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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한 공산주의도 자본주의와 결혼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슬라보예 지젝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 한다`는 주장은 처음에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면서 등장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결국 결혼한다는 역설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의 냉전 구도는 이념대결을 강화시켰으나 탈 이데올로기 시대로 전환하면서 공산권은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냉전시대 한나라가 공산화 되면 인접나라도 공산화 된다는 도미노 이론은 기우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공산국가는 자본주의에 접목하면서 붕괴되는 역도미노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젝의 이 `아름다운 역설`은 세계 공산국가들의 붕괴 과정에서 잘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독일에서는 1989년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1990년 10월 동독인들의 투표로써 서독 자본주의에 통합하였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도 연방이 해체되고 그라스노트와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수용하였다. 인접 동구 10여개 공산국가는 혁명적 과도기를 거쳐 공산주의를 포기하면서 자본주의와 결합하였다.지젝의 역설은 아직도 공산당 일당체제가 유지되는 나라에서도 적용되는 것일까.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도 공산당 일당헤게모니를 쥐고 있지만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에 접목하여 G2국가로 부상하였다. 1975년 공산화된 베트남도 베트남 식 개혁·개방인 도이 모이(doi moi)를 통해 시장 경제로 전환하였다. 베트남은 참전국인 우리는 물론 미국과도 적대감을 갖지 않고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쿠바의 카스트로도 미국에 문을 열고 결국 미국식 상품경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의 소유 욕망은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다. 지젝의 `아름다운 역설`은 아직도 잔존한 공산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우리의 최대 관심은 북한식 사회주의에도 이 역설이 성립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북한의 총체적 경제 위기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초래하고 북한식 자본주의 현상을 초래하였다. 기아자와 탈북자의 속출은 북한 당국이 2000년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단행케 하였다. 파탄 난 배급경제를 폐지하고 부분적인 시장 경제로 대치하는 긴급조치인 셈이다. 북한의 소규모의 장마당은 이제 380여개의 종합시장으로 확대되었다. 공장이나 매장에서는 `번 수입 평가 방식`이라는 우리의 성과급제를 도입하였다. 농민들은 집단 농장의 농사보다 시장에서 팔 수 있는 텃밭 경리나 소토지에 열중하였다. 시장의 확대는 자동차 수요를 증가시키고, 300만대의 휴대전화까지 보급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 역시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면서도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는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이러한 북한 땅에 상륙한 자본주의 황색 바람은 어느 정도 확산될 것인가. 여기에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도 조금은 개선되었다. 북한의 재정은 시장 확대로 자릿세와 임대료를 받아 개선된 측면도 있다. 돈을 번 신흥부자는 중앙당이나 정부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당 간부나 권력자들의 자본주의적 부패현상까지 만연되고 있다. 시장의 확대는 유동인구를 증가시키고 지역 정보를 멀리 소통시키고 있는데 모두가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렇다고 국가의 주기적인 시장 통제는 시장을 위축시키고 북한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여기에 북한 당국의 시장 확산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폐기할 수는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며 딜레마이다. 북한 주민들은 결국 `당과 수령을 위해 절대 충성하라`는 당의 공식규범보다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비공식 규범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당국이 선군 정치와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시장 경제의 걸림돌이다.

2016-06-13

경북대 총장 공백 사태는 하루 빨리 끝나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경북대의 총장이 공석이 된지 벌써 22개월이나 지났다. 그간 세 번째 총장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나 총장 발령은 아직도 깜깜한 실정이다. 교수 1천200여 명, 교직원 600여 명, 학생 2만명이 넘는 거대 국립대학의 총장 장기 공백 사태는 대학 체면뿐 아니라 대학발전도 저해하고 있다. 총장 공석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대도 교육부는 그 책임을 대학에 미루고 있으니 한심한 작태이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문제이다. 경북대 개교 이후 천재지변도 아닌 개명 천지 시대에 총장의 무기한 공백사태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경북대 총장 공석의 장기화는 대학의 발전은 물론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심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총장 대행 체제는 중장기적인 대학 발전 문제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우선 손에 잡히는 현안만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의 불만은 누적되고 교육부와 대학은 서로 책임만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경북대의 발전의 에너지는 이미 집중되지 못하여 각종 대학 평가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경북대는 과거 한강 이남에서 최고라는 명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거점 국립대학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경북대의 총장 공백 사태에는 교육 행정 당국에 원천적 책임이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몇 해 전 대학 자치의 상징으로 쟁취한 `총장 직선제`마저 폐지하고, 교육부의 `대학 선진화`라는 방침에 눌려 총장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하였다. 당시 학내 구성원간의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직선제 존치 시 `행·재정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에 충실했던 결과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합법적으로 임용 제청한 총장후보를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지고 있다.국공립대 교수 연합회는 어제 국회 정론 관에서 총장의 임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인즉 `7개의 국공립대가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넘도록 총장 공석 상태`이며 `교육부가 정당한 선출 과정을 거쳐 추천한 총장후보를 신속히 임용제청하여 대학의 행정 공백을 방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내용이다. 현재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주 교대, 한국 방송 통신대, 한국 해양대도 총장이 공석중이다. 어쩌다 자율과 자치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교육부는 총장 후보의 결격 사유가 있다면 이를 적시하여 추천기관이나 후보자 개인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부 총장 후보들이 제기된 행정 소송에서 교육부의 처사가 합당하지 않다는 법적 판단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결국 교육 행정 당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교육부가 총장의 대행체제가 행정 통괄에는 지장이 없으니 `답답한 사람이 샘을 파라`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책임 행정의 포기행위이다. 대학이 총장 제청을 거부한 영문도 모르고 다시 총장 후보를 선출한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며 모순이다. 전직 교육부 장관이 임용 거부 과정에서 절차상의 잘못을 범했다면 현 교육 수장은 이를 시정할 책임이 있다. 만약 총장 임용 거부가 교육부 윗선에서 이념이나 정권의 코드에 따라 결정했다면 엄청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교육 행정당국이 이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면 결국 정치적으로 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총장 공석 문제를 청문회에서 다루게 된다면 정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교육부는 이미 부산대에 그렇게 반대하던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하지 않았는가. 부산대 어느 교수의 자살이 결국 교육부의 방침을 움직인 결과이다. 경북대 구성원들도 교육부의 행정 조치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시 총장 임용을 위한 비상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오죽했으면 경북대 학생들이 총장 공백으로 인한 손실을 교육부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려고 하겠는가. 이제는 교수들이 응답할 차례이다.

