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분열은 안철수의 탈당으로 본격화 되었다. 안철수는 합당하여 새정련 공동대표까지 맡다가 또 다시 `철수`하여 신당을 창당하였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외형적으로는 의원 18명까지 확보한 번듯한 제 3당이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서는 2명 모자라지만 신당 창당치고는 드문 현상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선두로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로 구성되어 지역적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있다. 당의 상징인 연녹색은 현란한 유니폼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자극하지만 당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
창당 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였지만 최근 그 인기는 여지없이 추락하고 있다. 안철수는 탈당 시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수권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결국 신당은 이번 총선에 실패하여 총선 후에는 와해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 원인은 제 3당이 존립키 어려운 우리의 정치 풍토에도 기인하지만 결국은 당의 주역인 안철수의 리더십과 결부된다. 이를 몇 가지 검토해 보자.
우선 국민의당의 정체성 문제이다. 안철수는 탈당의 변으로 양당의 기득권을 탈피하여 제 3의 `새 정치`를 표방하였다. 문제는 아직도 안철수 새 정치의 정체성을 아는 사람이 없다. 안철수는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새 정치`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친노 패권주의, 운동권 정치,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반대하지만 그것만으로 새 정치의 정체성은 살아나지 않는다. 그는 때때로 중도 진보노선을 주장하지만 이는 보수층과 진보층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 받지 못하여 샌드위치 형국이 될 우려가 높다. 둘째, 당의 이념에 못지않게 당의 정책이 중요하다. 그가 내세운 새 정치가 정책을 통해 유권자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현재 당 지도부의 정책 견해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창당 초 한상진 교수의 `이승만 국부론` 파동이 혼란만 초래하고, 호남의 지지율마저 떨어뜨렸다. 당은 노동 정책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 관한 명확한 입장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구성부터 복잡하여 합의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노, 반문(反文) 전선에는 당 지도부가 합치하지만 정책적 대안에서는 아직도 생각이 제각각이다. 호남의 뉴 디제이 플랜을 내세운 천정배,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꿈꾸는 김한길, 개성 공단의 복구를 선언한 정동영, 가장 늦게 입당하여 야당 통합을 준비하는 박지원, 모두 같은 배를 탔지만 생각은 다르다. 모두 자신들의 입지와 맞물려 총선이 본격화 될수록 당 지도부의 내분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셋째, 당장 총선에 임하는 당의 전략과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 새 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이 정치 신인 영입에도 더민주당에 뒤지고 있다. 비당권파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면서 국민의당에 입당했지만 이들 현역의원들의 호남 공천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들에 대한 자동 공천은 호남에서부터 그 역풍이 거세게 불 것이다. 이럴 경우 호남에서도 더민주당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당 통합제의에는 당이 반대했지만 그것도 봉합한 수준이라고 한다. 안철수는 수도권 총선에서도 야권의 연대나 연합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이 경우 결국 집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로 인해 안철수가 총선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바라는 대권 도전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몇 개의 변수만 점검해 보아도 국민의당의 위기는 그 처방이 쉽지 않다. 더구나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인 안철수 리더십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과제이다. 안철수는 과거 대권욕이 앞섰던 이인제, 박찬종, 정주영, 문국현의 제 3당 실패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당대표 안철수는 이러한 정치적 위기 앞에 더욱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