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경북대 총장 공백 사태는 하루 빨리 끝나야

등록일 2016-06-07 02:01 게재일 2016-06-07 18면
스크랩버튼
▲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경북대의 총장이 공석이 된지 벌써 22개월이나 지났다. 그간 세 번째 총장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나 총장 발령은 아직도 깜깜한 실정이다. 교수 1천200여 명, 교직원 600여 명, 학생 2만명이 넘는 거대 국립대학의 총장 장기 공백 사태는 대학 체면뿐 아니라 대학발전도 저해하고 있다. 총장 공석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대도 교육부는 그 책임을 대학에 미루고 있으니 한심한 작태이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문제이다. 경북대 개교 이후 천재지변도 아닌 개명 천지 시대에 총장의 무기한 공백사태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경북대 총장 공석의 장기화는 대학의 발전은 물론 대학 구성원들의 자존심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총장 대행 체제는 중장기적인 대학 발전 문제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우선 손에 잡히는 현안만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의 불만은 누적되고 교육부와 대학은 서로 책임만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경북대의 발전의 에너지는 이미 집중되지 못하여 각종 대학 평가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경북대는 과거 한강 이남에서 최고라는 명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거점 국립대학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경북대의 총장 공백 사태에는 교육 행정 당국에 원천적 책임이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몇 해 전 대학 자치의 상징으로 쟁취한 `총장 직선제`마저 폐지하고, 교육부의 `대학 선진화`라는 방침에 눌려 총장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하였다. 당시 학내 구성원간의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직선제 존치 시 `행·재정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에 충실했던 결과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합법적으로 임용 제청한 총장후보를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지고 있다.

국공립대 교수 연합회는 어제 국회 정론 관에서 총장의 임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인즉 `7개의 국공립대가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넘도록 총장 공석 상태`이며 `교육부가 정당한 선출 과정을 거쳐 추천한 총장후보를 신속히 임용제청하여 대학의 행정 공백을 방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내용이다. 현재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주 교대, 한국 방송 통신대, 한국 해양대도 총장이 공석중이다. 어쩌다 자율과 자치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교육부는 총장 후보의 결격 사유가 있다면 이를 적시하여 추천기관이나 후보자 개인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부 총장 후보들이 제기된 행정 소송에서 교육부의 처사가 합당하지 않다는 법적 판단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 행정 당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교육부가 총장의 대행체제가 행정 통괄에는 지장이 없으니 `답답한 사람이 샘을 파라`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책임 행정의 포기행위이다. 대학이 총장 제청을 거부한 영문도 모르고 다시 총장 후보를 선출한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며 모순이다. 전직 교육부 장관이 임용 거부 과정에서 절차상의 잘못을 범했다면 현 교육 수장은 이를 시정할 책임이 있다. 만약 총장 임용 거부가 교육부 윗선에서 이념이나 정권의 코드에 따라 결정했다면 엄청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교육 행정당국이 이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면 결국 정치적으로 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총장 공석 문제를 청문회에서 다루게 된다면 정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교육부는 이미 부산대에 그렇게 반대하던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하지 않았는가. 부산대 어느 교수의 자살이 결국 교육부의 방침을 움직인 결과이다. 경북대 구성원들도 교육부의 행정 조치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시 총장 임용을 위한 비상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오죽했으면 경북대 학생들이 총장 공백으로 인한 손실을 교육부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려고 하겠는가. 이제는 교수들이 응답할 차례이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