2016-06-07

반기문 대망론의 허와 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년 대선 후보 문제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이 나라의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연이은 선거 구도가 정치의 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여러 명의 대선 후보가 등판했는데 여당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었던 오세훈, 김문수 후보가 총선에서 패하고, 김무성 후보가 총선 패배의 책임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결과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주 발언은 사실상 출마 선언이라고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언론에서는 대체로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의 친박에서는 그의 출마를 환영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그가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예단하는 인사도 있다. 그러나 비박에서는 대체로 침묵중이지만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 중에는 내부적으로는 마음이 매우 편치 않을 것이다. 여당은 총선 후 지난 달포 간 총선 패배의 책임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반 총장의 대선 관련 입장 표명은 후보 빈곤으로 절망감에 빠진 여당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로 인해 반 총장의 제주에서의 발언은 내분에 휩싸인 분열된 여당을 안정시키고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반 사무총장이 대선후보로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 아니면 관료 출신 고건 전 총리처럼 중도 포기할 것인가. 그가 대선 가도에서 성공 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의 주장처럼 일종의 신드롬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은 대선 가도에는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반 사무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준령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사실 그의 성공여부는 그의 앞에 가로 놓인 크고 작은 준령을 어떻게 무난히 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먼저 반 사무총장은 여권 내의 후보 경선에서 통과하여야 한다. 당내에서 친박에서는 그의 합의 추대를 주장하겠지만 그 자체가 사실은 가장 큰 일차 관문이다. 비박의 김무성. 오세훈 등이 경선을 포기하고 합의추대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친박에서 반 총장을 후보로 합의 추대하자고 할 경우 비박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당내 후보 경선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렇다고 레임 덕에 걸린 대통령의 `위로부터의 점지`는 당내에서 역풍을 맞아 그의 입지를 어렵게 할 것이다.설령 이 과정을 거쳐 그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본선 경쟁에도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이때부터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외무 관료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 10년이라는 그의 경력은 언뜻 화려하다. 그러나 그 경력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강사로 등단한 김병준 교수도 `당의 반기문 총장 후보추대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혹독하게 비판하지 않았던가. 유엔의 평화 수장인 사무총장이 퇴임 후 바로 대선후보로 입후보하는 것은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물론 사무총장 퇴임 후 오스트리아의 대통령이 된 발트하임도 있지만 오스트리아 정치 지형은 한국과 너무나 다르다. 반 후보의 `기름 장어`라는 외신의 별명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사무총장 능력의 평가 절하도 검증의 대상이 될 것이다.현재 대선 후보 여론 조사에서는 그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각종 선거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여론이 종반까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이 나라에서는 정치와 거리가 있는 새로운 후보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는 항상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과거 안철수 후보도 장외의 후보 시절에는 단연 지지도 1위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현재 장외의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과 대선 후보 반기문에 관한 여론은 언제나 요동 칠 수도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과연 이러한 험난한 산을 무사히 넘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2016-05-30

마더 데레사의 마케도니아 생가를 찾아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인도 `콜카타의 어머니`로 알려진 마더 데레사 수녀는 마케도니아 스코페 출생이다. 마케도니아는 인구 200만이 조금 넘는 발칸 반도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이번 여행길에 운이 좋게도 그의 생가부근의 기념관을 방문케 되었다. 여러 해 전 인도 콜카타에서 우리 학생들과 데레사수녀의 요양시설에서 봉사하면서 그의 고향에도 한번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 마더 데레사 수녀 기념관은 그가 세례 받은 예수성심 성당 터에 소담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케도니아 정부가 세운 이 기념관에는 수녀의 생시 활동 모습과 유물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마더 데레사는 1910년 이곳 스코페에서 알바니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나 1928년 아일랜드 로레토 수녀원에 입소 후 수녀가 되었다. 그는 인도에 파견되어 지리 교사로서 활동 하던 중 콜카타 수많은 빈민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1950년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하여 거리의 빈민, 부모를 여윈 고아,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다짐하였다. 그는 19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으며 1997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그는 콜카타의 수녀원 성당 안에 모셔져 있다. 인도의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는 오늘도 `콜카타의 어머니`로 칭송받고 있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 데레사 수녀를 오는 9월 4일 성인 반열에 올리는 시성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데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9년이 되었지만 그의 사랑과 봉사의 활동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창설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현재 약 150개국에서 4천여명이 거리와 빈민가에서 봉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내가 20여 명의 학생들과 찾아간 콜카타의 좁은 골목 안의 그의 수녀회에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봉사를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당시 그 수녀원에서 아침 일찍 봉사 활동을 할당하는 한국 어느 수녀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그의 생가 부근 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몇 해 전 찾아간 콜카타의 거리가 회상되었다. 인구 430만명이 거주 하는 콜카타는 가난한 인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빈곤하고 소외된 사람이 넘쳐 나는 거리, 어린 소녀가 사생아를 들쳐 업고 구걸하는 모습, 자동차와 삼륜 자동차, 인력거가 혼재하고 숭상하는 소까지 함께 걸어가는 거리에는 교통신호등은 아예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이 무질서한 거리의 뒷골목에는 아직도 죽어가는 행려병자가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가 세운 콜카타의 임종자 시설, 고아원, 장애인 요양원에는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들 것이다. 그의 헌신적인 삶의 뿌리가 이곳 스코페라고 생각하니 새삼 감회가 새로워 질 수밖에 없었다.이곳 마케도니아 수도 수코페의 그의 기념관에는 오늘도 많은 추모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옛 유고 연방이었던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로마 가톨릭 수녀가 되고, 힌두교의 나라 인도의 콜카타에서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일생을 마감하였다. 국경과 인종, 종교를 초월한 그의 삶은 봉사의 삶이 어떠한 삶인지를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그의 삶의 향기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 지고 있으니 이것이 일종의 기적이다. 그가 머리에 썼던 사랑의 선교회의 청색 띠는 아직도 가난한 이의 희망으로 간직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도 여러 종교가 혼재하면서도 나름대로 봉사활동에도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종교는 벌써 가진 자와 있는 자를 위한 종교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세속이 교회에 깊숙이 들어와 종교계의 비리와 얼룩이 세상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마더 데레사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그가 남긴 헌신적인 봉사의 체취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한국의 종교인들은 하루 빨리 마더 데레사의 삶으로부터 종교인의 참 모습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

2016-05-23

7차 당 대회 후 김정은 체제 변화 가능성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사회주의 국가들은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1990년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등 여러 국가로 독립되고 현재 공산주의 이념까지 포기하였다. 동독은 서독과 통합하여 EU의 중심국으로 우뚝 서 있다. 동구의 옛 유고연방인 크로아티아도 국민 소득 2만불을 넘어 서고 있고 독재자 차우세스크로 유명한 루마니아도 국민 소득 1만불 시대에 진입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쿠바도 2014년 50년 만에 미국과 수교하였다. 북한의 인접 중국 역시 시장 경제를 도입하여 G2 국가로 부상하고 베트남과 몽고 역시 개혁·개방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 북한도 7차 당 대회 이후 사회주의적 변화의 흐름에 조응할 것인가. 서구의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김정은의 북한체제도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북한을 연구하는 내외의 전문가들이 이번 당 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당 제1비서 김정은 `당위원장`추대로 4일 간의 북한 노동당 대회는 끝나고 말았다. 북한 1년 예산의 1/6인 1조2천억원을 쓰면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 보유국가임을 재천명하였다.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 대회 직후 평양에서는 북한 군 10만명이 당 대회 축하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당위원장의 탄생`을 열렬히 환영하였을 뿐이다.북한 김정은 체제의 변화에는 필수적으로 인적쇄신과 정책이나 노선 변화가 따라야 한다. 북한 변화의 주체는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권력층의 인적 변화가 어느 정도 수반되었는가? 이번 당 대회에서 형식적으로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235명중 129명(54.9%)을 물갈이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과는 달리 권력 핵심층의 변화는 찾아 볼 수 없다.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내각 총리 박봉주와 최룡해 2명만 보완되고 고령의 당 권력 핵심은 그대로 건재하였다. 김정은을 `당위원장`으로 추대한 88세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 91세의 상임위 부위원장 양형섭, 87세의 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기남까지 건재하였다. 김정은의 20대 여동생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여정,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용원이 중앙위원으로 등장한 것만 이례적이다.이번 당 대회의 사업 보고와 정책과 노선은 북한 체제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관심사인 북핵 문제는 포기가 아닌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세계적 차원의 비핵화`라는 상호 모순된 노선만 설정하였을 뿐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엔 등 세계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자립과 자강`을 외치지만 북한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계속 대외 협상용으로 이용하면서도 그것을 북한 주민의 내부 결속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북한체제의 변화나 개혁·개방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은 체제는 체제의 유지와 개혁·개방의 딜레마 사이에서 갈등의 골만 깊어갈 것이다.결론적으로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인민 공화국`은 체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 다만 김정은의 인민복이 양복 차림으로 변화되었다. 그는 종래의 검은색 인민복은 벗어 버리고, 은빛 넥타이와 줄무늬 양복 정장을 착용하고 등장하였다. 공식적으로 올해 34세인 그이지만, 갈라지고 쉰 목소리는 50대를 연상케 하였다. 그의 헤어스타일, 뿔테 안경, 중절모, 뒷짐 진 걸음걸이는 그의 조부 김일성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3시간에 걸친 사업 총화 보고서를 읽는 모습도 과거 그의 조부 김일성을 회상케 하였다. 사실 이번의 양복 입은 모습도 보고서를 읽고 있는 모습도 김일성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새로운 통치자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의 상징조작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수령 `후광 정치`를 계속하는 한 북한 체제의 자발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016-05-16

