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정치인들 언행이 정치불신의 온상이다

등록일 2016-02-01 02:01 게재일 2016-02-01 19면
스크랩버튼
▲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정치인들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의 표현 수단으로 말을 사용한다. 특히 선출직 정치인들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유권자를 설득하기 때문에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4·13 총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정치인들은 또 이 세상을 바꿀 듯한 말로 유권자를 유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는 유감스럽게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이 증대될수록 우리 정치에 관한 불신은 증대될 것이다.

지난달 29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이완구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의 초반부터 고인이 된 `성완종을 만난 적도 없고, 만약 돈을 받았으면 목숨까지 내 놓겠다`고 큰소리쳤다. 그의 주장이 워낙 강하여 우리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성완종과 만나고 3천만원의 돈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물론 아직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법은 그의 언행이 불일치함을 심판한 것이다. 씁쓰레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김무성 대표의 선진화 법의 책임이 `당시 권력자를 따라간 정치인들의 문제`라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라면서 친박 의원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대표 취임 초`개헌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사과까지 한 그가 이번에는 어떻게 처신할 지 궁금하다. 우리 정치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일신상의 손해를 보면서도 소신 있게 발언하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 아직도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언행일치의 강직한 정치인은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말을 남기고 원내 대표직을 사퇴한 유승민 의원이 다시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행이 다른 정치인의 모습은 야권에도 비일비재하다. 더 민주당의 3선 의원 조경태는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당대표를 연일 비판하다 갑자기 `국민 통합의 정치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였다. 그는 10여 년 이상 야당의 불모지 부산에서 여당의 견제를 위해 야당에 표를 달라고 호소하여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갑작스런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여당에로의 변신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를 따르던 사하구 유권자들을 그가 어떤 말로 설득할 지 궁금하다. 그가 새누리당 입당 인사에서 고대해 왔다는 듯이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 한 말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고 헷갈릴 뿐이다.

신당의 기치를 든 안철수 의원의 말 역시 아직도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그의 탈당의 변은 `더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가 과거 신당 창당을 접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대표를 맡을 때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국민의당 창당 초기 `깨끗한 정치인`으로 새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말도 이제 믿기 어렵게 되었다. 구정치인의 합종연횡인 안철수의 신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애매모호하고 당의 진로 역시 불확실하다. 호남에서부터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천정배 의원의 언행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그는 `뉴 DJ를 발굴해 호남 물갈이`론을 전파하다 갑자기 안철수 신당에 투항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합당 전야 박주선과 박준영을 만나 3자의 `소 통합`부터 하자는 약속까지 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

4월 총선거를 앞둔 어수선한 시기에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임기응변적인 행태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모두가 우리 정치의 불신과 냉소주의의 원인이다. 오죽했으면 `정치인과 수녀가 한강에 빠졌다면 누구부터 건져야 할까`라는 넌센스 퀴즈가 한동안 유행했겠는가. 답은 `한강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인부터 먼저 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총선에서는 말과 행동이 비슷한 후보라도 선출해야 되지 않을까. 정치인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