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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이후 북한의 선택 시나리오

등록일 2016-02-15 02:01 게재일 2016-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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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에서도 숨구멍 역할을 해 왔던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되고 말았다. 개성 공단은 2003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개설된 이후 13년 만에 완전히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사건 등 남북 간의 급박한 상황 하에서도 공단은 가동됐는데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는 1991년 남북기본 합의서 채택되기 전 상태로 회귀하고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휴전선 일대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남북 간에는 상대를 비난하는 스피커 소리만 정적을 깨고 있다.

정부는 이번의 개성 공단의 중지조치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호 발사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에 대한 우리의 경제 지원과 협력이 결국 핵 개발로 돌아왔으므로 이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단호히 압박하여 이란과 같은 핵 포기를 유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전례 없이 대북 초강경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고, 일본도 대북 송금제한, 북한인의 입국 금지조치 등을 취했다. 유엔도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 결의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러한 대북 억지 방책이 원래 의도한 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북한 당국의 핵의 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북한이 유엔 등 국제적 압력에 굴복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는 시나리오이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북한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에 대해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북핵에 대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선택하기 어렵다. 또한 아직도 정치적으로 불안한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결코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당국이 핵의 포기보다는 오히려 핵 강화 노선을 선택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할 경우 북한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이며, 중국이나 러시아까지도 북한에 대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은 유엔 등 서방 압력에 대해 당분간 겉으로로 핵 주권을 외치면서 핵 강화 노선을 선포하겠지만 오래 이 노선을 견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할 경우 김정은 등장 이후 소생 기미를 보이는 북한 경제는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7차 당 대회를 전후에도 김정은 정권은 대내적 정권 안정을 도모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세 번째는 북한 당국이 현재의 핵·경제 노선을 유지하면서 6자 회담의 복귀나 대미, 대남 협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는 6자 회담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중국이 바라는 시나리오이다. 6자 회담의 성사는 참여국의 회담의 전제와 조건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 쉽지는 않은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회담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제적 압박을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틀을 이용하여 북한 당국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대화를 속개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하면서 국제적 여론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전술을 간파한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의 이러한 대화 제의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처럼 어떠한 시나리오도 현재로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대북 제재 결의와 우리의 개성 공단의 전격적인 폐쇄조치만으로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한미 연합군의 북한지역 흡수 통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자국 방어라는 명분으로 북한 땅을 먼저 점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대치 국면이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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