북한 노동당 7차 대회의 주요 관점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6일부터 북한 노동당의 7차 당 대회가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김일성 생시인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 대회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0여 개국 외신 기자들은 초청되었지만 중국의 당대표마저 대회에 참석지 않았다. 전국에서 선발된 3천467명 당 대표들은 4·25 문회회관으로 모여 들었다. 당원 1천명당 대표 1인을 선정한다니 노동당원은 약 3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되는 687명의 대의원도 포함된다. 이들에게는 42인치 평면형 TV가 선물로 전달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 노동당 당규에는 당 대회 개최 시기를 5년으로 정하였지만 사정에 따라 연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김정일 시대(1994~2011년) 17년간 당 대회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김일성 사후 식량사정의 악화와 `고난의 행군`, 핵개발과 원자력 기구의 탈퇴, 6자회담과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급박한 내외 사정은 당 대회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권력 승계 4년째인 김정은이 급하게 당 대회를 소집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김정은이 7차 당 대회를 개최한 배경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시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권력의지가 강한 김정은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최고 통치자의 자리를 승계하였다. 갑자기 북한 수령이 된 그가 집권 초기 일천한 통치 경륜으로 자신의 권위를 확립하기가 무척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현영철 등 군부 측근을 숙청하고 고모부 장성택마저 공개적으로 제거하였다. 그는 결국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군부 강경충성파를 핵심 측근으로 기용하였다. 그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자신의 그간의 업적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이다.노동당 당 대회는 원칙적으로 당 사업 결산, 당 노선과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 결정, 당 중앙위원 선출, 당 규약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라 이번 당 대회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는 당의 노선을 재천명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선대의 선군정치를 계승하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 할 것이다. 김정은이 당 사업 보고에서 수소폭탄 실험과 미사일발사 성공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김정은은 북한 인민을 위한 경제노선을 역설할 가능성도 높다. 서구생활을 경험한 그는 북한 민생의 후진성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방도를 마련할 수 없는 데 애로가 있다. 그가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강행할 수 없는 여건이 북한의 현실이다.북한 당국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 지도층의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의 핵심 간부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 간부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당의 이념과 수령에 대한 충성만을 절대시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북한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에로의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현실적으로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개혁·개방 보다는 오직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권력의 안정성을 보장 받기를 원한다. 이번 당 대회에서 당간부의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지도 우리가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당 대회 이후에도 김정은 체제는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대외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앞세운 협상은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 방식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내외적 위기 상황이 북한 체제의 자체 붕괴설이나 쿠데타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선군 조선의 태양`으로 추대된 김정은이 대화와 협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2016-05-09

여야는 벌써 총선 민심을 이탈 하려는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4·13 총선의 민심은 냉혹했다. 총선 결과는 정치 평론가 등의 일반적인 예측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총선 결과는 군림하려는 오만한 정부 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민생을 외면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총선 민심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대오 각성을 촉구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말로만 하는 `민생 정치`나 `화합의 정치`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선거 치른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정치권은 총선의 민심을 이탈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여당 패배의 원인에는 대통령의 그동안의 국정운영 방식과 불통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사실 대통령은 그간 야당은 물론 정부 여당과의 소통마저 소홀히 하였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나 홀로 리더십`은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비쳐지기도 하였다. 대통령이 선거 후 언론사 간부들과 긴급 간담회 한번으로 `소통의 리더십`이 회복될 수 없다. 대통령은 앞으로 3당 대표와의 면담뿐 아니라 민심 향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소통의 통로를 더욱 다각도로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이번 여당의 선거 참패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천 파동이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공천을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대립, 김무성 당대표와 이한구 공천위원장 간 극한적인 갈등은 여당의 고정 지지층마저 이탈케 했다. 친박을 자처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오만한 권력은 총선 민심에 역풍을 초래했다. 더욱이 공천 막판의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공천강행과 당대표의 `옥새파동`은 여당 표심을 더욱 이탈케 하였다. 그러나 총선 후 여당의 내부 기류는 아직도 계파 청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김무성 대표는 사퇴하고, 선거 패배에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공천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는 변명만 하였다. 새누리당은 계파 청산의지없이 당선자 워크숍에서 사죄하는 행태만으로 총선 민심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여기에다 여당은 야당의 분열로 1대 2의 선거 구도를 내면적으로 즐기면서 제대로 된 선거의 공약하나 내 놓지 않았다. 야당의 김종인 대표의 대항마로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의 알아듣기 어려운 `양적 완화` 정책만이 부각될 뿐이다. 여당은 `선거의 여왕`인 대통령에 기대고 김무성 당 대표의 치기어린 `어부바 정치`에 희망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정부 여당은 현실적인 체감 경기의 악화와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발목 잡는 야당`과 국회에만 책임을 전가하였다. 이러한 여당의 선거 전략 부재는 민심을 더욱 이탈케 하였다.정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총선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난파 직전의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123석의 제1당이 되었다. 수도권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파생된 반사이익이다. 아직도 더불어 민주당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간의 당의 노선과 정체성 논쟁, 당 지도부의 선출시기와 선출과정은 당을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도취한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자중하여야 한다. 호남 유권자들의 일시적 지지로 다시 지역 당을 출현시켰을 뿐이다. 그러한데도 국민의당은 `안(安)비어천가`를 부르면서 내년 대선에 집착할 때 인가.여야 정치권의 이러한 정치 행태는 분명히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치는 또다시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여 민심에 부합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여야는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임을 하루빨리 체득하여 과감한 변화와 개혁의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2016-05-02

