으로 제기하는 방도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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