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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기대회의 화려한 개막식을 보면서

등록일 2014-09-22 02:01 게재일 2014-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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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19일 오후 7시19분 제17회 아시아 경기 대회가 인천 시민 919명의 합창과 함께 화려하게 개막되었다. 아시아 45개국 45억 인구를 대표한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인천 대회는 전회원국이 모두 참여한 `완전한 대회(perfect asian game)`라고 자평하고 있다. 인천 개항 130년 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급성장한 인천에서 치러지는 이 번 행사는 아시아인들의 화합과 단합이라는 스포츠 축제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아시아 경기 대회의 화려한 개막행사는 항구 도시 인천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인천 대회에는 얼마 전 전쟁까지 치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현재도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선수들도 함께 참여하였다. 영토 분쟁과 역사 해석으로 외교적으로 갈등과 마찰을 겪고 있는 중국과 일본 선수단도 대거 참여하였다. 마카오와 홍콩이 중국과 별개로 참여한 것은 이색적인 모습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선수단 175명도 경색된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관중들로 부터 환영을 받았다.

역대 올림픽뿐 아니라 아시아 경기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개최국의 국가 발전의 위상을 비전을 전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은 과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초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당시 일본의 번영을 과시하고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한국 역시 88 올림픽 개최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한국의 국가 발전의 에너지를 세계인들에게 선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아시아 경기 대회뿐 아니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국력을 과시하고, G2 국가의 위상을 전 세계에 선포하였다. 이처럼 오늘날의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 행사는 결국 경기 이상의 개최국의 위상을 선전하는 외교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천의 아시아 경기대회도 그 정치 경제적 함의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를 통해 우리의 국가 위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시아 경기 대회의 화합과 단합의 정신은 우리 사회에서 부터 검증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압축 성장` 국가의 모델로 인식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내적으로 풀기 힘든 경제적 매듭이 곳곳에 늘려 있다. 세월 호 사건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갈등의 정치 구조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단면이다. 아직도 응어리진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 대립과 갈등 구조는 우리 사회의 신뢰와 통합을 가로 막고 있다. 솔직히 아시아 경기 대회의 주최국인 우리 한국의 맨 얼굴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우리는 아시아 경기 대회를 통해 우리의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는 닫혀 진 국회의 문을 활짝 열어 반목과 갈등의 정치를 화합과 단결의 정치로 거듭날 수는 없을까. 여야 정치인들은 승자의 아량과 패자의 인내라는 스포츠맨십부터 체득하여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제 새로운 질서와 정당한 룰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는 될 수 없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도 스포츠의 정당한 규칙이 통용되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는 될 수 없을까. 화려하게 전개되는 개막식을 보면서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투영해 본 의문이다.

이번 아시아 경기대회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되기를 바란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북한 응원단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남북관계는 해빙될 조짐이 보여 이것만 해도 커다란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탁구공 하나가 중국과 미국의 적대적 관계를 개선했듯이 175명의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여가 남북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번 인천 아시아 경기 대회가 종교, 인종, 지역, 이념의 갈등을 해소하는 아시아인의 참된 축제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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