타임머신을 타고 가 본 전통적 향사(享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일 년 동안 문중일로 동분서주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영남 여러 문중의 원로들을 뵈올 기회가 있었다. 영남에 유림이 많고 양반이 많다는 소리는 익히 듣고 자랐지만 이 지역 골골에는 아직도 이름난 가문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달포 전엔 인동 장(張)씨 여헌(旅軒)문중의 헌관(獻官)으로 초청되었다. 필자의 13대 조부 등암(藤庵) 배상룡(裵尙龍) 선생이 여헌 선생의 제자라는 인연 때문이다. 선조 등암은 여헌의 상사(喪事)시 장례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어릴 때 전해 들은 바 있다. 조선조 중엽 고향 성주 땅에서 이곳 구미의 서원까지 100리 길을 수학하러 온 선조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여헌 장현광(張顯光) 선생은 조선 조 유학뿐 아니라 과학적 우주관을 설파한 영남의 대표적 유림 중 한 분이다. 사실 나는 이 향사에 참석하려고 했을 때 심적 갈등이 있었다. 집안의 몇 몇 어른들은 여헌 선생 향사에 헌관으로 참석하는 것은 영광이라고 권유해 주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는 약간의 심적인 부담이 상당하였다. 주변에서는 종교적으로 부활절을 며칠 앞둔 대림시기에 남의 집 향사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하는 교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영남의 대학자인 여헌 선생 향사에 참석하고 예를 표하는 것은 종교적 교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가톨릭 신자들이 항상 존경하는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조상 묘소에 참배하셨다는 전언을 듣고는 상당한 위안이 되었다. 결국 나는 향사에 참석하여 여헌 선생의 얼을 되새기고, 인동 장씨 가문의 예절 법도를 체험하는 기회로 삼기로 하였다.초청장에 명시된 입제 전날 오후 2시 행사장인 낙동강변 동락서원에 도착하였다. 이미 여헌 선생의 후손뿐 아니라 여러 문중에서 제관들이 많이 참석해 있었다. 양복이나 평복을 입은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두루마기 한복과 도포와 유건이 왠지 몸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관을 정제하여 먼저 온 참석자들에게 인사부터 정중히 올림으로써 일정은 시작되었다. 그래도 어릴 때 증조부 시하에서 사랑채에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범절만큼은 익혔음이 퍽 다행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당일 저녁 서원은 마루에서부터 안방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문의 제관들로 가득 메웠다. 서로 가문 어른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 향사의 과거의 분장 표를 꺼내어 옛날을 회고하기도 하였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60여년 전의 옛날 여행을 하고 온 셈이다.입제 전날 오후부터 이튿날 향사까지 배우는 자세로 향사 절차에 흐트러짐이 없이 참가하였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더니 도포를 입고 유건까지 쓴 나는 과거 유림사회의 일원이 된 듯 하였다. 조선조 어느 서원이나 제실에서도 이러한 회합이 빈번하게 개최되었을 것이다. 저녁 식사뿐 아니라 주안상도 헌관에게는 독상이 제공되었다. 저녁식사 후 향사의 업무를 나누는 분정(分定) 예식이 있었다. 넓은 대청에 도열한 제관들은 정중하게 상호 예의를 갖추고 분정 표를 작성하는 분을 지켜보았다. 향사 당일 새벽 일찍 세수하고 제관들은 60여 명이 사당 앞뜰에 도열하여 참례하였다. 홀기(笏記)에 따라 분향하고 잔 올리는 절차는 약 1시간 이상 엄숙하게 진행되었다.물론 이러한 향사는 낭비라고 오늘날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 형식주의에 치우치고 허례허식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주한 현대에도 향사의 긍정적인 측면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조상을 숭배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동방예의지국의 법도를 지키는 것도 이러한 행사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유림 행사를 통해 인적 교류뿐 아니라 학문의 교류가 활발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일박 이일의 타임머신을 타고 본 향사참석은 나에게 영남 유림의 법도와 학맥을 되새기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2016-04-25

`태양의 후예`, 북한 김정은의 상징조작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태양의 후예`라는 인기 드라마가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은 역시 김일성이라는 `민족 태양`의 후예이다. 4월 15일 `태양절`(太陽節)은 김일성의 생일이며 북한 최대 명절로서 이틀 간의 연휴이다. 북한은 태양절 행사에 외국 손님도 초대하고,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준비하였다. 물론 북한 당국은 태양절 행사로 김일성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소위 북한 사회주의 헌법은 `김일성 헌법`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까지 이미 세상을 떠난 김일성을 명기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 헌법 서문에서는 여러 곳에서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김일성은 `조선의 창건자`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묘사되어 있다. 김일성은 북한의 시조일뿐 아니라 국가 자체인 셈이다. `짐이 곧 국가`라는 전제군주 독재자 루이 16세를 연상시킨다. 북한 헌법은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 `령도 예술의 천재`, `백전백승의 강철`, `위대한 혁명가`, `세계 정치의 원로`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칭송하고 있다. 결국 김일성은 북한에서 정치, 예술, 혁명, 군사, 외교 등 전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로 우상화되는 실정이다.북한 당국은 1974년 4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통해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선포하였다. 과거 독재국가에서 우상화작업은 가끔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지도자의 생일을 태양절로 설정하여 신격화하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살아서는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대 가정`을 이끄는 `어버이 수령`으로 칭송 받았고, 죽어서는 다시 `민족의 태양`으로 추앙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아직도 `영원한 주석`으로 칭송받고 영생 탑까지 건립하여 참배객을 모으고 있다. `수령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론적 슬로건은 김일성이 북한 땅에서 종교적 신앙 대상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 어느 날 갑자기 북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 왕조시대도 아닌 사회주의 국가에서 수령 3대 세습이 이룩된 것은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30살의 김정은은 권력승계 후 부족한 카리스마를 조부 김일성을 통해 보충하고 있다. 소위 `정치적 상징 조작`을 일상화하고 있다. 부친 김정일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은 조부 김일성의 형상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김일성과 같은 듬직한 체구, 옆머리를 밀어올린 헤어스타일, 김일성이 즐겨 입던 검은 인민 복장까지 그는 조부 김일성을 연상케 하였다. 최근에는 뒷짐 짓고 걷는 모습, 즉흥적인 연설 장면, 검은 테 안경, 가끔씩 쓰는 중절모까지 그의 조부를 그대로 모방하였다. 이러한 연출은 그의 핵심측근들의 건의인지 스스로 선택한 방식인지 알 길이 없다.이제 김정은은 집권 4년차를 맞고 있다. 그는 아직도 홀로 서기가 힘들어 선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측근 권력핵심을 여러 명 숙청하였다. 그의 리더십은 막스 베버가 말하는 왕조적인 `전통적 지배`와 `카리스마적 지배`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인접 중국은 모택동 이후 여러 명의 지도자를 교체하여 오늘의 시진핑 체제가 수립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수령 승계론에 의해 왕조적인 3대 권력 세습을 이어 가고 있다. 그들은 19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 때부터 김일성 탄생 104년이라는 주체 연호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태양의 후예들이 승계되는 한 북한의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세계화시대의 정보화·개방화의 물결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사회주의는 대부분 몰락하였지만 북한은 아직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체제도 시장화와 개방화라는 세계사적 추세에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6-04-18

오늘 당신이 `甲`인 날 `인물` 보고 `일꾼` 뽑자

▲ 안재휘 논설위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의원선거 결전의 날이 밝았다. 우리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보지 말아야 할 황당한 꼴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험궂은 공천갈등과 분열행태로 정치권은 신망을 잃었고, 유권자들은 모진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선거운동 기간 오로지 당선만을 지상목표로 삼은 총선후보들과 각 정당들은 건전한 정책선거를 펼쳐 유권자들의 바람직한 선택을 유도할 생각이 없었다. 선거운동 막판에는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을 훑어내어 동정표를 구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자랑스러운 TK(대구·경북)지역 대표로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국가발전을 추동해낼 것인가. 유권자들은 투표에 앞서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한 이성을 가누어야 한다.무엇보다도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를 차분히 뜯어보아야 한다. 공천다툼과 과열선거전의 소음과 흙먼지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후보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끝까지 견줘보아야 한다. 그 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국회의원이라는 직분에 맞게 신뢰감을 주는 인물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권력에 기대어 개인의 `입신영달`만을 탐닉해온 인사는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지역의 대표로서 지역발전을 뚝심 있게 추진해나갈 인재인지도 살펴야 할 주요 덕목이다. 지역현실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되는지,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신념은 얼마나 굳건한 지를 살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TK(대구·경북)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지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세세히 따져보아야 한다.끝으로, 시대의 화두인 `소통` 능력을 비교해보아야 한다. 나랏일이든 지역의 일이든 최상의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 고질적인 `불통`이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입증돼 왔다. 어느 후보가 과연 사통팔달의 소통능력을 갖추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신실한 인품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인재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TK(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자존심에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조금만 크게 보면, 중앙정치의 농단에 휘말린 끝에 마치 울담 안에서 한 집안 식구들끼리 벌거벗고 무참히 물어뜯고 할퀴는 추태를 온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꼴이다. 형언할 길 없는 이 참괴를 씻을 길은 유권자들이 나라의 주인으로서의 위엄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뿐이다. 정치권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회초리를 치면서, TK(대구·경북)지역 발전을 이끌어갈 최고의 인재를 선택해야 한다. 후회 없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마지막 심사숙고가 절실한 시점이다.아무리 마음을 상했어도 투표에는 참여해야 한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선택일 수 있다.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재확인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신성한 의식이다.

