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중반부터 남한으로 온 탈북자가 2만7천400명을 넘어 서고 있다. 이들 중에는 북한 김일성대학 총장을 지내고 노동당 비서 출신인 황장엽 선생과 같은 고위층도 있다. 이들의 북한에서의 직업도 북한의 영화감독과 연예인, 김일성대학 교수, 노동당 간부, 한의사. 간호사, 협동 농장 간부 등 다양하지만 노동자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학벌도 고졸이상이 많고 성별로는 여성이 약 70%로 남성을 압도하고, 함경도와 평안도등 중국 접경지대 출신이 많다. 연령 분포도 10대에서 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운이 좋게도 일가족이 함께 탈북한 경우도 있다.
이들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남한사회에 전함으로써 우리가 북한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근년에는 일부 종편에는 탈북 해설자들 까지 등장하고 북한 출신미녀들이 북한 사회의 구석까지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패널리스트는 북한 노동당의 내막과 고위층의 비행을 경쟁적으로 전하기도 하고 있다. 이들이 이산가족들이나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소식을 전하여 궁금증을 해소한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은 우리가 북한의 인권 문제와 북한의 식량 위기 등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이나 주장이 북한의 실상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은 40일간 잠적 후 며칠 전 지팡이를 짚은 체 위성과학자 주택 지구를 현지 지도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그러한데도 일부 탈북자들은 김정은 뇌사 설, 군부의 쿠데타 설, 평양 봉쇄 설 등을 통해 김정은의 신변에 이상 징후가 있는 듯이 주장하였다. 그로 인해 그가 치료를 하고 있다는 북한의 보도내용은 물론 국내의 언론의 보도도 무시해버린 결과를 초래하였다.
사실 탈북자들이라고 해서 북한의 모든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이곳에 살면서도 우리 사회를 정확히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북한 통제 사회의 속성은 주민들에게 정보를 차단하고 공유되지 못하게 때문 더욱 다른 조직이나 지역의 정보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도 탈북 전 까지 북한 당국이 가르쳐준 공식적인 규범이나 정보에 의해 정치 사회화라는 과정을 겪었기에 더욱 한정되어 있다. 탈북자들의 대북 인식은 남한사회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재해석되고 재생성된 것이 많다. 북한사회에서 탈북한 기간이 오랠수록 그러한 현상은 강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탈북자들의 사실을 추측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이러한 태도는 남한사람들의 대북 인식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중에는 탈북한지 10~20여년이 지나 북한의 현실과 다른 증언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일부 종편에서 해설하는 탈북자끼리도 서로 주장이 다르고, 그로인해 서로 모함하고 시기 질투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어떤 탈북자는 “이들의 신중치 못한 언행 때문 우리 전체가 오해 받을까 두렵다”는 주장까지 제기하였다. 이들의 북한에 관한 왜곡된 해설이나 흥미 위주의 오도된 발언, 추측성 해설 등은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우리의 통일의 설계나 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언론 매체는 탈북자들의 북한 관련 정보를 다룰 때는 보다 신중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북한에 관한 잘못된 정보의 유포나 확대 재생산은 남한 사람들의 대북 인식마저 흩트려 놓고 혼란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에서는 이들의 발언이나 해설을 검증하여 방영할 책무가 있음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남북의 화해 협력 시대를 대비하는 언론매체의 본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