2016-04-13

정치인들이여, 자연의 섭리부터 배우길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오랜만에 봄꽃 구경을 다녀왔다. 봄꽃은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광주 담양으로 가는 길가엔 온통 봄꽃들이 만발하였다. 남도 길에는 정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꽃의 계절이 다가와 있었다. 총선을 사흘 앞둔 정치판은 요란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온 누리를 꽃으로 뒤덮어 우리를 반겼다. 어지럽고 혼란스런 4·13 총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 나라 정치인들도 이 대자연의 섭리를 하루 빨리 터득하였으면 한다. 이번 공천과정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는데 지나치게 권세를 휘두른 정치인, 떠나야 할 시간에 떠나지 못하는 정치인, 공천 파동의 원인을 제공한 뻔뻔한 정치인, 아직도 모든 것을 상대 탓으로만 돌리는 마타도어에 능숙한 정치인, 모두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정치 행태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새순이 돋고, 봉오리를 맺어 꽃을 피우다가도 때가 되면 조용히 떨어지는 자연의 섭리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이러한 공천 과정의 와중에서도 공천에서 탈락하자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백의종군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어찌 세상만사가 제 뜻대로만 되겠는가. 우리 주변에는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꽃피우고 가을 되어 열매 맺는 자연의 섭리에 충실한 정치인도 더러 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정치인은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나라의 정치인 중에는 기다리지 못하고 참지 못하여 열매만 급히 따먹으려다 실패한 정치인이 상당히 많다. 역천(逆天)자는 망하고 순천(順天)자는 흥한다는 역사의 교훈은 자연의 섭리이며, 이 나라 정치인이 지켜야 할 기본 규범이다.봄꽃은 자기가 선 자리에서 남을 탓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고 자기의 고유한 빛깔로 조용히 봉사한다. 꽃은 결코 다른 꽃에 대해 시샘하지도 다투지도 않는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우리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은 온갖 추태까지 다 보였다. 친박과 비박이 서로 눈을 부라리고, `공천 학살`과 `옥쇄파동`은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자신들의 잘못을 석고대죄(席藁待罪)했지만 돌아선 민심이 돌아올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야당 역시 친노와 비노가 극한적으로 대립하다 급기야 당을 따로 차리게 되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 대표와 친노의 갈등은 결국 정치적 신뢰만 떨어뜨렸다. 우리 정치인들은 화려한 봄꽃으로 잠시 칭송받다 사라지기보다 가을 국화의 인내부터 배워야 할 시점이다.이제 봄꽃은 어딜 가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연분홍 벚꽃, 노란 옷을 차려 입은 산수유, 깨끗한 흰옷으로 갈아입은 백목련, 연록색의 수양버들, 산하의 봄꽃은 조화롭게 피어 있다. 꽃들은 시샘하듯 다투어 피지만 `네가 있어 나도 아름답다`는 자연의 조화만큼은 철저히 지킨다. 우리 선거판에는 새누리의 붉음, 더민주의 푸름, 국민의당의 연초록, 정의당의 노란색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정원의 꽃들도 여러 색이 조화를 이루는데 이 나라 정당만은 색깔을 달리하는 정당은 인정치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술수를 부리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른다. 이러한 정치판에서 상생의 정치, 조화의 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여, 산하에 조화롭게 피어 있는 꽃들의 지혜부터 배우길 바란다.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탈당, 변신, 공천 탈락, 석고대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 행위인가.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순리에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산하의 들꽃은 그래도 기다릴 줄 알고, 교만하지 않고 자기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꽃은 크다고 휘두르지 않고 작다고 연약하지도 않다. 우리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곳에서 정치에 관한 국민적인 불신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인들은 거창한 공약보다는 자연의 순리, 꽃들의 지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2016-04-11

대구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대구의 선거가 오랜만에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의 야당 김부겸 후보가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후보 역시 여당 무공천 지역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수성을의 주호영 후보도 진박 이인선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북구의 홍의락 후보도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처럼 대구의 일당 독점의 선거판이 전례 없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과거 30년간 TK 지역 선거는 여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단순 등식이 성립되어 철저한 일당 독점적 정치 구도가 형성되었다. 같은 영남이지만 부산 경남은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몇 명 당선되었다. 더구나 야당의 텃밭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순천 곡성에서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는 이에 아량곳 하지 않고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여당의원만 몽땅 당선되는 특이한 일당 독점구도가 형성되었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야당 한 명 없는 여당 독점구도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독점 구도는 필연적으로 정책의 경쟁력마저 잃게 하였다.대구·경북에서 이러한 장기적 정치적 독점 구도가 조성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을 보는 시각도 다르고 그 평가도 다르지만 5·16 이후 굳어진 영·호남의 지역 연고주의 정치구도와 무관치 않다. 이곳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그것이 일당 독점구도를 더욱 강화시켰다. 한동안 이 지역의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지역 연고에 기반한 정치적 정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로 연결된 것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대구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더욱 보수화되고 강한 배타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도 TK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나타나 3% 대선 승리의 견인차가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그러나 이번 4·13 총선 전야의 대구의 선거판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대구의 민심과 표심이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는 대구에서도 일당 독점구도의 균열이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어제 저녁 밤늦게 탄 택시 기사의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선거판이 어떻습니까?` 라는 단순 질문에 나이 든 운전기사는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는 대구는 이제 바꿔야 합니다` `나는 이번에는 야당 찍을 것임니더. 그런 손님이 많아예` 물론 택시 기사 한 명이 대구의 여론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의 질질 끈 공천과정이 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한편 대구 수성구의 선거판이 요동치는 원인은 유권자들이 이제 일당 독점 구도의 폐해를 늦게나마 자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구의 유권자들이 여당 후보를 그토록 꾸준히 지지했지만 대구의 발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구의 도시 경쟁력은 형편없이 낙후되었다. 1인당 지역 총생산은 20여 년 간 전국 꼴찌이고, 대구의 재정 자립도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대구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고 있다. 그러한데도 당선된 의원들은 대구발전에 대한 관심과 열정보다는 중앙 권력에 눈치 보기와 줄서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 여야의 지루하고 변칙적인 공천 과정이 대구의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의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의 `이제, 대구를 바꿉시다`라는 시민 선언에 1천33명이 동참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이번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야 알겠지만 종전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4·13 선거가 여당 일색의 대구가 아니라 여야와 무소속이 공존하는 토대가 마련 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가 역동적이고 컬러풀한 대구 건설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4·13 총선 결과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아침이다.

2016-04-04

여야의 당 정체성 논쟁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여야 모두 총선의 후보 공천과정에서 후보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자는 공천에서 배제된다고 선언하였다. 원내 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대통령에 정면으로 날을 세운 유승민 후보를 탈락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었다. 김종인 비상 대책위원장도 더 민주당은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의 논리를 탈피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고 당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였다. 6선의 이해찬 친노 좌장을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탈락시킨 것도 그것과 무관치 않다. 당의 정체성(identity)이란 무엇일까. 정신분석학에서 에릭 에릭슨은 정체성이란 자신이 세상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존재한다는 자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 정체성은 개인이나 조직에 합당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아의 정체성은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체성이 혼동 없이 제대로 확립되어야 자신의 삶에 올바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조직이나 정당도 구성원들이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할 때 집단의 목표 달성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국가의 구성인 국민 역시 국민 정체성에 충실할 때 애국심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이번 공천 과정에서 말하는 후보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당원으로서 당에 대한 기여도나 헌신도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규범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판단이 어렵다. 결국 후보의 정체성은 당헌이나 당규에 충실한 정도이며 후보가 당의 정책노선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이한구 공관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발목 잡은 `배신의 정치`로 보아 당의 정체성과 맞지않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행위가 `당규 당헌 어디를 찾아봐도 정체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아마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그간의 발언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며, 대통령과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개인의 정체성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다.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정체성은 당원들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개인과 당의 정체성은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수 성향인 새누리당은 기존의 보수성을 탈피하여 당 노선을 이미 `보수 개혁`이라고 선언하였다. 그것이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요인이 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야당 역시 종전의 진보 성향을 탈피하여 중도 진보로 나아간 지 오래이다. 여야 모두 보수와 진보라는 고정 이념을 탈피하여 표를 의식한 잡동사니 정당(catch all party)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는 좌로 야는 우로 클릭을 조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유승민 후보의 공천 탈락 파동도 표면적으로 정체성 시비로 보이지만 실은 당내 계파 갈등의 소산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정당 후보의 과거 정책적 소신을 당의 정체성 문제와 연계하여 탈락시키려는 방책은 애초부터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야당 역시 김종인 대표의 친노 배격 등 정체성 수정 제의는 결국 당내 노선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현대 자유 민주주의가 시대 정신에 따라 `형성되는 이념`인 것처럼 정당 역시 당의 정체성을 미리 고정적인 틀로 확정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정당 정치에서 당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만이 당원의 정체성이 될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민주적, 다원적 사회가치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정당의 강령에도 적합지 않는 것이다. 여·야당은 당의 정체성 확립에 앞서 당원들의 민주적인 소통의 공간부터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당내의 계파갈등이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되는 사태부터 막아야 한다. 이제 여야는 당내의 파당적인 정체성 논쟁보다는 당의 합리적인 정당 노선이나 정책 결정을 위해 당내 민주화장치부터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16-03-28

파행적인 정당 공천 악순환 막아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공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 김무성 당대표와 공관위의 이한구 위원장 간의 공천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 당 대표는 이번 공천과정이 당헌과 당규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면서 당 최고회의의 인준까지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부 공천위원들은 당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주호영 의원은 1인 공천 신청 지역에서의 자신의 공천탈락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영 의원은 이미 탈당했고 이재오 의원은 재심을 청구하였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과정을 비판하면서 주호영 등 6개 지역 공천의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입후보한 대구 동구을은 아직도 공천 방식마저 결정되지 않았다. 그의 공천여부는 초미의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한구 공관위 위원장은 유승민 후보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이에 후보 자신은 침묵으로 일관하여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 있다. 친박에서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에 대한 응징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며 유승민 후보 당사자와 비박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유 의원이 자진 탈당하거나 후보사퇴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유 의원측은 공관위에서 컷오프될 경우 탈당하여 무소속으로라도 입후보한다는 입장이며, 무소속 연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공관위가 여론의 역풍을 의식하여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운 형국이 되어 공천 파행은 장기화 되고 있다.집권 여당의 이번 공천 갈등의 근원은 당내의 계파갈등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정권에서도 당의 주류와 비주류간의 공천 갈등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천 갈등으로 공관위의 활동이 중단되는 등 당 지도부의 갈등으로 비화된 적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 공천 갈등의 근원은 최고 권력자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주요 지역의 공천과정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계파 갈등은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시작하여 인사 갈등에 이어 급기야 공천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조직이나 주류와 비주류는 존립할 수 있으며 정당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설득과 타협이라는 조직 내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이러한 공천의 악순환 구조는 한국 정치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8년 친박 공천 탈락이 이번에는 비박 탈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는 듯하다. 당 후보 공천과정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이전투구의 모습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이탈한 행위이다. 공당(公堂)이 아닌 붕당(朋黨)이나 사당(私黨)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의 정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공천(公薦)이 사천이나 타천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조선시대 당파 정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러한 파행이 지속되는 한 진정으로 소신있는 정치인은 기대할 수 없고 상부의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적 정치인은 양산될 수 밖에 없다. 3김 시대가 끝난 지 오래건만 우리 정치에는 아직도 친박, 비박, 친노, 비노, 친이, 친문이라는 인물 중심의 계파 정치가 잔존하고 있다. 결국 총선직전의 이러한 파행적인 공천은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적 냉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공천 갈등의 악순환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 과거 비주류 공천 탈락의 한을 다시 재현하여 앙갚음을 반복한다면 결국 퇴영적인 구태의 정치만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새로 구성되는 20대 국회는 먼저 정당 공천의 확고한 기준부터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말단 공무원을 선발하는데도 엄격한 규정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후보의 정당 공천이 외부의 입김이나 계파 보스의 자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는 분명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당별 후보의 공천기준은 자의적인 잣대로 행사되지 않도록 성문화된 규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천 파행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2016-03-21

자식까지 죽이는 비정한 인간상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최근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부부가 합세하여 어린 자식을 살해하고 몇 년간 방치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목사 부부의 소행이란다. 얼마 전에는 20대 초반 부부가 3개월 된 딸을 침대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려 그대로 죽게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남편은 술에 취해 모르겠다고 했고, 아내는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아기를 그대로 두어 죽게 했다는 것이다. 오줌을 가리지 못한다고 7세 남아를 계모가 모질게 학대하다 죽게 되자 암매장한 충격적인 사건까지 있었다. 어쩌다 자식까지 서슴없이 살해하는 비정한 사회가 되었는가. 사회에 만연된 생명 경시현상이 이제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가히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인간성의 타락이 어디까지 갈지 심히 두렵다. 우리 공동체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초래하는 참극이 이제는 종식되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발생한 이러한 비극은 무엇으로도 변명하기 어렵다. 가끔 외국의 토픽에서 본 이러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이 나라에 번지고 있으니 할 말을 잃어버린다. 결국 우리의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인간 생명을 중시하는 일인데 우리는 너무 탈선해 버린 결과가 아닐까. 우리 사회 공동체는 이러한 참극 하나 막지 못하고 구멍이 난 것이 틀림이 없다.여러 해 전 몽골의 고비 사막을 여행하다 천막집 게르에서 며칠을 묵은 적이 있다. 이곳에는 낮의 뜨겁던 사막 열기도 밤이 되면 서늘해져 잠자기 좋다. 낮에 잠시 탔던 낙타도 게르 옆에서 함께 자는 밤이다. 하늘의 찬란한 별 무리, 주먹크기만한 별들이 머리위로 덮쳐와 신비한 느낌까지 지울 수 없었던 밤이다. 나는 그날 저녁 무척 지쳐 피곤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녘 잠이 들려는데 게르 밖의 낙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또다시 나를 깨워버렸기 때문이다. 다음날 알았지만 낙타가 밤 세워 슬피 울었던 이유는 전날 자기 새끼를 팔았기 때문이란다. 나의 가이드는 새끼를 팔면 낙타가 보통 일주일 이상 새끼를 찾으며 운다고 전해주었다. 잃어버린 새끼를 찾아 우는 낙타의 모정 앞에 잠을 이루지 못한 그 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동물도 이러한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자식마저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사회에서 빈발하는 자녀 살해라는 엽기적 사건을 어찌할 것인가. 한낱 보잘 것 없는 새들도 먹이를 구해 어린 새끼의 입에다 넣어주는데 자식을 굶기고 구타하고 그도 모자라 죽음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결코 인간의 행위가 아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정신 이상자의 소행이 아닌 멀쩡한 부모의 행동이라니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러한 추악상 앞에 우리 스스로 인륜을 논할 자격도 없다. 법은 이들에게 아동 학대법이나 형법상의 살인죄를 적용하여 엄벌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륜태의 상실을 어찌 법으로만 막을 수 있겠는가. 독일의 법 철학자 예리넥이 일찍이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였다. 우리 공동체의 도덕성 회복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우리는 가정 폭력과 살인을 방지하기 위한 처방전을 마련하여야 한다. 가정 문제의 근원은 부서진 가정(broken family)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공동체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우리 가정의 해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이 초래한 당연한 비극임이 틀림이 없다.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이기주의는 가정폭력과 가족 살인이라는 인륜태(人倫態)의 상실로 이어진 결과이다. 우리는 지금 부터라도 가족 결속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복지 정책도 교육 정책도 가족과 이웃에 관한 관심을 제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종교인구가 날로 늘어나는 우리의 종교도 자신의 구원만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연대성 회복에 더욱 관심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16-03-14

안철수의 `국민의당` 위기구조 읽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야당의 분열은 안철수의 탈당으로 본격화 되었다. 안철수는 합당하여 새정련 공동대표까지 맡다가 또 다시 `철수`하여 신당을 창당하였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외형적으로는 의원 18명까지 확보한 번듯한 제 3당이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서는 2명 모자라지만 신당 창당치고는 드문 현상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선두로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로 구성되어 지역적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있다. 당의 상징인 연녹색은 현란한 유니폼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자극하지만 당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 창당 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였지만 최근 그 인기는 여지없이 추락하고 있다. 안철수는 탈당 시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수권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결국 신당은 이번 총선에 실패하여 총선 후에는 와해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 원인은 제 3당이 존립키 어려운 우리의 정치 풍토에도 기인하지만 결국은 당의 주역인 안철수의 리더십과 결부된다. 이를 몇 가지 검토해 보자.우선 국민의당의 정체성 문제이다. 안철수는 탈당의 변으로 양당의 기득권을 탈피하여 제 3의 `새 정치`를 표방하였다. 문제는 아직도 안철수 새 정치의 정체성을 아는 사람이 없다. 안철수는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새 정치`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친노 패권주의, 운동권 정치,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반대하지만 그것만으로 새 정치의 정체성은 살아나지 않는다. 그는 때때로 중도 진보노선을 주장하지만 이는 보수층과 진보층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 받지 못하여 샌드위치 형국이 될 우려가 높다. 둘째, 당의 이념에 못지않게 당의 정책이 중요하다. 그가 내세운 새 정치가 정책을 통해 유권자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현재 당 지도부의 정책 견해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창당 초 한상진 교수의 `이승만 국부론` 파동이 혼란만 초래하고, 호남의 지지율마저 떨어뜨렸다. 당은 노동 정책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 관한 명확한 입장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구성부터 복잡하여 합의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노, 반문(反文) 전선에는 당 지도부가 합치하지만 정책적 대안에서는 아직도 생각이 제각각이다. 호남의 뉴 디제이 플랜을 내세운 천정배,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꿈꾸는 김한길, 개성 공단의 복구를 선언한 정동영, 가장 늦게 입당하여 야당 통합을 준비하는 박지원, 모두 같은 배를 탔지만 생각은 다르다. 모두 자신들의 입지와 맞물려 총선이 본격화 될수록 당 지도부의 내분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셋째, 당장 총선에 임하는 당의 전략과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 새 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이 정치 신인 영입에도 더민주당에 뒤지고 있다. 비당권파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면서 국민의당에 입당했지만 이들 현역의원들의 호남 공천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들에 대한 자동 공천은 호남에서부터 그 역풍이 거세게 불 것이다. 이럴 경우 호남에서도 더민주당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당 통합제의에는 당이 반대했지만 그것도 봉합한 수준이라고 한다. 안철수는 수도권 총선에서도 야권의 연대나 연합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이 경우 결국 집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로 인해 안철수가 총선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바라는 대권 도전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결국 이러한 몇 개의 변수만 점검해 보아도 국민의당의 위기는 그 처방이 쉽지 않다. 더구나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인 안철수 리더십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과제이다. 안철수는 과거 대권욕이 앞섰던 이인제, 박찬종, 정주영, 문국현의 제 3당 실패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당대표 안철수는 이러한 정치적 위기 앞에 더욱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

2016-03-07

새누리당의 TK 공천과 유승민의 운명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TK에서는 아직도 여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1988년 제13대에서부터 제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특정 정당이 의원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총선에서도 TK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에 87명이나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여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인 셈이니 공천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이곳에서는 후보간·정당간의 정책 대결이나 경쟁보다는 오직 공천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안타깝다.이곳의 새누리당 공천과정은 초반부터 친박과 비박간의 경쟁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천과정에서 후보자의 철저한 인물 검증보다 친박논쟁이 제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심지어 TK에서는 자신을 친박이라 표방하면서 상대를 비박(非朴)이라고 공격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는 후보의 면접을 실시하면서도 경선의 룰은 확정 못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 여론 70%와 당원 30%를, 친박은 100% 국민 여론조사와 (우선)전략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선거구도 선거 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자 면접부터 실시하는 것은 경기 룰도 없이 경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불안하기 그지없다.당내의 비박 좌장 김무성 당대표와 친박 좌장 서청원 대표의 갈등구도는 이 지역정치에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친박 중진 최경환 의원이 대구에서 친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는 청와대와 장관 출신의 `진박(眞朴)`후보들의 개소식에 참석해 노골적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진박의 감정사(鑑定士)`로 자처한 그의 처신은 볼썽사납다는 여론까지 비등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TK이지만 친박 비박의 싸움만은 원치 않는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결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공천이 친박 중의 친박을 고르는 선거로 전락한다면 지역 민심은 이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새누리당의 공천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면접과정의 질문 중에는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어떻게 뒷받침하겠느냐는 질문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집권 여당 의원이 정부나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도 아닌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친박 여부가 공천의 잣대가 된다면 이는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의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방기해도 좋단 말인가. 공천 심사에서 유승민 후보에게는 과거 원내 대표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의 적절성 여부까지 물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당 정강 정책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어쩌다 공천 과정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그러기에 지역민 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은 유승민의 공천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탈박으로 몰린 유승민과 친박 이재만의 공천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는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언급이 유승민의 공천 탈락으로 이어질 것인가. 한쪽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낙인찍힌 유승민이 탈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유승민이 지역 여론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그의 공천이 확실시 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유승민이 이번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유승민은 대표직 사퇴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언설로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다. 이번 총선 출마의 변은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규정을 인용했다.유승민이 이번 공천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정치적 운명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당내의 역학구도 상 정치인 유승민의 역할은 대폭 증대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공천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2016-02-29

안보 이슈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개성공단이 중단된 이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개성공단 철수 문제부터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안보 이슈는 4·13 총선뿐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일수록 여야 정치권에서는 모두 냉정을 되찾아 안보 이슈에 관한 공론화 과정을 철저히 거쳐야 할 것이다. 여야의 즉흥적인 대응방식은 시민사회까지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부터 검토해 보자. 정부는 개성공단의 노동자 임금의 대부분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전용됐기 때문에 공단 중지의 불가피성을 역설하였다. 개성공단 중단 후 통일부 장관은 자금 전용의 증거까지 정부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국회의 상임위 야당의원의 추궁에 대해 확증은 없고 말이 와전됐다고 사과했다.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장관의 처신은 이해되지 않으며 정부의 신뢰도마저 추락시킨다. 10년 이상 남북 경협의 모범적인 모델로 칭송받던 개성공단의 급박한 폐쇄만이 핵문제의 합리적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한반도 통일이 북한의 붕괴나 전면적 전쟁에 의하지 않을 경우 남북 `교류와 협력`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 빅터 차의 `개성공단은 유지됐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두 번째 사드(THAAD) 배치문제이다. 북한 미사일 개발이라는 급박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사드의 배치는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과거부터 반대해오다 이제는 사드 배치 계획의 철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여의치 않으면 군사적 조치까지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사드와 함께 도입되는 항공 감시망(XBR)의 감시거리가 1천800㎞나 되어 베이징까지 탐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자위권 행사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참견은 우리의 자존심에 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25%에 이르는 현실에서 중국의 반대가 우리의 경제에 미칠 영향도 도외시할 수 없기에 보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민주국가에서 정부의 합리적이고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므로 정책의 공론화 과정은 필수적이며 안보와 직결된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입장에서의 정부의 정책 강행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안보 이슈도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여론의 추동력을 확보 할 수 있다. 안보 정책에 대한 맹목적인 찬성이나 지지는 `애국`이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매국`이나 `종북`이라는 프레임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맹목적 안보관이 오히려 국론분열과 국익의 손상을 초래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박근혜 정부의 임기 2년을 남긴 시점에서 대북 정책의 전면적 전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일치단결하여 대응하자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안보 이슈를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공론화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오히려 국론의 분열이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국력의 낭비만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사실(fact)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대북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야당 역시 정책에 대한 비난만 하고 딴죽만 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안보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사회도 이제 `북풍`에 대해 `역풍`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됐기 때문이다.

2016-02-22

대북 압박이후 북한의 선택 시나리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남북관계의 경색국면에서도 숨구멍 역할을 해 왔던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되고 말았다. 개성 공단은 2003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개설된 이후 13년 만에 완전히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사건 등 남북 간의 급박한 상황 하에서도 공단은 가동됐는데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는 1991년 남북기본 합의서 채택되기 전 상태로 회귀하고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휴전선 일대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남북 간에는 상대를 비난하는 스피커 소리만 정적을 깨고 있다. 정부는 이번의 개성 공단의 중지조치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호 발사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에 대한 우리의 경제 지원과 협력이 결국 핵 개발로 돌아왔으므로 이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단호히 압박하여 이란과 같은 핵 포기를 유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전례 없이 대북 초강경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고, 일본도 대북 송금제한, 북한인의 입국 금지조치 등을 취했다. 유엔도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 결의를 코앞에 두고 있다.그렇다면 정부의 이러한 대북 억지 방책이 원래 의도한 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북한 당국의 핵의 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북한이 유엔 등 국제적 압력에 굴복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는 시나리오이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북한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에 대해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북핵에 대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선택하기 어렵다. 또한 아직도 정치적으로 불안한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결코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두 번째는 북한 당국이 핵의 포기보다는 오히려 핵 강화 노선을 선택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할 경우 북한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이며, 중국이나 러시아까지도 북한에 대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은 유엔 등 서방 압력에 대해 당분간 겉으로로 핵 주권을 외치면서 핵 강화 노선을 선포하겠지만 오래 이 노선을 견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할 경우 김정은 등장 이후 소생 기미를 보이는 북한 경제는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7차 당 대회를 전후에도 김정은 정권은 대내적 정권 안정을 도모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세 번째는 북한 당국이 현재의 핵·경제 노선을 유지하면서 6자 회담의 복귀나 대미, 대남 협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는 6자 회담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중국이 바라는 시나리오이다. 6자 회담의 성사는 참여국의 회담의 전제와 조건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 쉽지는 않은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회담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제적 압박을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틀을 이용하여 북한 당국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대화를 속개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하면서 국제적 여론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전술을 간파한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의 이러한 대화 제의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처럼 어떠한 시나리오도 현재로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대북 제재 결의와 우리의 개성 공단의 전격적인 폐쇄조치만으로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한미 연합군의 북한지역 흡수 통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자국 방어라는 명분으로 북한 땅을 먼저 점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대치 국면이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6-02-15

정치인들 언행이 정치불신의 온상이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정치인들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의 표현 수단으로 말을 사용한다. 특히 선출직 정치인들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유권자를 설득하기 때문에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4·13 총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정치인들은 또 이 세상을 바꿀 듯한 말로 유권자를 유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는 유감스럽게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이 증대될수록 우리 정치에 관한 불신은 증대될 것이다. 지난달 29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이완구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의 초반부터 고인이 된 `성완종을 만난 적도 없고, 만약 돈을 받았으면 목숨까지 내 놓겠다`고 큰소리쳤다. 그의 주장이 워낙 강하여 우리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성완종과 만나고 3천만원의 돈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물론 아직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법은 그의 언행이 불일치함을 심판한 것이다. 씁쓰레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김무성 대표의 선진화 법의 책임이 `당시 권력자를 따라간 정치인들의 문제`라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라면서 친박 의원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대표 취임 초`개헌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사과까지 한 그가 이번에는 어떻게 처신할 지 궁금하다. 우리 정치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일신상의 손해를 보면서도 소신 있게 발언하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 아직도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언행일치의 강직한 정치인은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말을 남기고 원내 대표직을 사퇴한 유승민 의원이 다시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언행이 다른 정치인의 모습은 야권에도 비일비재하다. 더 민주당의 3선 의원 조경태는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당대표를 연일 비판하다 갑자기 `국민 통합의 정치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였다. 그는 10여 년 이상 야당의 불모지 부산에서 여당의 견제를 위해 야당에 표를 달라고 호소하여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갑작스런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여당에로의 변신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를 따르던 사하구 유권자들을 그가 어떤 말로 설득할 지 궁금하다. 그가 새누리당 입당 인사에서 고대해 왔다는 듯이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 한 말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고 헷갈릴 뿐이다.신당의 기치를 든 안철수 의원의 말 역시 아직도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그의 탈당의 변은 `더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가 과거 신당 창당을 접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대표를 맡을 때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국민의당 창당 초기 `깨끗한 정치인`으로 새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말도 이제 믿기 어렵게 되었다. 구정치인의 합종연횡인 안철수의 신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애매모호하고 당의 진로 역시 불확실하다. 호남에서부터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천정배 의원의 언행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그는 `뉴 DJ를 발굴해 호남 물갈이`론을 전파하다 갑자기 안철수 신당에 투항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합당 전야 박주선과 박준영을 만나 3자의 `소 통합`부터 하자는 약속까지 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4월 총선거를 앞둔 어수선한 시기에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임기응변적인 행태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모두가 우리 정치의 불신과 냉소주의의 원인이다. 오죽했으면 `정치인과 수녀가 한강에 빠졌다면 누구부터 건져야 할까`라는 넌센스 퀴즈가 한동안 유행했겠는가. 답은 `한강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인부터 먼저 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총선에서는 말과 행동이 비슷한 후보라도 선출해야 되지 않을까. 정치인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